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의 원화자산 비중이 90% 이상에 달해 편중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비중은 80%로 미국(30%), 일본(36%) 등에 비해 부동산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13일 메트라이프생명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3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수도권 가계의 자산배분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외화자산 보유자는 133명으로 전체의 13.3%에 그쳤다. 이들이 보유한 외화자산 비중도 평균 9.6%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난 1992년 국내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환 자유화 조치로 글로벌 투자가 자유로워졌지만 원화자산 쏠림현상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외화 금융자산은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이 여전히 강한데다 장기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외화 금융상품을 선호하는 데 반해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인식도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며 달러예금과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들 상품 대부분은 목돈을 일시에 부담하는 상품으로 자산가들 사이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외화 금융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이유로 설문 응답자의 51.8%가 ‘여유자금 부족’을 꼽았다. 또 ‘정보 부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3.8%에 달했다.
부동산 편중도 여전했다. 응답자들이 보유한 총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은 20%에 달했고 유동화가 어려운 부동산 등의 비금융자산 비중이 80%를 차지했다. 특히 연령대별 금융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은 △30대 49.2% △40대 72.5% △50대 76.3% △60대 80.7%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부동산 선호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비금융자산 비중이 각각 30%, 36%로 금융자산 보유를 선호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원화자산과 부동산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각한 자산배분 구조는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며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장기 저성장이 현실화될 경우 가계자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사장은 “금융자산 및 외화자산을 고려한 자산배분은 더 이상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가계의 자산관리 필수지침이 돼야 한다”며 “은퇴 이후를 고려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분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상환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은 “일본이 단카이세대 이후 출생률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부동산 장기 침체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보유자산 가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대다수 한국 가계가 노년 빈곤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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