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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교사절 관저보호 이렇게 소홀해도 되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주한 미국대사관저에 난입한 사건의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이 뒤늦게 미 대사관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관저에 난입한 17명 중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미국 측의 불만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사건 직후 미 대사관이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강한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미 국무부도 “한국이 외교공관 보호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 동맹국에는 ‘촉구’라는 표현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이번 사건을 얼마나 엄중하게 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82년 부산 미 문화원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한 후 37년 동안 미 공관과 관저에 대한 공격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대진연만 해도 올 1월31일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항의하며 미 대사관 정문으로 뛰어들기도 했고 6월에는 미 대사관 인근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가 반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경찰의 행태다. 경찰은 학생들이 사다리까지 동원해 미 대사관저의 담을 넘었지만 ‘학생들이 다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저지하지 않았다. 특히 관저에 진입한 여학생들을 수십분간 방치하기도 했다. 이는 외교사절 공관과 관저의 불가침을 규정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 위반이다. 더 큰 문제는 한미관계에 미칠 파장이다. 북한 핵 협상이 삐걱거리는 가운데 한미는 대북·대일 정책과 방위비 분담금, 통상 문제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양국이 과연 동맹관계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잖아도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잘못된 북핵 합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때 반미시위가 격화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정책 결정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시리아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반미시위를 방치하면 안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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