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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보조금에 기댄 대중교통 10년 못버텨...국가 모빌리티 틀 새로짜야"

<김현명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

도입 15년된 준공영제론 서비스 혁신·원가절감 힘들어

공공성 과도...민간참여 가로막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

전세계 이동수단 혁신중인데 우리만 공급중심 머물러

빅데이터·AI·IT 없는 대중교통 시스템 진화는 불가능





김현명 명지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 주도의 공급자 관점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대중교통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현기자


최근 중국 항저우에서는 알리바바가 개발한 첨단기술이 도시교통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알리바바의 인공지능(AI) 시스템 ‘시티 브레인(City Brain)’이 도시 전역의 교통정보를 수집해 실시간으로 제어함으로써 시민 불편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낡은 틀에 의존하는 대중교통 인프라에 승차공유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모빌리티 산업혁명의 낙오자로 전락할 처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바람직한 대중교통 시스템과 미래 자동차의 경쟁력에 대해 김현명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스마트 모빌리티 개발센터장)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의 명지대 자연캠퍼스 연구실에서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교통 인프라의 중요성은 커지게 마련이다. 우리 국민들은 전반적인 교통서비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통시스템의 역할은 사람이나 화물이 빠르고 저렴하고 편안하게 이동함으로써 통행 후 사회경제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과거에는 교통 인프라의 역할이 주요 사회경제활동 거점을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연결하는 데 머물렀다. 하지만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국민의 눈높이도 한층 높아졌다. 이제는 교통 인프라나 시스템의 투자 목표나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특히 국민이 기술 변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교통 인프라를 공급하자면 의사결정의 거버넌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명 명지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 주도의 공급자 관점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대중교통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현기자


-우리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효율성보다 교통권 보호에 더 치중해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교통서비스가 국민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지원하는 공공재라고 본다면 교통권 보호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공공부문만으로는 다양한 서비스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민간 교통 공급자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더욱이 현재의 시스템은 교통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효율성과 교통권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사회간접자본(SOC) 시설과 교통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과도한 재정에 의존하는 대중교통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보조금 누수 현상도 심각한 수준인데.

△공공재의 특성상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해마다 증가하는 대중교통 보조금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보조금으로 낮은 요금을 유지하다 보니 민간 서비스가 시장에 새로 진입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 모빌리티 시장 형성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에 지불한 만큼 좋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성 없는 버스 노선은 운행 빈도를 줄이거나 폐지되기 때문에 국민의 교통권이 오히려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현명 명지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 주도의 공급자 관점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대중교통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현기자


-대도시에서 운영되는 준공영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농어촌 등 중소도시의 대중교통은 자립기반을 상실했다고 보는데.

△2004년 도입된 준공영제는 환승 편의성 측면에서 나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이야말로 준공영제에 대한 조정이나 개편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도시마다 큰 격차를 드러내는 보조금에 대한 해결 방안이 시급하다. 보조금 규모가 상당히 커지다 보니 향후 몇 년 내에 지방자치단체에 큰 재정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농어촌 등 중소 도시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과도한 보조금에 기댄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10년 내에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준공영제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의 대중교통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한 시점인데.

△일부 지자체가 개선방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준공영제 중심의 체제에서는 공급 주체들의 원가 절감 동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요한 방향의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정부가 1인당 수송 비용을 전국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모든 대중교통 노선과 구간에 대한 수송비용 분석을 기초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버스 노선을 폐지하고 100원 택시 등으로 교체하는 식의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효율성 지표를 따져 생산성부터 끌어올리자는 얘기다. 대중교통 서비스 공급체계를 바꾸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대중교통 매출액이 연간 12조원 안팎인데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극단적으로 확대해 비용 전체를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하고 모든 대중교통의 무료 탑승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는 효과가 크지만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최근 수요자 중심의 교통서비스를 의미하는 ‘MaaS(Mobility as a Service)’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교통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해야 하나.

