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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창조의 등대' 백남준 기리다

영국서 최대규모 회고전 17일 개막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작품 첫 재현

기계화 시대 예견 TV로봇

구글안경 원조 TV안경 등

주요작품 200여점 엄선

백남준의 2005년작 ‘자화상’.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소장품이다. /사진제공=TATE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1932~2006)은 지난 수백 년과는 전혀 다른 21세기형 예술이 펼쳐질 것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이미 1970년대에 인터넷과 SNS·유튜브 등의 미래상을 먼저 고안했던 그다. 지난 1993년 한스 하케(83)와 함께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작가로 선정된 백남준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가 그린 르네상스의 걸작 ‘시스틴 성당’의 벽화를 신기술로 다시 만들고자 했다. 40개의 비디오 프로젝터를 설치했고 현란한 영상과 빛의 쇼를 선보였다. 전시장 주변은 역사적 인물을 재현한 그의 ‘TV로봇’들이 에워쌌다. 비엔날레의 최고영예인 황금사자상이 백남준의 품에 안겼다.

백남준의 1965년작 ‘자석TV’. 미국 뉴욕의 휘트니미술관 소장품이다. /사진제공=TATE


◇주요작 200여점 엄선한 백남준 사후 최대 회고전= 26년 전 백남준의 ‘시스틴 성당’이 다시 태어났다. 이탈리아가 아닌 영국에서다. 영국 국립미술관인 런던 테이트모던은 15일 오전(현지시간) 언론간담회를 열어 백남준 사후 최대 규모의 회고전을 공개했다. 음악을 전공한 백남준의 초기 작곡부터 시기별 주요작품 200여 점을 엄선했다. 이 가운데 절정을 이룬 작품은 단연 ‘시스틴 성당’이었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때 선보인 후 이 작품이 재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전시됐던 ‘몽골리안 텐트’도 함께 놓여 창의력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백남준의 위용을 과시했다. 이번 전시는 17일 공식 개막해 내년 2월 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백남준이 1974~77년 작업한 ‘TV가든’, 독일 뒤셀도르프의 NRW쿤스트컬렉션 소장품이며, 경기도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도 ‘TV정원’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사진제공=TATE


맨 먼저 기술과 자연의 생태적 조화를 주장했던 백남준의 대표작 ‘TV가든’이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을 맞는다. 무성한 식물들 사이에 TV를 설치해 영상이 마치 꽃처럼 빛나게 한 작품이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NRW쿤스트컬렉션 소장품을 어렵게 대여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가 같은 작품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열린 백남준의 첫 개인전인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도 부분적으로 재현해 전설적인 작가의 실질적인 작품 세계를 근접해 보게 했다. 1964년에 만든 ‘로봇 K-456’은 백남준의 첫 로봇이자 뉴욕에서 두 발로 걸으며 ‘로봇 오페라‘ 공연을 펼쳤던 중요한 작품이다. 첼리스트 샬롯 무어맨과의 협연을 위해 제작한 ‘TV안경’은 오늘날 ‘구글안경’의 원조가 됐다. 백남준의 창의력이 만들어낸 산물은 ‘TV브라’ ‘TV첼로’ ‘TV침대’로 이어지고 기계를 인간화한 ‘TV로봇’에까지 이르렀다. 이 외에도 ‘TV 부처 1974’ 와 ‘하나의 촛불 1989’ 등 불교와 도교의 선(禪)사상 등을 접목한 작품들은 백남준이 동서고금의 사상적 배경과 미래적 기술을 접목한 선구적 작가임을 확인시킨다.

백남준의 첫 로봇인 1964년작 ‘로봇 K-456’. 독일 국립 함부르크반호프 현대미술관의 프리드리히 크리스티안 플릭 컬렉션 소장품이다. /사진제공=TATE




◇유럽에서 빛난 한국의 자부심= 이번 전시는 멀리 유럽에서 열리는 것이지만 한국인의 자부심이 남달리 빛난다. 우선 작가 백남준이 한국인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숙경 테이트 수석큐레이터도 한국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최연소 학예사였던 그는 지난 1998년 영국 연수를 떠나 박사과정을 밟았고 진입 장벽이 높은 테이트미술관에 입성한 최초의 동양인 큐레이터가 됐다. 그는 지난 2010년 12월 테이트의 리버풀지역 분관인 테이트 리버풀에서 ‘백남준’ 전을 기획해 막을 올렸다. 테이트가 아시아 작가 회고전을 연 것은 처음이었다. 유럽에서는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해 영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소했던 백남준을 재조명한 의미 있는 전시였다.

백남준이 1965~2002년 실험과 제작을 거듭한 ‘닉슨(Nixon)’.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테이트미술관이 구입했다. /사진제공=TATE


여기에 현대자동차가 지원군으로 가세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4년 테이트모던과 11년 장기 후원계약을 체결하면서 백남준 작품 구입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남준의 작품은 독일과 프랑스, 미국 등 주요미술관에 소장돼 있으나 테이트에는 한 점도 없었다. 테이트는 백남준의 1963년작 ‘깡통 자동차(Can Car)’부터 2005년작 ‘빅트롤라(Victrola)’까지 시기별 주요작품 9점을 구입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닉슨’도 당시 테이트가 사들인 것 중 하나다. 현대차는 또 지난 1월 테이트미술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현대 테이트 리서치센터:트랜스내셔널’을 설립했다. 지역 경계 없이 전 세계 미술관·기관과 협업해 통합적 연구를 수행하는 곳으로 이숙경 큐레이터가 센터장을 맡았다.

이번 회고전은 영국 전시를 마친 뒤 공동기획 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네덜란드와 싱가포르 등지로 세계 순회전에 나선다. 백남준 사후 굵직한 미술관 회고전이나 작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미흡했던 만큼 국내외 미술계는 이번 전시가 작가 백남준의 가치를 새롭게 재조명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런던=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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