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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풀뿌리 문화단체'마저 정치권 전리품인가

김현진 문화레저부 기자





“지난해 야외 오페라를 보고 잊지 못할 경험을 해서 다시 왔어요. 비 예보가 있고 작년과 달리 무료가 아니어도 왔는데 취소돼서 너무 아쉽네요.”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 야외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이 비바람 때문에 취소되자 한 관람객의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당초 이 야외오페라는 6~7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다가 태풍 ‘링링’ 예보에 6일만 공연하기로 했다. 결국 이날 공연도 시작 20분만에 취소되고 말았지만 2,000여명의 관객들은 우의까지 입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문화예술에 목말라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술피리’는 마포문화재단의 ‘제 4회 엠팻(M-PAT) 클래식 음악축제’ 일환으로 개최됐다. 엠팻은 ‘문턱 낮춘 도심형 클래식 음악축제’를 표방하며 제2회 축제부터 전국 단위 예술단체도 무대에 올리기 힘든 야외 오페라를 진행하고 있다. 또 마포문화재단은 지난 3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5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마포구 전역에서 엠팻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보기 드문 성공 사례에 속한다.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문화재단이 없는 곳은 서대문·용산·강서·중랑·강동구에 불과하다. 올해만 관악·노원·양천·동작·송파구에 새로 생겼다. 지난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발의 이후 전국 지자체에 문화재단 설립이 적극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단 숫자는 많아졌지만 어떤 공연을 하는지, 심지어 문화재단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구민들이 상당수다.

왜 그럴까.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진 문화재단 대표 자리가 지역 정치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문화계 인사가 아닌 국회의원이나 구청장 등의 선거를 돕다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문화계 생리를 전혀 모르는 인사가 오다 보니 지역민의 문화예술 생활을 돕기는커녕 내부 혼란이 야기된 기관도 있다. 전국이나 시 단위 문화단체에서 벌어지는 ‘보은 인사’의 폐해가 풀뿌리 문화단체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과 관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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