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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 치안시스템의 대전환]"국가경찰-자치경찰 상호 견제...시행착오 최소화 힘써야"

<5·끝>전문가 좌담

<참석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고기철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

사회 : 성행경 사회부 차장

자치경찰은 지방자치 연장선...주민밀착 치안서비스 길 열려

농어촌 등 지역에 따라 신분·처우 차별 안받도록 법에 명시

업무관할권 등 발전적 방안 도출...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

황문규(왼쪽부터)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기철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이 한국형 자치경찰 모델 구축을 주제로 서울경제 대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갖고 있다./권욱기자




자치경찰은 지방자치의 ‘마지막 퍼즐’이다. 지방분권을 실현하려면 중앙집권적인 경찰력을 지방정부로 분산시켜 지역 치안을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맞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들이 앞서 자치경찰을 도입한 이유다. 70년 넘게 운영된 국가경찰 단일 체제를 뒤로하고 자치경찰과 공존하는 이원 체계를 도입하는 일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경찰 내부의 권력분산 문제를 포함, 치안서비스의 전달체계가 바뀌는 일이며 나아가 시민들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기 때문에 다각적인 요소를 고려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서울경제는 권력기관 개혁에 방점이 찍힌 기존 담론을 넘어 자치경찰제 확대 시행 이후 국민들이 겪게 될 변화를 중심으로 ‘한국형 자치경찰제’의 성공적인 도입·시행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 좌담을 가졌다. 좌담회에는 지난 3월 경찰법 전면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자치경찰 도입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고기철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이 참석했다.

-자치경찰제 확대 시행의 토대가 될 입법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연내 입법이 가능한가.

▲홍의원=경찰법 전부 개정안을 지난 3월 국회에 제출했는데 아직 논의조차 안되고 있다. 원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인데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리면서 ‘패스트트랙 법안’과 묶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로 넘어갔는데 현실적으로 사개특위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사개특위에서 다시 행안위로 넘어올 것 같다. 9~10월에 입법이 안되면 국회 일정상 물리적으로 20대 국회 내에서 처리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진다. 연내 입법이 안되면 내년 21대 총선 전 밀린 법안을 일괄 처리할 때를 노려볼 수도 있겠지만 그때마저 처리가 되지 않으면 무산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 시점에서 자치경찰제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고 단장=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제의 연장선에 있다. 그동안 국가·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부담이 된다거나 치안이 약화한다는 이유 때문에 미뤄져 왔다. 제주처럼 이미 10년 정도 실시해온 역사도 있다. 자치경찰제가 시범운영 3단계까지 확대 실시 중인 제주를 보면 주민 안전에 큰 문제가 없었다. 더군다나 주민들과 보다 밀착된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지방분권이나 지역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자치경찰제 도입이 필요하다.

▲홍 의원=자치경찰제를 시행해야 할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의 실제화다. 그간 지방행정과 지방의회는 있었지만 경찰만은 그렇지 않았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할 때부터 국가경찰을 자치경찰제로 전환하는 것은 밀린 숙제처럼 남아있었다. 두번째로 대국민 치안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다. 그동안 국가경찰이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도시와 농촌이 다르고 생활 여건이나 지리적 조건, 인구 특성 등이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국가경찰도 나름대로 최대한 현실에 맞게 하려 하지만 유연성이 부족하다. 마지막은 권력분산이다. 자치경찰제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논의될 수밖에 없다.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분리 수준에 따라 다양한 방안이 나왔다. 현재 방안은 합리적인가.

▲고 단장=국가경찰이 담당하는 전체 민생치안 사무가 총 252개 정도 된다. 그중 자치경찰이 우선 처리해야 할 사무가 102가지, 공동 처리 사무가 62개다. 두 가지를 합치면 164개 정도다. 그에 따라 자치경찰에 현재 경찰 인력의 약 36%인 4만3,000명을 보내는 것이다. 현재 국가경찰 중 민생치안 인력은 8만3,000명 정도 된다. 4만3,000명이면 51.6%가 이관되는 셈이다. 국가경찰이 가진 권한의 상당수가 옮겨가는 것이다.

