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성현 칼럼] 시장 이기는 정부는 없다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집값 잡겠다고 분양가상한제 도입

변화 예측한 사람들 투기 부추기고

되레 개입때보다 결과 나빠지기도

정책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 아냐

원칙대로 수요·공급원리에 맡겨야





시장의 역사는 아주 길다. 인류가 자급자족 시대에서 벗어나 잉여 생산물을 교환하기 시작한 후로 시장은 물물교환과 정보유통의 구심점으로 성장했다. 자유 경쟁 시장에서는 물건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가격이 결정되고 사람들은 이 가격을 받아들임으로써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 만족하는 교환이 이뤄진다. 선호도나 생산조건의 변화와 같은 수요와 공급 조건의 변화는 끊임없이 가격에 반영되고 이와 같은 시장경제원리는 근대경제를 이끄는 원칙으로 작용한다.

시장경제원리 대신 정부가 나서서 물건 가격을 결정하고 수요와 공급량을 결정해 강제로 할당 배급하자는 이론이 있다. 사회주의 경제이론이다. 개인의 소유를 부정하고 정부에 의한 계획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주의 경제이론은 이미 구소련의 몰락과 더불어 실패한 이론임이 입증됐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몇몇 정책들은 일면 사회주의 경제정책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주택공급의 가격을 정부가 결정한다든지,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정한다든지, 기업의 사적인 거래에 개입한다든지 하는 일이다. 물론 정부개입이 정당화되는 경우는 있다. 독과점이 있거나 여러 가지 외부효과로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다. 이 경우 정부는 세금이나 다른 정책으로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개입이 필요한 상황에도 적절한 개입의 방법이나 정도는 알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개입을 안 했을 때보다 경제가 나빠질 수 있다. 그만큼 정부의 시장개입은 신중해야 하고 결과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 그냥 시장에 맡기는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



경제정책이 어려운 또 한가지 이유는 정책의 효과가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거시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일반균형이론이다. 시장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돼 있어 한 시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개입하면 이 정책이 다른 시장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원래 문제가 있던 시장에 영향을 줘 처음 정책의 의도한 방향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과 교육 정책에 관한 이야기다. 집값을 잡겠다고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 적용이 안 된 다른 지역으로 시장의 힘이 쏠리고 이는 다른 지역의 수요와 공급을 바꾸고 시장의 변화를 예측한 사람들의 투기를 부추길 뿐이다. 원칙대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 값이 오르면 공급을 늘리는 게 장기적으로는 최선의 해결책이다.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 시장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부동산 수요는 워낙 많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부가 함부로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은 교육 평준화보다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이미 8학군을 비롯한 교육 명문 지역의 전세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교육 정책을 교육의 문제로만 봐서 생기는 일반균형이론을 모르고 행하는 정책이다. 어설픈 정부의 개입은 목표달성을 할 수 없을뿐더러 시장 왜곡을 더 심화할 수 있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시장에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24시간 연구하고 노력하는 전문가들이 득실거린다. 부동산·교육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그 분야만 몇십년 연구한 학자들도 넘쳐난다. 일반 시민들도 책상 앞에서 정책 구상을 하는 공무원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맞는 예측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문가들도 해결하지 못한 게 입시문제이고 부동산 문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불법에 대한 문제를 제도의 문제로 몰고간 대통령의 한마디에 입시문제가 해결될 수는 더더욱 없다. 정부가 아무리 정책을 바꾸고 밀어붙여도 시장의 힘은 어떻게든지 빠져나갈 길을 만들고 사람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힘은 시장원리를 작동시킨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경제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