“‘겨울왕국2’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좋은 영화를 오랫동안 길게 보면 안되는 것입니까? 그렇게 다른 영화에 피해를 주는 스크린 독과점을 하면서까지 단기 매출을 올려야 하는 것입니까?”
영화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은 22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영대위’) 긴급기자 회견에서 참석에 ‘겨울왕국2’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이같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독과점영대위 고문이기도 한 정 감독은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많은 사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왔다”며 “‘겨울왕국2’가 개봉하면서 ‘블랙머니’ 극장 좌석 수가 97만 석에서 37만 석으로 줄었다. 관객 수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 하루 만에 이처럼 좌석이 줄어드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덧붙였다. 일부 극장에서는 ‘블랙머니’를 밤에 2회차를 배치한 상황이어서, ‘블랙머니’를 보러왔다가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겨울왕국2’에 자신이 연출한 영화인 ‘블랙머니’가 밀려나자 스크린독점을 비판하는 것 아니냐며 네티즌들로부터 역풍을 받을 수 있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이 자리에 섰다.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에 스크린을 많이 배정하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 현재의 스크린 독과점은 이를 이해하고 넘기기에는 지나치다는 게 정 감독의 주장이다. “손님이 많이 든다는 것은 그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스크린을 더 많은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불공정한 시장 원리가 작동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해 법망만 피하면 되는 이런 불공정한 시장을 법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왜 외화가 개봉할 때만 스크린 독과점을 문제 삼느냐’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동료 영화인들이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여 돈을 잘 벌고 있는데, 그들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일화를 공개했다. “당시 봉 감독에게 ‘기생충’이 전체 스크린의 3분의 1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해주면 한국영화계 모범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봉 감독이 ‘제가 배급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가급적 50%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답장을 보낸 적이 있다.”
‘겨울왕국2’는 개봉일인 전날 약 60만명을 불러모으며 개봉 이후 줄곧 1위를 달리던 ‘블랙머니’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2,343개 스크린에서 1만2,998회 상영된 결과다. 상영 점유율은 63.0%, 좌석점유율은 70.0%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개봉 이후 1위를 달리던 ‘블랙머니’ 스크린 수는 이틀 전 1,141개에서 전날 852개로 줄었고, 하루 관객 수도 약 7만명에 그쳤다.
또 반독과점영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영화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특정 영화의 배급사나 극장의 문제가 아니다. 법과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는 한시라도 빨리 ‘영화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증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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