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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엄마를 응원해]"조금 특별한 아들과...달팽이 걸음으로 함께 성장 중이죠"

■한부모가정 수기공모 입선 - 김정아씨

조산에 생후 34일만에 품에 안은 아들

자폐성 장애 판정후 힘든일 많았지만

돌아보면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행복

청각장애 아이들 농통역 일하며 보람도

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찍은 정아씨의 아들. /사진제공=김정아씨




“‘낳을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 묻더라고요. 저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는데 여러 번 같은 말을 들으니 짜증이 났어요. ‘장애가 있는 아이는 태어나면 안 되는 거냐. 그만 얘기하라’며 화를 냈어요. 아이가 태어나서 죽을 수도 있고, 장애를 가지거나 기형일 수도 있다고 쓰인 종이에 홀로 사인을 하고 2014년 2월5일 오전 7시58분 제왕절개 수술로 아들을 낳았죠. ”

본지와 한샘이 공동 주관한 ‘제1회 한부모가정 수기공모전’에서 입선한 김정아(44)씨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힘들었던 임신과 출산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미혼모였던 김씨는 임신 기간 받은 산부인과 검사에서 기형아 출산 확률이 높게 나왔다. 의사는 양수 검사를 권했지만 김씨는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결과가 어떻든 무조건 낳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임신 8개월째 병원에 간 그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임신중독증에 단백뇨가 빠지고 있었고, 불안감으로 잘 먹지 못한 탓에 아이는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크기였다. 양수가 굉장히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는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결국 예정보다 빨리 출산해야 했고, 김씨는 그렇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을 얻었다.

예정보다 빨리 태어난 아이는 34일간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했다. 만져보지도 못하고 유리벽을 통해서만 봐야 했던 아이를 34일 만에 처음 안아본 순간을 김씨는 “설렘 그 자체를 느낀, 아들을 키우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아이는 자라면서 남들과 달랐다. 옹알이를 반복하기도 했고, 양육자와 떨어지면 분리불안으로 울어야 하는데 울지를 않았다. 김씨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고, 검사 결과 아이는 자폐성을 가진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막상 서류로 아이의 장애를 통보받았을 때는 그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김씨는 “아이가 세 살이 지나 장애 심사를 받았는데, 알고 있었지만 막상 서류로 확인하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그날 밤새 울어 출근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조금 특별한 아들로 인해 엄마인 김씨 역시 특별한 경험을 많이 했다. 무언가에 꽂혀서 사라진 아들을 찾다가 지쳐 목놓아 울기도 했고, 아이의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죄인이 돼 사과해야만 했으며 경찰차를 타는 일도 있었다. 그렇지만 힘든 것은 순간이었다. 김씨는 “솔직히 매일매일 아이와 눈 마주칠 때마다 모든 게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잠들 때까지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특별하다는 것이다.

현재 김씨는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농통역 일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시설과 노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장애인 복지에 관심을 가진 김씨는 장애 관련 대학에 입학했고, 졸업 후에도 장애인들을 만나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김씨는 “아이를 낳기 전에도 장애인 학교에서 일을 했는데, 중학생 아이를 물고 뽀뽀할 정도로 제 눈에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너무 예뻤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애정이 큰 그에게 지금 하는 일은 적성에도 잘 맞을 뿐 아니라, 다른 직장에 비해 시간 활용이 그나마 자유로운 편이라 혼자 아이를 키우는 그에게 더욱 적합하다. 아들보다 빨리 오고 방학도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은 아이가 6살이 돼서 병치레가 덜하지만 5살까지는 병치레가 많았다”며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 빼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데 이 일은 그렇지 않아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수기에서 ‘아이는 느린 달팽이걸음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엄마도 달팽이걸음으로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표현했다. 아이와 어떻게 달팽이걸음으로 함께 성장하고 있는지 묻자 그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달팽이라고 한다”며 “발달장애 아이들은 100번을 가르치고 습득해야 넘어간다.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로 여러 번 반복하고 하나가 늘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저 스스로도 엄마가 됐다고 갑자기 살림과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아이가 먹고 맛있어하면 ‘잘 먹는구나’ 하면서 한 번 더 만들게 되고, 다른 방법도 시도해보게 되는 거 같아요. 아이와 같이 놀아주면서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고 노는 방법도 찾아보면서 저도 아이랑 같이 크는 거 같습니다.”

김씨에게 본인처럼 자폐 성향을 가진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들에게 혹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물었다. “저보다 어려운 분들도 많을 텐데 딱히 할 말이 없다”고 고사하던 김씨는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처음 엄마가 됐을 때 저를 위로했던 말이 있었어요. ‘신이 모든 곳에 계실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드셨다’는 유대인의 말인데요. 신이 이 아이를 제게 보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아이도 저도 서로가 있어서 감사한 것 아닐까, 위안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도 이 말을 전하고 싶네요.”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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