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웃집 경찰관]"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하는데 매뉴얼로만 대응?…젠더 감수성이 중요하죠"

손병도 노원경찰서 학대예방전문경찰관

손병도 노원경찰서 경위가 가정폭력을 주제로 한 청소년 그림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성형주기자




“10년 동안 남편한테 맞고 살던 여성에게 상담을 권유했는데 상담을 한 후에 펑펑 울더군요. ‘지금까지 왜 이걸 몰랐을까’ 하면서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지난 15일 서울 노원경찰서 인권보호상담실에서 만난 손병도 경위는 가장 인상에 남는 상담사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상담실에서 손 경위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만나 삶의 새로운 희망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손 경위는 올해 상반기 가정폭력 신고에 따른 긴급임시조치 43건, 임시조치 67건 등에서 최다를 기록했다.

손 경위는 학대예방경찰관(APO)다. APO는 가정폭력과 노인·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사후관리를 통한 재발방지 업무를 전담하는 경찰관이다. 학대가 재발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정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폭력 피해자에 대해선 응급조치와 긴급 임시조치, 상담과 심리치료도 한다.

손 경위가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만나며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관련 법 자체를 모른다는 점이다. 손 경위는 “상담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면 피해자는 이혼 등 비용 문제부터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되신다”고 말했다. 이어 손 경위는 “그러면 가정폭력 특례법과 가정폭력 방지법이라는 법과 제도를 통해 피해 여성들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남편에게는 접근금지 처분을 내리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 드리면 조금이나마 안심하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경위는 상담만으로는 더 많은 피해 여성들에게 다가가기 어렵다고 보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 가정폭력 피해상담 및 예방을 위한 홍보 캠페인을 직접 기획해 지자체 등과 협력에 나섰다. 지난해 노원구를 비롯한 서울 15개 자치구에 위기가정 통합관리센터가 설립된 것에 착안, 가정폭력 피해상담 및 예방을 위한 홍보 캠페인을 직접 기획해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가정폭력 예방·대응활동을 지자체와 함께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기존 가정폭력 대응지침이나 매뉴얼대로만 하기보다는 창의적인 기획도 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성형주기자


가정폭력 상담 장려뿐 아니라 손 경위는 가정보호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캠페인도 실시했다. 가정보호사건이란 피해자가 폭행을 한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원칙에 따라 가정폭력 형사사건을 ‘보호사건’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손 경위와 같은 APO는 가정보호사건에 대해선 수시로 모니터링해가며 상황 개선이 되는지 확인해간다.

손 경위는 상시 모니터링처럼 소극적일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또 지자체에 ‘행복나들이’ 프로그램 기획을 제안했다. 가정보호사건의 부부를 4~5쌍 지정해 인근 산이나 공원으로 가서 함께 명상하고, 부부 서로 발을 씻겨주는 등의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3회 진행됐고, 1~2회는 경찰 단독으로 진행했지만 지난해 3회는 위기가정통합지원센터 차원의 공동체치안으로 확대운영됐다. 손 경위는 “산으로 가는 버스에선 부부들이 각자 반대편을 바라보며 아무말도 없이 조용히 가는데, 신기하게도 정말로 갔다가 돌아오는 버스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며 “그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부들 중에서 다시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는 신고는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성공사례를 본 일부 구청과 일선서에선 손 경위에게 문의전화를 걸며 벤치마킹을 준비하고 있다.

손 경위는 APO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젠더 감수성’이라고 강조했다. 젠더 감수성이 있어야지만 남녀를 떠나 담당 경찰관이 피해여성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손 경위는 “APO의 매뉴얼을 매일같이 복습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젠더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면서 젠더 감수성을 키우는 데는 중고등학생인 두 딸이 큰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딸들에게 가끔 ‘너무 늦게 다니면 여성은 위험하다’거나 ‘여름에 너무 짧은 바지는 입지 말지 말라’고 하면 곧바로 ‘아빠, 그런 말 하면 안 된다’는 말이 돌아온다”며 “남성과 여성이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