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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금융비서가 골라준 카드로 결제...여행·유통 서비스는 '덤'

[빅테크發 금융빅뱅]<중>금융도 '노브랜드' 시대

AI비서 등 금융업무 경로 다양해져

은행도 자체 브랜드파워 육성 넘어

他업종·핀테크와 '연합전선' 중요





“요즘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사고 조깅은 하지 않았네요. 이번주 화요일에 일정이 비었는데 근처 스포츠센터에서 요가 수업을 들어보는 것은 어때요. 바로 예약하고 결제해놓을게요. 그리고 최근에 금리가 더 높은 상품이 나와서 당신의 예금을 그쪽으로 옮겨뒀어요.”

소비 데이터 분석은 물론 결제, 금융상품 비교부터 자산 인출·예치까지 개인비서가 도맡을 듯한 이 업무는 불과 10년 뒤 아마존의 ‘알렉사’나 애플의 ‘시리’와 같은 가상의 인공지능(AI) 비서가 해줄 수 있는 일들이다. 영국의 글로벌 회계·컨설팅그룹 KPMG는 오는 2030년 은행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은행’이라는 키워드로 전망하면서 이처럼 미래 은행 업무는 소비자의 일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AI 비서가 개인의 소비·일정·건강·금융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람과 대화하면서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대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나리오의 미래에서도 고객의 자산을 맡아 보호하고 관리하며 금융상품을 설계·공급할 수 있는 ‘제조업자’로서의 은행의 역할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금융회사나 은행 브랜드의 중요성은 예전보다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소비자의 눈에는 여러 금융사의 상품·서비스를 비교하고 선별해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와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복합 플랫폼 사업자가 더 두드러져서다.

KPMG 보고서는 재고금융 서비스와 자동결제 상점 ‘아마존 고’를 선보인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자동차 금융까지 서비스를 확장한 승차공유업체 우버 등을 예로 들며 “앞으로 금융사의 브랜드는 금융 서비스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기기나 서비스에 가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 금융은 △소비자와의 접촉이 이뤄지는 ‘플랫폼’ 단계 △은행·핀테크 업체들이 그 플랫폼에 올라가는 금융상품을 공급하고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제조’ 단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다양한 거래·관리·소비자 지원 등의 절차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처리’ 단계로 분리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조와 판매·관리 업무가 분리되는 금융판 ‘노브랜드’는 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다가온 미래다. 이제까지도 금융산업의 개방·융합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같은 금융업 내, 그것도 같은 그룹 계열사들끼리의 협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와 같은 ‘테크자이언트’가 금융업에 진출하고 금융당국 주도의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되면서 개방의 범위도 더 넓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의 상품에 유통 브랜드인 ‘노브랜드’를 붙여 파는 이마트처럼 ‘네이버통장’ 출시를 선언한 네이버를 필두로 금융업에서도 ‘화이트 라벨링’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이트 라벨링이란 다른 회사의 상품을 자사의 브랜드를 이용해 판매하는 전략을 말한다. 은행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것 못지않게 금융상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풍부한 고객군을 확보한 판매 플랫폼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뱅크의 ‘연계대출’ 서비스 화면. /사진제공=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올해 4월 출시한 ‘연계대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금융소비자에게 제2금융권 우량 금융사의 대출을 우대조건으로 직접 알선해주는 상품이다. 신한금융그룹(스마트대출마당)과 KB금융그룹(KB 이지 대출)도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각각 자사 그룹 계열사의 대출상품만 비교·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카뱅은 또 대출 금리·한도 등 대략적인 조건 비교만 할 수 있었던 기존 핀테크 업체들의 서비스와 달리 제휴사 웹페이지 연결을 통해 대출 실행까지 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출시 6개월 만인 10월 말 기준 4만명에게 4,000억원의 대출이 공급됐다. 이후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토스·핀다 등 핀테크 기업들도 타 금융사 통합 대출 플랫폼을 내놓았고 4대 금융그룹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처음으로 뱅크샐러드의 대출비교 서비스에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하루빨리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핀테크에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사 수준에서 나아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머물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사마다 앱 개편·비금융 강화

디지털 플랫폼 선점 경쟁 달아올라



이에 따라 브랜드와 산업의 울타리를 벗어나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직접 구현하려는 금융사들의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단순한 제조 단계에 머물지 않고 플랫폼 단계까지 장악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금융사들은 디지털 플랫폼 선점을 위한 노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소비자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제 금융사들은 여러 핀테크 업체는 물론 여행·유통·요식업·부동산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 경험하는 금융 서비스까지 자사 플랫폼에 탑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독자 기술로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플랫폼을 개발한 하나금융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하나금융은 여행 플랫폼 회사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하면 환전부터 여행자보험 가입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카드의 경우 스타벅스 앱을 켤 필요 없이 삼성앱카드로 바로 스타벅스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고객의 손안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금융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4,000만명의 고객 기반을 갖춘 플랫폼 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어떤 개방 전략을 펼칠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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