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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인류] '정치 전공' 다큐PD가 딩고에서 '웹드'를 만든다는 것은?

임홍재 메이크어스 스튜디오X팀 총괄 프로듀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게 목표”

“누구나 와서 쉽게 만들고 큰 돈 버는 시장 아냐”

“계급장 뗀 싸움, ‘꼰대’같이 일하면 결과 안 좋아”

임홍재 메이크어스 스튜디오X 프로듀서 / 임홍재 PD 제공




요새 ‘영상 좀 본다’는 친구들에게 ‘딩고(Dingo)’는 친근한 이름이다. 이 바닥에서 메이저 기업으로 통하는 메이크어스(Makeus·대표 우상범)의 채널 브랜드를 말한다. 뮤직, 헬스, 뷰티, 프렌즈, 트래블, 패밀리, 스토리 등 수십 가지 멀티 채널이 존재하는 딩고는 1020 세대가 폭풍 공감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매력이다. 올해 8월 말 기준 딩고 영상의 총 조회 수는 40억 건. 채널 구독자 수 합계는 3,700만 명을 넘어섰다. 유튜브 구독자만 보면 지난해 500만 명에서 최근 1,000만 명을 넘기는 등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딩고가 최근 스토리 채널(구독자 121만명)을 통해 공개한 12부작 웹드라마 ‘로봇이 아닙니다(이수민, 지민혁, 김도아 출연)’는 회당 통합 조회수가 120만~150만 회를 기록했다. 10대들의 포털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할 만큼 10대들 사이에서 주목받았다. ‘에이틴’, ‘연플리’ 등 웹드라마 전통 강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10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셈이다. ‘로봇이 아닙니다’의 기획·제작자 임홍재(42) 총괄 프로듀서는 “표피적인 연애 이야기가 아닌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관계를 다루고자 했는데 다행히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웹드라마 종방과 동시에 긴 휴가를 다녀온 임홍재 PD를 최근 서울 강남 메이크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일단 그의 이력이 흥미롭다. 대학에선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사진과 전시, 극영화·다큐멘터리 연출을 다양하게 경험했다. 5년간 CJ ENM에서 방송국 PD 생활을 거쳐 2015년부터 메이크어스에 합류, 현재 딩고 제작본부 스튜디오X팀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나이는 40대이지만 ‘꼰대’처럼 일했다면 딩고에서 못 버텼을 것”이라는 그에게 모바일 세대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 때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물었다.

정치외교학도가 하이틴 웹드라마를 찍기까지


딩고 웹드라마 ‘로봇이 아닙니다’ 6화 ‘친구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다’ 편


웹드라마 ‘로봇이 아닙니다’ 촬영 현장


Q. 페이스북에서 공유하시는 글들이 죄다 정치 사회 이슈더라고요. 알고 보니 정치외교학 전공하셨다고.

책 읽는 걸 좋아해서 가장 괜찮다 싶은 학과로 선택한 게 정치외교학과였죠. 정치 문제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또 예술적인 것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있었어요. 대학원에선 영화를 전공했고, 사진도 찍었고 다큐멘터리도 연출했었죠.

Q. 방송국 PD 생활도 꽤 하셨는데, 이제는 디지털 최전선에 계시네요.

CJ에서 방영됐던 ‘마스터셰프 코리아’ 연출팀에서 음식 프로그램을 제작, 연출을 담당했었어요. 그때만 해도 20대 후반 30대 연령층을 타깃한 TV 콘텐츠만 만들던 사람이었죠. 20대와 10대는 또 많이 다르더라고요. 메이크어스에 합류한 뒤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사실 제 경력이 ‘지저분’하죠. 한곳에 오래 있었던 게 아니니까. 한 분야에 깊은 지식을 가지고 가느냐, 아니면 관심 분야를 다양하게 가지고 가느냐. 저는 후자 쪽이었습니다. 다만 짧은 경험들이 아니라 각각 진지하게 탐구해왔던 거죠. 그것들이 제작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10대와 20대의 콘텐츠 소비는 어떻게 다르던가요?

지표로만 봐도 10대들에게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는 게 주요한 삶의 양식이더라고요. 20대들은 ‘어디에서 빨리 맛집을 찾아 먹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반면 10대들은 ‘불닭볶음면을 어떻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지’ 이런 지점에서 차이가 있더라고요. 소비라는 측면에서 할 수 있느냐, 할 수 없느냐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거죠. 제작할 때 많이 참고하는 사항입니다.

