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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서치] 신남방 협력, 경제 넘어 정치·사회로 넓혀야

홍석준 목포대 교수·문화인류학

■한달 앞 다가온 한·아세안회의

수출시장 다변화로 목표 국한땐 신남방정책 '말잔치'에 그칠수도

동남아와 문화·인적 교류 가속...양자관계 새차원 업그레이드 필요

'사람·평화·상생번영' 이념 맞게 실질적 협력 구축 방안 논의해야

홍석준 목포대 교수




오는 11월25~26일 이틀간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11월27일에는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부산에서 각각 개최된다.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지속적인 협력체제 구축을 위해 ‘한·아세안 ICT 융합 빌리지’ ‘아세안유학생 융·복합 거점센터 건립’ 및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 등과 같은 특별정상회의 후속 사업들도 지속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17년 11월 ‘신남방정책’을 새로운 외교 정책으로 공식 천명한 바 있다.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번영(Prosperity) 등 소위 ‘3P’를 이념적 기반으로 하는 이 정책은 동남아국가 및 인도와의 교류와 협력 수준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같은 한반도 주변 4대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18년에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심각하게 논의되지 않았던 새롭고 혁신적인 정책인 탓에 그 지향점이 무엇이며 어떤 영역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실천돼야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신남방정책이 단순히 ‘교역’이나 ‘경제’의 차원만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중국·일본 위주에서 벗어나 교역 및 경제활동의 영역을 아세안을 포함한 동남아 지역으로까지 확대하고 동남아 지역과의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교역이나 경제 영역으로만 이해될 경우 신남방정책은 한국 외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청사진이라기보다는 기존 정책을 수사학적으로 변형시킨 ‘말 잔치’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또 교역 또는 경제적 교류로 축소된 이해 방식은 신남방정책의 핵심적인 이념적 기반인 ‘사람’ ‘평화’ ‘상생번영’과도 괴리된다.

지난 6월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 아세안위크 개막식에서 아세안 각국 공연팀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아세안위크는 한-아세안센터가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마련한 행사다. /연합뉴스


2000년대 이후 한국과 동남아 사이의 교류와 협력은 교역이나 경제적 교류와 협력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동남아는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해외 지역이며 매년 수만명의 한국 젊은이들이 영어 연수를 위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동남아 출신 국제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이주여성’은 한국 다문화사회의 중심축을 구성하고 있으며 동남아 학생들에게 한국은 중요한 유학 대상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가장 활발하게 전파되고 한국의 ODA 공여와 교류 협력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 중 하나가 이곳이다.

신남방정책이 2000년대 이후 한국과 동남아의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 가속화를 반영하고 있다. 두 지역의 경제뿐 아니라 정치안보, 사회문화적 관계가 중시돼야 하는 이유다. 신남방정책은 한국 외교의 대상으로 심각하게 인식되지 않던 동남아와의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할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강대국이 아닌 세계의 대다수 약소국, 지역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고 서로 어떤 지향점을 구축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청사진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특히 ‘사람 중시’의 ‘상생번영’과 ‘평화’를 추구하는 신남방정책의 기본 정신과 핵심 가치는 양자 간 교류와 협력의 미래지향적 패러다임이며 앞으로 더욱 더 발전시켜나가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라는 사실을 올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신남방정책의 수립과 실행의 맥락을 파악하고 그것이 고려해야 할 정책적 지향이 무엇이며 이에 대한 동남아국가들의 시각이 어떠한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신남방정책을 균형 있게 바라볼 관점,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방안, 정책 시행 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과제, 동남아 연구결과의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신남방정책이 발표된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그것이 학계의 담론으로 뿌리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런 점에서 신남방정책과 관련한 기존 논의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이를 발전적으로 이해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람 중시’의 상생번영과 평화 공동체 구축이라는 이념적 지향의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성격을 고려할 때 신남방정책은 한국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쌍방향의 상호 호혜적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이러한 다각적이고 다차원적인 검토를 위해서는 동남아가 놓여 있는 현재 상황, 2000년대 이후 한국과 동남아 사이에서 전개된 상호 관계의 형성과 변화 양상에 대한 역사적·문화적 맥락에 대한 심층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존 논의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신남방정책의 방향과 지향을 통합적·호혜적·역사적으로 바라보려는 이러한 분석적 시도를 통해 신남방정책 수행에 있어 동남아 연구가 가질 수 있는 의미가 무엇이고 동남아 연구가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올해 11월 말 부산에서 개최되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단지 ‘교역’이나 ‘경제적 교류’의 제한된 영역에서 벗어나 ‘사람 중시’의 상생번영과 평화 등 이른바 ‘3P’의 우호적인 친선관계와 실질적인 협력관계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 한·메콩 상생번영과 평화를 위한 우호와 협력 방안 및 정책 대안 등의 논의를 보다 확장하고 심화하는 최초의 정상회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또한 이를 통해 아세안과 한국의 관계가 더 깊어지고 이를 계기로 양자 간 교류와 협력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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