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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민생이다]불황·규제·인건비 '3중고'...유통·식품기업 "앞이 안보인다"

<중> 내수 버팀목도 기대하기 어려운 기업들

쇼핑트렌드 온라인 이동 직격탄

유통업계 생존위기 직면했는데

복합쇼핑몰까지 강제휴무 추진

판촉비 지침개정으로 부담 가중

외식산업경기지수도 5년來 최저

수출 확대 등 대응책 마련 분주

이마트 용산점에서 한 고객이 초저가 상품을 모아둔 ‘국민가격’ 진열대를 살펴보고 있다. /박민주 기자




오랜 불경기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기업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와 가격 경쟁력 악화로 수출이 줄어들었는데 내수마저 받쳐주지 않아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기업들의 ‘마지막 버팀목’인 내수가 이런 식으로 붕괴하면 상당수 기업들이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유통과 식품 등 내수 위주 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침체 가속=오랜 기간 이어진 소비 감소는 저물가로 이어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7% 이하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내수에 의존하는 유통과 식품업계의 한숨은 깊어진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마트가 e커머스에 밀려 지난 2·4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이마트는 지난 21일 대표를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판매액은 33조5,000억원이었지만 온라인 판매액은 11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편의점을 모두 합친 판매액이 온라인에 못 미쳤다. 이마트는 3·4분기 전망도 좋지 않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마트의 3·4분기 영업이익이 1,30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에 대적하기 위해 10년 전에 했던 초저가 전략까지 다시 꺼내 들고 있다”며 “이제 1%의 성장세도 유지하기 힘든 처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식품업계는 수출 비중을 높이는 등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며 대응하고 있다. 그나마 내수보다는 수출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실적을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짓누르는 규제 일변도 정책=이 같은 내수침체에 더해 규제 일변도인 정부정책도 유통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을 규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복합쇼핑몰까지 강제 휴무하도록 규제하는 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마트에 대한 규제는 전통시장을 살리는 효과를 내기보다는 오프라인 유통업 전체를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서게 만들었다”며 “새로운 사업을 들고 나오면 바로 규제가 발목을 잡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길을 찾아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 그나마 성장세를 이어가는 백화점 업계도 규제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통업계 판촉 행사와 관련한 심사지침을 개정해 오는 31일 시행할 예정이다. 공정위 지침은 유통업계에서 특약매입 상품 할인행사를 할 때 할인분의 절반을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백화점과 아웃렛은 이 지침이 시행되면 할인행사가 사라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굳게 닫힌 지갑을 열어보겠다고 애쓰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오로지 유통업 규제에만 매몰돼 있다”며 “위축된 경기를 살리려는 지원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건비 부담까지 겹친 외식업계=식품업계 프랜차이즈 등 외식·식품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3·4분기 외식산업경기지수가 분기 기준으로 최근 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수 침체에 더해 인건비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외식산업경기지수는 66.01로 집계됐다. 2015년 72.32, 2016년 67.51, 2017년 68.91, 2018년 67.41로 올해가 최저치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회식문화가 줄어 저녁 매출이 줄었다”며 “인건비 부담도 매년 상승하고 있어 체감 경기는 더욱 나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식품업계는 수출을 늘리며 대응을 준비 중이다. CJ 제일제당은 쉬완스 등 미국 식품기업을 인수하며 미국 유통망 확보에 나섰고 농심은 2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제2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대상도 미국에 김치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대상은 2013년 미국 코스트코에 입점한 뒤 샌프란시스코 럭키슈퍼마켓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 중이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울뿐더러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기업들의 유동성을 제약할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식품업계는 전반적인 내수 부진 상황 속에서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부각돼 실적이 부진했다”며 “하지만 하반기에는 해외 실적이 높은 업체들의 매출액 증가세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유동성이 크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쉬완스 인수 등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3·4분기 실적이 나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윤·박민주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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