△MaaS란 시민이 이동의 주체임을 자각하고 교통서비스의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데 따른 공급자의 응답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나라와 도시마다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적용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는 수요 다변화에 따른 효율적 대응이 중요하다면 농어촌은 최소한의 교통 서비스를 양질로 공급하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도시에서는 지하철 효율성을 바탕으로 버스와 신 교통수단의 역할 분담을 최적화하고 농어촌의 경우 수요대응형 수단의 공급 확대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계적으로 이동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 오히려 모빌리티 혁신에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이 근본문제라고 보나.

△새로운 모빌리티 시스템은 이용자 중심의 구조에 시스템 가변성 확대, 서비스 차별화에 따른 탄력적 요금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중앙 집중적, 공급자 중심적 대중교통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이러다가는 20세기의 우등생이 21세기의 열등생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다 보니 공급 방식의 제약이 많아 시대 변화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뿐더러 모든 수요에 일일이 맞추는 것도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정책당국이 이런 시대 흐름을 인식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승차공유제 혁신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 혁신을 택시 위주로 한다는 지적이 높다.

△택시도 새로운 모빌리티 시스템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지만 마치 모빌리티 산업 전체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다. 세계가 다양한 모빌리티 혁신을 시도하는 가운데 우리는 지난 3년간 택시 문제에만 매달려왔다.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내놓은 방안도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기계적인 타협 도출에만 매달렸다. 택시와의 상생 방안이 미흡한데다 지자체의 정책 지원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버스나 전동킥보드·자전거 등 다양한 수단의 개편과 도입 문제도 모두 택시 이슈에 가려져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산업을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한 큰 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모빌리티 전담부서를 만들어 유관부처와 협업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할 때다.

-국내 공유차 업체들은 정부 규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하나.

△글로벌 업체들의 성장에 맞서자면 우리 기업들도 빨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교통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해외 성공사례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은 문제다. 부당한 규제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볼 수 있다. 서울 등 대도시로 공급 권역을 한정해 접근하는 것도 문제다. 레드오션인 대도시에서만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 말고 교통서비스 공백이 확대되고 공공의 부담이 커지는 지방 시장에 진입해 공공성과 기업이익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미래의 대중교통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돼야 하나.

△세계 각국이 대중교통의 건설·운영에서 실용화된 솔루션을 확보해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상황이다. 민간의 자료 공유가 제한적인데다 공공기관 데이터도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빅데이터 구축이 뒷받침되지 않고, 관련 AI 기술 개발도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이용하는 프로젝트를 국가 중심으로 추진해 우리 현실에서 가능한 성과부터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교통카드 데이터를 이용해 1인 수송당 필요 비용이나 에너지 지표를 전국적으로 관리하거나 대중교통 서비스 수준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계량하고 공개함으로써 기업이나 개인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관계자들이 빅데이터와 AI·IT가 없는 대중교통 시스템의 진화는 불가능하다는 사실부터 수용해야 이런 변화가 가능해진다.

-자율주행차로 대변되는 미래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래차 경쟁력을 키우는 데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 같은 산업 격변기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자동차라는 상품과 이동 서비스가 어떻게 소비돼야 하는지 큰 패러다임을 먼저 그려야 한다. 앞으로 20년 뒤 우리 국민들에게 자동차가 어떤 역할을 할지 큰 그림을 고민하고 이를 기초로 우리에게 필요하고 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어떻게 소비될 것인지 예측에만 관심이 있을 뿐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자동차를 위해 도로를 짓는 시대가 아니라 충전 시설이나 IMS(Intelligent Mobility System) 환경을 구축해야 할 시대다. 도로 재원을 이런 시설로 전환해 지방 교통망을 첨단화·친환경 구조로 바꿔 신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기계 자동차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발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He is…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농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다. 2008년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I)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AIT 조교수를 거쳐 2017년부터 명지대 스마트 모빌리티 연구센터를 설립해 센터장을 맡고 있다. 2018년부터 ‘스마트 모빌리티 2.0 이니셔티브’를 조직해 국내외 관련 기관의 협업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미래교통시스템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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