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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입정책이 대통령 말한마디에 오락가락해도 되나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를 공언하며 교육계가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정시 확대 요구는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이라고 강변한 것이 시정 연설 하루 전인데,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뒤바뀐 것이다. 대통령 발언 직후 부총리가 “학종 쏠림이 심한 서울 일부 대학의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당정청이 협의해왔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당국의 신뢰는 또 한번 땅에 떨어지게 됐다.

그동안 정시·수시 비중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현행 수시 중심의 전형이 ‘학생들을 문제풀이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거나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돈과 인맥에 좌우된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 딸의 ‘부정입학’ 의혹은 학종의 공정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때문에 정시 확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지침이 방향성을 떠나 절차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교육회의는 지난해 공론화 끝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정시 확대를 권고했고 교육부도 이를 받아들여 수능 전형 비중을 30%로 올렸다. 대통령은 교육부 장관을 패싱하면서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건너뛴 것이다. “조국 사태 이후 나빠진 여론을 잠재우려는 총선용” “정치가 교육을 덮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곳곳에서 누더기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에 진보 이념을 덧씌우며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일반고 일괄전환 방침을 꺼내기도 했다. 이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명분은 퇴색하게 됐다.



교육부는 아무리 대통령의 뜻이라 해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고1 학생을 비롯한 현장의 혼란을 감안해서라도 졸속·밀실 개편이 아니라 공청회 등을 통해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계마저 대통령의 지시를 무조건 추종하는 ‘영혼 없는 관료’가 득세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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