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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아동음란물 공화국 오명 벗으려면

사회부 김현상 차장





“한국에 이렇게나 많은 아동음란물 이용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달 다크웹에 개설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는 소식은 국내외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관계자는 영문으로 이뤄진 해당 사이트의 서버가 충남의 한 주택에서 발견된 것도 적잖이 놀랐지만 진짜 그를 당혹스럽게 한 건 한국인 이용자들의 숫자였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 등 39개국의 공조수사를 통해 검거한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 349명 중 한국인은 무려 235명에 달했다. 전체 검거인원 가운데 67%에 해당하는 숫자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심각성이 각인된 성인음란물과 달리 아동음란물 실태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아동음란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우리만 모르고 있는 사이 주변 곳곳에서 아동음란물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던 셈이다.

해외와 비교해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은 아동음란물 범죄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아동음란물을 소지만 해도 최대 징역 20년의 중형에 처하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다. 설령 직접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붙잡혀도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징역 1년 6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일쑤다. 이를 비웃듯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난 걸 감사한다’며 경찰 수사정보를 공유하는 글들이 버젓이 올라온다. 그러는 동안 지난해 발생한 아동음란물 범죄는 1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동음란물 공화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아동음란물을 제작·배포하는 것은 물론 소지하는 행위 역시 아동을 학대·착취하는 중대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아동음란물을 ‘야동’의 한 카테고리로 여기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야동에 중독된 일부 이용자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다니다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아동음란물을 내려받고, 이를 단죄해야 할 사법당국 역시 처벌에 관대하다.

아동음란물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첫 단추다. 뒤늦게나마 최근 국회에서는 단순 소지죄에 대해서도 형량을 높이고 ‘아동성착취음란물’로 용어를 변경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21일에는 아동음란물 범죄 수사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전담기구 설치와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추가 발의됐다. 하지만 연내 입법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우리 사회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또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미래를 무참히 짓밟은 ‘조두순’과 같은 괴물은 자라날 것이다. 그 책임에서 우리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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