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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수익악화→재원부족 악순환…중소보험사 '매물폭탄'[기준금리 사상 최저]

보험사 매출성장률 4년째 '0%'

"더 나빠지기전에 팔자" 매물 늘어

산은, KDB생명 네번째 매각 시도

동양생명·더케이도 M&A 저울질





초저금리 시대 진입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우울한 풍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말 네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선 KDB생명 외에 저금리·저성장 장기화, 오는 2022년 도입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의 규제 강화로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잠재 매물이 추가될 것이라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은 최근 ‘2020년도 보험 산업 전망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보험 매출 성장률이 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대로라면 국내 보험사의 수입보험료 규모는 202조원 수준에서 4년째 정체되는 셈이다. 생보사들의 보험영업현금흐름은 올 상반기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손보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금리 인하 추세는 보험사에 최대 악재로 꼽힌다.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의 운용자산 수익률이 낮아지고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 부담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IFRS17과 K-ICS가 시행될 경우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야 해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는 만큼 내년에는 추가 증자가 필요할 가능성도 높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연내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도 갈수록 악화하는 보험 업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KDB생명에 대해 “추가 이익을 기대해 보유하는 것보다는 원매자가 있을 때 파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업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저금리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더 많은 보험사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거론되는 잠재 매물은 생명보험 업계의 경우 동양생명과 ABL생명, 손해보험 업계의 경우 더케이손해보험·MG손해보험 등으로 조만간 매각 작업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하지만 보험업에 대한 비관적 평가를 감안하면 확실한 브랜드 가치와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어급 매물이 나오지 않는 이상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본격화될 보험사 M&A 대전의 향배를 점치는 데 이미 매각 작업이 본격화한 KDB생명이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KDB생명의 체질이 개선된 만큼 세 차례 매각 시도가 번번이 무산됐던 과거와는 다르다는 전망과 매각주체인 산업은행과 인수후보 간 가격 격차가 여전히 커 또다시 무산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비관론이 다소 우세하다. 한 생보사 대표는 “자본확충 부담을 고려하면 2,000억~3,000억원도 비싸다는 게 중론인데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업계 판도를 바꿀 만한 대어급 매물도 아닌 KDB생명을 인수할 만한 매력이 크지 않다”며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투자액을 포함하면 1조2,500억원에 달하는데 아무리 가격 눈높이를 낮췄다고 해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서는 헐값매각 비판이 제기될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보험 중심의 비은행 부문 강화가 절실한 금융지주들의 참전으로 우량 보험사 인수를 위한 쟁탈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금융지주들의 가세 여부에 따라 KDB생명 매각 작업이 보험 M&A 시장의 열기를 높일 하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최대주주(안방보험)가 내년 2월 중국 정부의 위탁경영 종료와 함께 변경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르면 올 하반기에는 매각 관련 밑그림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손보 업계에서는 더케이손해보험이 가장 유력한 잠재 매물이다. 대주주인 교직원공제회가 100% 자회사인 더케이손보에 대한 증자, 투자자 유치, 매각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올해 말까지 경영진단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초 컨설팅 수행사인 삼정KPMG는 잠재 매수 후보자들에게 수요예측을 위한 티저레터(투자안내문)를 보내기도 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다음달 초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받고 그 결과를 토대로 증자부터 투자 유치까지 시나리오별 타당성을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충분하다면 이르면 올해 말 매각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고 경영개선계획 이행을 추진하고 있는 MG손해보험도 잠재 매물로 꼽힌다. 계획안에서 밝힌 대로 다음달 말까지 새마을금고중앙회의 300억원을 포함해 JC파트너스·리치앤코 등에서 총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해야 하는데 자본확충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다시 매각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잠재 매물 대부분은 적정가격을 제시하는 원매자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만 서면 매각을 공식화할 회사들”이라며 “2016년 LIG손보(현 KB손보), 2018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처럼 금융지주와 대형 PE가 대거 참전하는 인수전이 본격화할 경우 매물 목록은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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