▲황 교수=자치분권위원회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은 처음부터 한꺼번에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3단계로 나눴다. 3단계 뒤에도 국민들의 평가를 통해 언제든 확대할 수 있다. 지구대와 파출소가 자치경찰로 이관되는데 인원으로 따지면 36% 정도 된다. 지구대·파출소만 옮기는 걸 두고 검찰이나 일각에서는 그것으로 권력분산이 되느냐고 하는데 경찰을 잘 안다면 지구대·파출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경찰의 손발이다.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접점을 갖고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경찰서가 자치경찰로 이관되지 않는다고 해서 분산이 덜됐다는 건 맞지 않다. 어쨌든 70년 넘게 이어온 국가경찰체제를 바꾸는 일인 만큼 쉽지 않겠지만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국민 치안을 두고 실험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홍 의원=검찰의 문제제기처럼 자치경찰대와 현재 일선 경찰서가 공존·병립한다는 게 분명 기형적인 면도 있다. 또 관할권 다툼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자치분권위 논의 과정에서 경찰서 단위까지 자치경찰로 넘기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경찰 입장을 감안해야 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넘기게 되면 자치경찰제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서 치안 공백 문제, 수사력 약화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철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도 중요한 문제다. 실제 앞서 권한 배분을 시험해본 제주에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황 교수=시범 운영 중인 제주도는 경찰 사무를 기능적으로 나눴다. 그렇게 하면 현장에서 틀림없이 이중 운영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당초 자치분권위 방안은 지구대·파출소를 자치경찰로 넘기는 대신 거점별로 지역순찰대를 두도록 했다. 예를 들어 한 경찰서에 10개의 파출소가 있다고 하면 원래 방안대로라면 10개 파출소가 자치경찰 소속이 되고 3~4개의 거점 순찰대가 국가경찰 소속이 되는 것이다. 제주처럼 업무별로 나누면 10개 파출소가 자치경찰로 넘어가면 국가경찰에도 10개를 둬야 한다. 범죄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범죄가 관할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홍 의원=혼란이 생긴다는 교수님 말씀에 동의한다. 핵심은 지금 시스템에서 그 고민을 피해당사자나 신고자가 하는 게 아니라 경찰이 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는 가장 빠른 경찰이 나가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살인이나 폭력 신고가 들어왔을 때 자치경찰이건 국가경찰이건 그걸 회피하는 경찰은 없을 것이다. 현행범 검거 권한이나 초동조치권이 자치경찰에 보장된 상태에서 우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경찰이 출동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역할을 구분하면서도 치안공백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 현재는 생활안전과 교통, 지역경비 정도 사무만 자치경찰로 이관하는데 앞으로도 역할을 계속 높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훈련도 뒤따라야 하고 수사역량도 키워줘야 한다. 이것이 자치경찰만을 위한 건 아니다. 국가경찰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생각할게 아니다.

▲고 단장=제주의 경우 초동조치권이 주어지지 못해 자치경찰이 소극적으로 움직인 측면이 있다. 그전에는 112신고가 국가경찰 전담이어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올해 1월부터 제주도 전역에서 신고 종류에 따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나눠서 출동했다. 그러다 보니 자치경찰이 출동했는데 초동조치권이 없어 막상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제주 자치경찰이 겪는 문제는 제주도특별자치법에 의해 운영되면서 생긴 한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경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금 갖고 있는 자치경찰의 문제도 많이 해소될 것이다.

-예산 확보와 지역 토호세력과의 유착 문제도 자치경찰 확대 시행 과정에서 우려되는 문제다.

▲홍 의원=자치경찰제 확대 시행에 앞서 일선 경찰들이 불안해한다. 처우나 신분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같은 곳은 재정 상황이 좋은 곳이 있는가 하면 농어촌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떨어진다. 자칫 이런 지역에 가면 처우가 열악해 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법에 명시해놨다. 지금 국가경찰들은 전국으로 이동하며 근무한다. 반면 자치경찰은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기에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치경찰이 지역토착세력과 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경찰서 단위까지 자치경찰로 넘어가지 않는 병립구조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선서까지 자치경찰로 넘어가게 되면 전체적으로 유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병립구조에선 국가경찰의 정보 수집과정에서 자치경찰의 일탈과 비리를 한번 더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견제장치가 잘 이뤄지면 오히려 지금보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유착고리를 끊는데 유리할 수도 있다.

▲황 교수=자치경찰이 한곳에 오래 머물면서 유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사실 지금껏 검찰에서 경찰의 일탈을 감시해왔는데 조직이 다른 검찰과 경찰은 서로의 속성을 아는데 한계가 있어 실질적인 견제는 어려웠다. 사후적으로 관여하는 정도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은 서로에 대해 잘 안다. 서로를 잘 아는 만큼 견제도 더 잘될 것이다. 두 배의 감시능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예산·재정문제는 현재 자치경찰교부금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어떤 식이든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교부금이 신설되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른 차별성은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상쇄될 것이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자치경찰제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황 교수=그동안 자치경찰제에 대해 많은 백가쟁명식 대안과 토론이 있었다. 다양한 대안들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 보다는 새로운 방안을 만들기에 바빴다. 현재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반영한 방안이 도출돼 있다. 이제는 이 방안을 어떻게 더 정교하게 다듬을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 단장=제주도에서 근무하던 당시 현장에선 중복 출동문제라든가 업무 관할권 문제가 있었지만 현장 경찰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논의하면서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발전적 방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이원적인 체제에서도 주민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다. 제주의 경우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분야 인력을 자치경찰로 보내면서 지자체가 연계된 단체들과 상담·치료 등을 접목하는 것도 지켜봤다. 자치경찰체제에서는 이러한 연계를 통해 주민과 보다 밀착된 치안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홍 의원=1995년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할 때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토호세력과의 유착이나 혼란 등을 우려했다. 지금 나오는 문제 제기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지방자치제를 도입한 지도 벌써 25년이 흘렀다. 실제 많은 국민들이 지방자치제를 통해 지방행정이 주민친화적으로 바뀌고 민주화됐다고 생각한다. 자치경찰제도 처음이라 여러 우려가 나오지만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정리=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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