Q. ‘정치외교학도’와 ‘음식 예능’도 신선한 조합입니다.

다양한 제 관심사들을 엮는 작업들인 거죠. 음식 프로그램이지만 그 음식이라는 것에 담긴 역사, 삶의 근간으로서의 음식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딩고 스토리의 ‘로봇이 아닙니다’ 에피소드 1편


Q. 이쯤 되니 ‘로봇이’의 기획 의도가 궁금해지네요.

웹드라마라는 것이, 흥미롭고 순간적인 것들, 연애나 감정 등 표피적인 이야기로만 가득 차있는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이런 답답함과 부족함을 어떻게 해소할까 고민 끝에 이번 드라마를 기획하게 됐죠. 로맨스만 강조할 게 아니라 학교, 반 안에서 일어나는 친구 간의 감정과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로봇’이라는 장치를 넣은 것은 이를 통해서 인간들의 소통 방식에 대해 조금은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보는 여지가 주어졌으면 하는 이유였죠.

Q. ‘실검 1위’도 할 만큼 화제였는데, 내부 반응은 어땠나요?

딩고에서 만든 최초의 하이틴 드라마가 바로 ‘로봇이’입니다. 웹드라마는 딩고가 자체 제작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거기다 하이틴물을 기획하니 우려가 있었죠. ‘에이틴’, ‘연플리’ 같은 워낙 기존 강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장르잖아요.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결과가 잘 나왔습니다. 10대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또한 웹이라는 곳 자체가 경쟁이 치열한 곳이어서 나름 성과를 이뤘다고 판단합니다.

방송사 PD와 디지털 PD의 차이는?


메이크어스 본사 사내 카페 및 회의실 전경


콘텐츠 편집실에서 스탭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임홍재 PD


Q. 방송사 PD로 일할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방송사는 PD가 제작 과정에만 집중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디지털에서는 PD이자 마케터이자 크리에이터이자 간혹 배우로도 활동하기도 하고요. 저도 ‘까메오’로 몇 번 출연한 적 있습니다. 주요 시청 지표들을 분석하는 작업까지도 동시에 해야 해요. 방송국은 분당 시청률, 최고 시청률, 평균 시청률만 보고 가는 거였죠. 그런데 이제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분석툴로 연령별, 지역별, 성별까지 다양하게 뜯어보고 있어요. 또 그걸 제작에 바로 반영하죠. 이런 게 ‘숏폼’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의 장점입니다.



Q.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을 듯 합니다.

제작환경은 이제 방송사 많이 따라왔어요. 방송사 제작 스텝과 인력에 대한 표준 근로계약이 나와 있어 인건비나 근로 조건에 차이가 없죠. 딩고 제작 스텝도 방송사 전문 스텝을 거의 공유하고 있어요. 이번 ‘로봇이’도 영화·드라마 제작 스텝들과 제작했던 것이고요. 다만 제작비가 적다는 게 여전한 어려움입니다. 예를 들어 방송사가 회당 5억 원씩 든다면 웹드라마는 20회에 5억원 식이죠. 광고도 마찬가지예요. 노출 정도에선 디지털이 더 잘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전히 광고주들이 갖고있는 ‘60분물’과 짧은 웹드라마에 대한 가중치가 다르기에, 저희가 돌파해야 하는 부분인 거죠.

Q. 그럼에도 ‘퀄리티’는 방송국 못지않습니다.

요즘은 디지털 콘텐츠라고 해서 모바일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크로스미디어까지 가는 형태로 기획하기 때문에 퀄리티를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카메라에서부터 꾸며지는 ‘미장센’까지 모두 방송화 해야 해요. 큰 화면으로 봤을 때를 가정하는 거죠. 모든 관여되는 정도와 노력과 인력 등등이 방송사를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딩고가 다른 채널에 비해 시각적으로나 퀄리티 측면에서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사실은 딩고의 출발부터 합류했던 팀들이 다 방송사·영화 스텝들인 덕분이에요. 그 전문 스텝들을 초기에서부터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바운더리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했습니다.

Q. 디지털에 대한 선입견과 틀을 바꿔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이를 ‘기획력’이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모바일에서 여전히 아직은 엄청난 스케일의 이야기를 만들기는 어렵죠. 그러나 한정된 인력과 공간과 예산의 한계를 뚫는 방법이 바로 기획력이죠. 예를 들어 요즘 영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카톡 대화’ 같은 그래픽 장치들. 방송국 같으면 대화 장면을 직접 찍었을 텐데 모바일에선 그래픽으로 대체했어요. 아이디어죠. 이제는 공중파에서도 그런 대화방식을 활용하더군요. 웹드라마나 디지털 콘텐츠에 영향을 받은 거라 봅니다.

