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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트럼프, 외교적 성공 거둘 수 있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對中·이란·北·탈레반 정책서

트럼프 성과 못내고 혼란 초래

실질적인 외교 승리 거두려면

자화자찬 충동발언부터 자제를





취임 후 3년이 채 안 돼 네 번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맞아들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완전히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그의 대외정책은 숱한 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자신이 이룬 외교적 승리에 대한 요란스러운 자화자찬에도 중국·이란·북한·탈레반과의 협상은 결실을 얻지 못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새로운 합의 역시 무망한 상황에서 불확실성과 실망감, 감정적 상처만 커졌을 뿐이다.

트럼프는 전 세계를 향해 자신이 위대한 협상가라고 떠벌렸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를 지낸 로버트 졸릭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미한 변화를 제외하면 나머지 다른 협상은 오히려 미국 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매듭지어졌고 트럼프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가족이 소유한 부동산 업체의 경영방식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하고 복잡한 기구인 미국 연방정부에 그대로 적용했고 심각한 혼란과 무절제를 초래했다. 트럼프가 취임 후 2년 반 사이 교체한 보좌관과 고위 공직자는 역대 대통령들이 4년간의 첫 임기 동안 교체한 스태프 수를 크게 웃돈다.

문제의 핵심은 트럼프가 그의 주장과 달리 형편없는 협상가라는 점이다. 김정은과 탈레반에게 그는 처음부터 협상의 지렛대를 넘겨줬다. 북한은 지난 수십년간 미국 대통령과의 일대일 단독 정상회담을 원했지만 미국 측은 평양이 상당한 양보를 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단독회담이라는 큼직한 상을 아무런 대가 없이 즉각 내줬다. 지금까지 협상에서 두 사람 사이의 스코어는 1:0으로 김정은이 앞선 상태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트럼프는 미군 철수시한을 못 박은 버락 오바마를 맹렬히 비난했다. 철군 시한을 정해두면 상대가 일체 협상에 응하지 않은 채 버티기로 일관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현지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도 탈레반이 이 같은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려 들 때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놀라곤 했다. 현재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다. 그는 탈레반과의 협상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탈레반과의 협상을 취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볼턴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볼턴이 떠나면서 트럼프는 자신의 뜻대로 이란과 새로운 핵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가 핵 협약 파기 후 다시 이란에 가한 제재는 놀랄 만큼 효과적이었다. 국제경제 시스템에서 달러화가 담당하는 결정적 역할 때문에 다른 국가들은 이란과 거래를 원하면서도 달러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중요한 국제거래를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여건에 발이 묶인 채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 시스템 안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찬란한 고대문명을 자랑하는 중동의 강자 이란은 경제제재를 앞세운 미국의 압박에 순순히 백기 투항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와 체결했던 핵 합의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이 나오면 응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파격적이면서도 독특한 외교적 접근법을 통해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기는 이란과의 개선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트럼프는 일부 매파성향 보좌관들의 제언을 물리치고 본인 스스로 진정한 협상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란은 협상 동안 제재를 중지해야만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다. 또 미국이 제시한 개정안에 합의한다 해도 그것을 새로운 협정이라기보다 2015년에 체결된 핵 협약에 대한 추가조치로 간주하고 싶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건 외교관들이 처리해야 할 몫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이전 협정 핵심조항을 약 5년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아마도 그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유 규모를 축소하는 논의에서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테헤란이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막강한 군사력에 맞설 최종 방어수단으로 탄도미사일을 여기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란-이라크전 당시 사담 후세인의 미사일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헤즈볼라 지원 등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벌이는 다른 활동도 테헤란은 기꺼이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에 대한 논의가 이스라엘과 그 이외의 광범위한 중동문제를 둘러싸고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를 더욱 확대할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여기에 이란이 이런 행동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한다면 미국 역시 일부 제재 해제 등 그에 걸맞은 자체적인 양보로 화답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와 의회가 선선히 그 같은 조치를 할 것 같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트럼프는 결과에 상관없이 일찌감치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려 드는 뿌리 깊은 내적 충동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충동적 선언은 일회성 거래에서는 먹힐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와 한번 거래를 했던 사업가들 가운데 다시 비즈니스 문제로 그와 엮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극소수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교정책은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계에 관한 것이다. 양측은 모두 국내 정치상황과 함께 눈치를 살펴야 할 유권자들이 있다. 또 협상을 마친 후 당사국들은 각국의 국민들에게 협상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런 일들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다면 트럼프는 이제까지 재임 기간 중 전혀 얻지 못했던 실질적인 외교정책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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