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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다' 고령화 사회와 노인 빈곤...삶의 딜레마...씁쓸하고 진한 여운

KBS 드라마스페셜 2019의 네 번째 작품 ‘그렇게 살다’가 고령화 사회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고찰해보는 시간을 선사하며 공영의 가치를 전했다.

/사진=KBS 드라마스페셜_그렇게 살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 드라마스페셜 2019 ‘그렇게 살다’(연출 김신일, 극본 최자원)는 선을 넘어선 선택의 기로에 선 퇴직 형사 최성억(정동환)의 이야기를 통해 고령화 사회와 노인 빈곤 문제를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이에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드라마스페셜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라는 드라마 팬들의 뜨거운 호평이 이어졌다.

어둠이 내려앉은 초저녁, 누군가를 내려다보고 있는 성억.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처절한 숨소리를 내고 있는 병모(김기천)다. 온몸으로 고통을 표현하며 경련을 일으키는 병모가 도움을 요청하듯 간절히 성억을 바라보지만, 미동도 없는 그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7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강력계 형사로 40년, 경감으로 퇴직하기까지 청렴하게 살아왔지만, 성억의 현실은 막막했다. 치매 환자인 아내 태숙(이칸희)은 병원비 장기 미납으로 퇴원 통보를 받았고, 공무원 퇴직 연금에 낡은 아파트 임대 보증금까지 빼서 아들 사업 자금을 대주고 생활비로 빼 쓰다 보니 어느새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인 상태. 성억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후배 홍경위(박용)가 근처 상가의 경비 자리를 알아봐 줬지만, 그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현재 경비직을 맡고 있는 병모가 자리를 비켜줄 수 없다는 것. 만성 천식에 폐암까지 앓고 있으면서도 아픈 아내를 위해 죽는 날까지 돈을 벌어야 한다며 물러나달라고 애원하는 병모의 처지 역시 딱했다.

경비직을 포기한 성억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인적이 드문 거리에 쓰러져 발작을 일으킨 병모를 발견한 것. 며칠 전에도 우연히 병모를 구해준 적이 있었던 성억은 그의 코에 흡입기를 대어주려다가 망설였다. 그때 구해주지 않았다면 돈이 필요한 병모의 가족들은 사망보험금을 받았을 테고, 성억 역시 바라는 경비 자리를 차지했을 거라면서 “날 왜 구했소? 그냥 가게 두지.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을 텐데”라고 했던 병모를 떠올린 것. 결국 성억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병모가 죽고, 자연스레 경비 자리를 차지한 성억.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것에 안도했지만, 위기는 끝난 게 아니었다. 형사 시절의 성억에게 검거됐던 범죄자 박용구(주석태)가 그날 밤 일을 모두 목격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온갖 나쁜 짓을 했지만 사람은 죽이지는 않았다면서 “우리 중 누가 더 나쁜 놈이에요?”라며 성억을 자극하는 용구는 그날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을 내밀며 경비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전과 이력 때문에 용구 역시 제대로 된 일을 구하기 쉽지 않았고, 경비직을 노리고 있었던 것.

“사정이 있었다”라는 성억에게 용구는 과거에는 “사정이 있어도, 모두가 그렇게 사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말문을 막았다. 그런데 협박을 이어가던 용구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한눈을 판 순간, 성억이 그를 밀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손에 잡힌 돌로 용구의 머리를 가격한 성억.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는 용구를 보며 본능적으로 119를 부르려 했지만, 이내 휴대폰을 닫았다. 경비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살기 위해 용구를 외면하기로 결심했을 터였다.



결국 성억이 사는 낡은 임대 아파트의 놀이터에서 용구는 목숨을 잃었다. 성억은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놀이터를 찍는 CCTV의 영상을 빼돌리고는 제게 불리한 증거들과 함께 불에 태웠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계와 지갑을 용구의 주머니에 넣었고 용구의 나이프로 제 옆구리를 찔렀다. 성억 자신을 온전한 피해자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음 날, 칼에 찔려 쓰러진 성억과 죽은 용구가 발견됐고, 사람들은 평생을 청렴하고 결백하게 살아온 퇴직 형사의 무고를 믿었다.

성억에게 앙심을 품은 범죄자의 주도면밀한 사건으로 둔갑해버린 용구의 죽음. 그러나 성억의 마지막 이야기 역시 참담했다. 아파트에서 유일하게 오래된 TV를 사용하는 성억의 집에 놀이터 CCTV 화면이 그대로 생중계됐고, 치매 환자인 아내 태숙이 이를 모두 지켜본 것. 성억이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병원으로부터 태숙의 임종 소식이 들려왔다. 사람답게 살고자 사람답지 못한 선택을 해버린 성억이 터뜨린 포효에 가까운 울음은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먹먹하게 만들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던 경찰 시절의 표창들 대신 태숙의 영정 사진만이 걸린 낡은 임대 아파트. 그곳에 혼자 남아, 그럼에도 살아가기 위해 묵묵히 밥을 먹는 성억의 뒷모습이 포착된 이날 방송의 엔딩은 ‘고령화 사회와 노인 빈곤’, 그리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

KBS 드라마스페셜 2019 이후 작품은 15분 늦춰진 매주 금요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된다. 다섯 번째 작품 ‘스카우팅 리포트’, 오는 10월 25일 금요일 밤 11시 15분 KBS 2TV 방송.

최재경 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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