또 하나는, 딩고가 ‘세로라이브’를 처음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세로로 보잖아요. 90도 꺾는 행위 자체가 너무 불편한 거죠. 꺾지 않고 볼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한 끝에 만든 겁니다. 즉, 매체로부터 콘텐츠가 출발한 거죠. 아무리 재밌다, 의미 있다 한들 콘텐츠를 아무 데나 우겨 넣는 것만큼 잘못된 방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체의 특성, 그 매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특성 두 가지가 고려돼야 하는 거죠.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한 딩고 ‘세로 라이브’


Q. 콘텐츠 제작 의사결정은 어떻게 하시나요?

감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요. 콘텐츠를 띄웠을 때 나오는 시청 지표들을 분석한 결과죠. 방향성은 두 가지입니다. 시청지표를 따라가는 것이 있고 그 시청지표를 근거로 조금 더 미리 앞서서 제공하는 경우예요. 팀 내에서 주로 논의해서 결정하지만 그런 지표 분석 자체는 과학적으로 합니다. 예전엔 30대가 지표상으론 거의 보여지지 않던 연령층이고 저희와는 상관없는 세대였어요. 지금의 지표를 보면 20대 중반에서 30대까지도 저희의 콘텐츠를 보고 있다고 나와요. 그래서 패밀리 채널을 통해 ‘텅장수사대’ 같은 콘텐츠도 제작하게 된 거죠. 과거 24세까지의 시청층 이었다면 그들이 매체와 함께 조금씩 나이 들면서 사회초년생이 되고, 신혼부부가 되면서도 저희 콘텐츠를 계속 본다는 거죠. 연령층이 넓어진다는 것은 딩고와 메이크어스의 콘텐츠들의 확장 가능성까지 보여줘서 저희에겐 굉장히 좋은 지표입니다.

Q. 딩고 제작진들은 다들 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소통하시나요?

20대, 30대 초반이 굉장히 많아요. 이 회사에서 굉장히 느끼는 건데 사실 제 나이(42)는 ‘꼰대’죠. 꼰대 같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 회사에선 그렇게 했다가는 제작물들의 결과가 좋지 않거든요. 모든 것들의 기획, 최종 결과 나오기까지 20대, 30대 제작자의 생각과 그들이 원하는 방향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저는 그들이 그것을 시도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됩니다. 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을 때에 대한 리스크 체크만 하는 것, 다만 중심은 잘 잡아줘야죠. 기본 플롯이 있는 거고. 자칫 저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너무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기에. 팀 내 프로듀서와 연출자가 긴밀하게 고민하면서 중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조회수나 반응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딩고 ‘수고했어 오늘도’ 16화 ‘빨래방에 문재인이 나타난다면?’ 편


딩고 ‘세상의 온도’ 수험생 편


Q. 콘텐츠 제작에 있어 지키고자 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한번은 다 모여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10대, 20대들의 삶 속에 자연스레 (콘텐츠가) 녹았으면 좋겠다, 선한 영향력을 미쳤으면 좋겠다. 딩고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가장 중요한 지향점입니다. 딩고에서 성공한 콘텐츠는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조회 수나 반응률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그들에게 하나의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되었다면 좋겠다는 겁니다.

Q. 의미 있는 콘텐츠가 오히려 더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수고했어 오늘도’ 라든가, ‘세상의 온도’ 같은 의미 있는 콘텐츠들을 기획했을 땐 굉장히 쉽지 않았죠. 후발주자들이 볼 때 쉽게 따라갈 수 있고 바로바로 적용할 수 있겠지만, 처음 이런 환경을 만들던 입장에서는 참 어려웠습니다. 디지털 콘텐츠에서는 해본 적이 없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던 걸 저희가 해보는 기획이었으니까요.

언젠가는 디지털 판에서 다큐를 제작해보고 싶기도 해요. 정보의 가치는 가장 자극적인 것에서부터 가장 지식적인 걸로 나아가는 거라고 판단하고 있거든요. 제가 딩고에 오게 된 가장 주요한 요인도 디지털 분야에서 다큐멘터리로서 반향을 일으키고 싶었고. 그런 시도들을 팀에서도 개인으로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Q. 디지털PD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한다면?

지금 제가 어떻게 하라 말하는 것 자체가 ‘꼰대’인데.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들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말초적인 것도 나쁘진 않아요.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 또 그 이외의 것들도요. 책이든 영상이든 콘텐츠를 많이 봐야 좋은지 판단이 되니까요. 다만 미디어를 보고 끝이 아니라 거기에 나오는 관점에 대해 친구들과 얘기해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디지털 미디어는 공유하고 퍼가고 관점을 말할 수 있는 좋은 매체인 만큼 잘 활용해주길 바랍니다. 딩고를 봐주면 더 좋고요.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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