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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문 닫으면 뭐하나…작년보다 싸게 내놔도 안팔려"

■의무휴업일에도…추석대목 사라진 전통시장

"손님들 비싸다는 말부터 꺼내

젊은사람들은 보이지도 않아"

상인들 "장사 공쳤다" 한숨만

"물가 떨어졌다는데…모르겠다"

손님들은 장바구니 채우기 부담

체감물가 공포에 소비심리 꽁꽁

서울 오장동의 중부시장에서 8일 한 상인이 벤치에 누워 쉬고 있다. 이날은 추석 연휴를 앞둔 마지막 일요일이자 서울 지역 대형마트가 일제히 의무휴업한 날이었지만 전통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권욱기자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을 35만원으로 잡았는데도 빠듯하네요. 물가가 떨어졌다는 게 사실이에요? 오히려 더 오른 것 같은데.”

추석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8일 오전11시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자신을 한 집안의 며느리라고 소개한 50대 윤경희씨는 “과일과 채소는 전통시장이 싸니까 와봤는데 제수용만 사도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식구들 먹일 음식은 한 가지를 줄여야겠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서울 지역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으로 일제히 문을 닫은 이날 서울경제 취재진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중구 평화시장과 중부시장, 관악구 인헌시장 등 전통시장 네 곳을 찾았다.

예상했던 대로 추석 대목의 분위기는 실종된 상태였다. 상인들은 목청을 높이며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눈길을 잡으려 애썼지만 고객들은 상품을 집었다 놓았다만 반복한다. 지갑을 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흥정하던 고객이 이내 발길을 돌리자 한숨을 내쉬던 한 상인은 “어제는 태풍 때문에 오후 장사를 공쳤다”며 “오늘도 비가 떨어지기 전에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한다”며 다시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추석을 앞둔 일요일에 대형마트 휴업이 이뤄져 시장 상인들은 내심 기대가 컸다고 한다. 그러나 손님들은 기대만큼 오지 않았다. 특히 가득 찬 장바구니는 보기 어려웠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체감물가는 오히려 상승하면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들의 물가인식은 2.1%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0%보다 2.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지표물가와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와의 괴리가 이렇게 크다 보니 서민들은 저물가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학생 딸을 데리고 시장을 찾은 40대 주부 김모씨는 “대체 뭐가 싸졌는지 모르겠다”며 “장바구니에 담을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웃사촌인 70대 김모씨와 이모씨는 “오늘은 조갯살만 사서 갈 생각”이라며 “생태나 나머지는 그냥 내일 집 근처 마트가 문을 열면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지지 않은 채 장바구니 물가만 높아지다 보니 서민들은 소비를 줄였다. 그래서 상인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한 축산 매장 직원은 “비싸다는 말부터 하니까 저렴한 상품을 갖춰놓는데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 파는 생돼지갈비는 한 근(600g)에 6,000원. 한 고객이 “더 싼 건 없냐”고 묻자 한 근에 4,000원인 냉동돼지갈비를 권했지만 이번에도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10년 넘게 과일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올해 사과가 질이나 가격 측면에서 모두 나은데 어째 더 장사가 안된다”며 가게 앞에 쌓아둔 과일 선물세트를 바라봤다. 가게 앞에서 직접 밤을 깎아 작은 되 하나에 3,000원씩 팔고 있던 상인도 “지난해 같으면 이 가격에 어림도 없다”며 “씨알도 굵고 좋은데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가 위축됐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장바구니 크기에서도 확인된다. 떡 가게 앞에서 만난 60대 주부는 5,000원짜리 송편을 집었다가 이내 내려놓고는 양이 더 적은 3,000원짜리를 구매했다. 손자의 손을 잡고 과일가게에 온 70대 할머니도 3만원짜리 사과 박스를 살펴보다 낱개로 파는 사과 한 소쿠리만 사 들고 발길을 옮겼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올 추석 차례상 평균 예상 비용(4인 가족 기준)은 29만9,729원으로 최근 3년래 가장 높은 상승률(전년 대비 10.7%)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추석 평균 차례상 비용(24만9,639원)과 비교하면 평균 비용이 5만원 이상 상승했다.

이날 서울 지역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으로 일제히 쉬면서 젊은 층들이 시장을 찾을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시장을 지나는 고객들은 거의 장년층이고 젊은이들은 부모님을 도우러 나온 정도였다. 그나마 시장을 찾은 젊은 층들은 가격만 비교하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30대 신혼부부인 정모씨는 축산 매장 앞에서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더니 “고기 가격은 마트랑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아직 추석까지 시간이 있으니 온라인 배송을 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일부 온라인 몰에서 신선식품 배송이 가능하고 추석 직전까지 마트와 백화점 등이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온라인으로 소비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수산물 점포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시장을 주로 찾는 사람들은 50~60대”라며 “대형마트가 쉰다고 젊은 사람들이 시장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시선을 피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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