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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성과급 반토막…삼성전자 '씁쓸한 50돌'

주력 반도체 실적악화·계열사 구조조정 등 경영환경 악화

축제에도 내부 분위기 암울 "기념식 외부행사 없이 조용히"

10년전 이건희 '비전2020' 이을 '비전2030'제시 없을 듯





삼성전자가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씁쓸한 50주년을 맞는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지만 50주년 기념식은 별도의 이벤트 없이 조촐하게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창립 50년이라는 상징성이 있음에도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으며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고 글로벌 수요감소에 따른 실적악화로 사업부 성과급이 최대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분위기가 살지 않고 있다. 여기다 일부 계열사의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어 박수를 치며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에 지난 10년은 글로벌 IT 기업으로 도약한 시기”라며 “식어버린 50주년 열기에 삼성전자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고 전했다.

15일 재계와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0주년을 맞는 다른 장수기업과 달리 기념사업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기는 했지만 외부적으로 보이는 활동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에 ‘50돌’은 큰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창립을 축하하는 의미를 넘어 그동안 축적한 역사를 바탕으로 ‘백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기에 적합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50주년을 맞는 장수기업들은 연초부터 TFT를 꾸리고 그해 연초부터 대내외적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회사가 지나온 50년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한편 브랜드 리빌딩을 통해 다음 50년을 꾸려갈 원동력을 고취시키기 위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창립 기념식을 통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며 다음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의 비전을 밝히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50주년의 의미는 일찌감치 퇴색해버렸다. 창립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기는커녕 50주년을 맞아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비전을 선포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게 내부의 관측이다. 애초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창립 40주년인 지난 2009년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이건희 회장이 기념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비전 2020’을 잇는 ‘비전 2030’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40주년 기념식에서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연매출 4,000억달러(당시 기준 약 473조원), 브랜드 가치로 세계 5위 안에 들겠다’고 선포했다. 10년이 흘러 ‘비전 2020’ 계획이 내년에 만료되지만 이를 잇는 새로운 비전 선포에 대한 준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비전 2020의 경우 창립 30주년 당시 내걸었던 ‘10년 후 매출 100조원 돌파, 정보기술(IT) 업계 3위 진입’을 달성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선포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비전 2020보다 후퇴한 목표를 제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매출은 2,000억달러(약 235조원)를 간신히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50주년을 맞아 새 비전을 내놓기 어려워진 배경에는 목표 달성 여부 외에도 다양한 대내외적 변수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으로 내년 경영계획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내적으로는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등 핵심사업부들에 예년의 최대 절반 정도만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8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3·4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7,00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보다 높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9%, 56.18% 감소한 수치였다.

이에 이 부회장은 회사 전체의 비전이 아닌 사업분야별로 투자계획을 밝히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았다. 반도체 비전 2030을 두고 외부에서는 10년 만의 비전 2020을 잇는 선언을 내놓았다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를 전사적인 차원의 비전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이달 10일 발표된 삼성디스플레이의 향후 5년간 13조원 투자계획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창립 40주년도 별도의 외부 행사 없이 조용히 치렀고 50주년 행사도 사업부별로 기념식이 진행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대대적인 창립 기념행사를 연 지 오래됐다. 1988년 3월22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임직원 1만여명이 모여 대규모 창립 50주년 행사를 연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8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10년 단위로 열리는 기념식 모두 별도의 외부 행사 없이 치러졌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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