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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철회’ 두 메시지 준비했던 文...깊은 檢 불신에 조국 임명 강행

핵심 참모들과 4시간 토론...민심이반 부담까지 떠안기로

檢-법무부 정면충돌 우려, 되레 사법개혁 발목 잡을수도

野 "오기의 정치·더이상 정의 말하지 말라" 비판 쏟아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조 신임 장관이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후 국내 정치는 한 달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조 장관에게는 물론이거니와 문 대통령에게도 견디기 힘든 격랑의 시간이었다.

진보정부의 아이콘이자 공정을 외치던 ‘법학자 조국’의 가족과 삶은 발가벗겨졌다. 미스터리한 사모펀드 투자부터 시작해 가족을 둘러싼 위장이혼, 부동산 위장거래, 사학재단 위장소송 의혹 등이 봇물같이 터져 나왔다. 내정 후 열흘째부터는 조 장관 딸의 장학금과 논문 논란이 불거지며 대한민국 전체가 혼돈에 빠졌다. 국민 정서의 ‘역린’을 건드린 입시 문제에서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비판이 쇄도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 전날 ‘임명’과 ‘지명 철회’ 두 가지 버전의 대국민 메시지를 청와대 참모들에게 준비시킨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이 문제를 두고 4시간에 걸쳐 토론까지 벌였다. 하지만 장고 끝에 나온 문 대통령의 선택은 결국 달라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조 장관을 감싸 안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사법개혁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 바탕에는 검찰 조직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자리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미 검찰의 행보를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이자 ‘정치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인식과도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임명권자로서 정치적 책임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저는 지난 대선 때 권력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그 공약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수사는 수사’ ‘개혁은 개혁’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우며 조 장관 임명을 강행했으나 이 같은 선택이 앞으로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예단하기 힘들다. 당장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망이 넓어지고 있으며 야권의 격렬한 반발로 국회 정치는 멈춰 설 상황에 처했다. 이미 패스트트랙을 탄 사법개혁 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법개혁을 위해 임명한 조 장관이 되레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쏟아진다.

특히 앞으로 검찰을 지휘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과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은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떠안아야 할 가장 큰 부담이다. 조 장관은 이날 취임 일성으로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 실질화”를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이미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칼날이 조 장관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검찰개혁을 압박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소환당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결정은 사실상 총선을 겨냥한 ‘지지층 붙잡기’ 행보라는 정치권의 분석도 나온다. 실제 여권은 “조국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문재인 정권의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 임명 여부를 떠나 현재의 정치 구도에서 여야 간 타협의 정치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조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배경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 장관 가족이 야기한 입시 공정성 문제 등에 대해서는 “평범한 국민들의 상실감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며 “무거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불공정과 특권적 요소까지 없애 달라는 것”이라며 “국민을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정치권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검찰개혁의 핵심인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는 이미 국회가 키를 쥐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오늘 ‘왜 조국이어야 했느냐’를 설득력 있게 설명했어야 하는데 그게 되질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정 사회에 대한 의혹을 가족들이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을 통해 공정한 사회가 된다고 여론이 믿어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더 이상 임명 자체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오히려 정쟁만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되 정치적 갈등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홍우·양지윤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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