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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조봉환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못 막으면 수조 지원도 소용없어"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상품권, 깡으로 악용 막고자 '실시간 모니터링' 도입

전통시장 입지별 맞춤 교육·청년상인 적극 유치 필요

소공인특화센터 R&D비용 늘려…中企 발전 도울 것

대담=정민정 성장기업부장 jminj@sedaily.com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이 1일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의 성패는 부정유통을 막는 데 달렸습니다. 1~2건에 불과하다고 방치하면 결국 이 상품권의 효과는 없어질 겁니다. 투입 재원이 2조원이든, 3조원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월 도입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상품권 구입 이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온누리상품권이 본래 취지에 맞게 사용되도록 하겠습니다.”

조봉환(58·사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지난해 온누리상품권 깡(낮은 가격에 상품권을 매입해 차익을 남겨 파는 것) 문제가 너무 많았다. 이 같은 부정유통을 근절하고 전통시장의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시장을 찾는 국민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을 위해 2009년 도입된 전통시장 전용상품권이다. 소진공은 올해 온누리상품권을 지난해보다 5,000억원 늘린 2조원어치를 공급한다. 이미 집행된 1조원을 포함해 현재까지 온누리상품권 발행 총액은 6조원에 달한다.

취임 5개월에 접어든 조 이사장이 온누리상품권에 깊은 관심을 두는 것은 정책 효과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단순히 상인에게 상품권 매출을 안겨주는 단계를 넘어 상품권을 쓰기 위해 시장을 찾고, 구매 고객이 늘면서 시장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는 판단에서다. 소진공은 최근 한 금융기관 관계자가 2년 넘게 3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대리 구매한 정황을 파악하고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시장 상인이 아니라 소진공이 직접 경찰 고발까지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조 이사장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소진공 측의 설명이다.

추석 대목을 앞둔 전통시장 분위기는 어떨까. 조 이사장은 “전통시장에서는 아직도 추석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경기가 확 풀려야 한다”며 “현장에서는 대형유통점, 온라인 환경과 경쟁하는 게 벅차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일단 2.89%(내년 최저임금 인상률)로 정해졌으니 큰 방향은 해결됐습니다. 내방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도 쓰지 못하니 상인들은 너무 힘들었죠. 그나마 음식점주의 경우 음식값 인상으로 대응하는 정도였어요.”

정부는 온누리상품권뿐 아니라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에도 수백억원 규모의 예산을 써왔다. 도시 상점처럼 깔끔한 인테리어 점포, 정결한 시장 내부에 볼거리·즐길거리까지 갖춘 특색있는 시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명소로 오르내리고 청년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조 이사장은 광주 1913송정역시장을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았다. 문제는 전통시장 전체를 이렇게 성공적인 시장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전통시장은 1,450곳에 달한다.



“전통시장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세요. 동대문시장도 있고 남대문시장도 있고 송정역시장도 있습니다. 점포 50곳이 있는 곳도, 1,000곳이 있는 곳도 모두 전통시장입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업종별·입지별로 차이가 큽니다. 대전의 한 시장을 보면 먹거리와 농산물은 잘 팔리는데, 옷을 사려는 고객은 전체에서 10분의1이라고 하더군요. 상권이 덜 발달한 중소도시 시장은 의외로 잘됩니다. 대형마트가 주변에 들어선 어떤 시장은 상인끼리 단합해 상권을 살리려고 하죠. 일률적인 전통시장 정책이 과연 맞는 방향인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

조 이사장은 시장보다 상인의 인식을 바꾸는 데 해결책이 있다고 판단한다. “상인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상인들을 위한 1~2개월 교육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니, 고령자는 안 옵니다. 한두 번 참석하다가 ‘귀찮다’며 포기하죠. 그런데 교육을 받은 분들은 ‘이런 게 있구나’ ‘이래서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구나’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트렌드를 접하고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 겁니다.”

특히 조 이사장은 전통시장에 ‘청년상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전통시장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젊은 층 고객을 유치할 뿐 아니라 기존 상인 스스로 인식을 변화시킬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진공은 6개 신사업청년사관학교를 운영하면서 청년에게 점포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관학교 졸업생은 올해 1,093명이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졸업생의 85.4%가 창업을 유지하고 있다. 창업에 성공한 이들의 월평균 매출액(2015~2017년)은 1,005만원이다.

“졸업생들이 어떤 창업을 했는지 보면 ‘기존 상점과 다를 게 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곳은 벤처업계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이 등장하기 위한 곳이 아니죠. 예를 들어 목공·제과·애완동물 등에 대한 다양한 수업을 예비창업자에게 경험하게 하는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원계획서와 실제 창업 분야가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자신에게 맞는 창업 분야를 찾는 과정이 이뤄지는 거죠.”





소상공인 정책에서 전통시장에 비해 덜 주목받는 분야는 소공인이었다. 소공인은 제조업을 영위하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체다. 근로자 수가 적어 노동집약도가 높으며 근로자들은 기술이 숙련됐지만 상당수가 열악한 실정이다. 소진공은 전국에서 34개 소공인특화지원센터(올해 3월 기준)를 운영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지금까지의 정책 접근법에 다소 아쉬움을 나타냈다. 소공인에 대한 지원에 앞서 정확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소공인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가요. 대기업이 있고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그다음이 소공인입니다. 단순하게 규모로만 나눴던 겁니다. 이 소공인이 어떻게 중소기업으로 발전했고 현재의 뿌리산업을 형성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진단이 나와야 다음 단계로 가는 솔루션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단 특화지원센터가 소공인을 위해 제 역할을 할 겁니다. 소공인이 공동으로 기계를 쓰고 디자인과 판매를 병행하는 거죠. 연구개발(R&D) 지원금액도 지금보다 더 키울 생각입니다.”

조 이사장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소상공인 폐업에 대해 “치열한 경쟁환경이 만든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조 이사장은 “2017년 국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은 25%입니다. 유럽연합(EU) 평균은 15.5%예요. 일본은 10%, 미국은 6%에 불과합니다. 너무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소상공인 전체 사업자의 85%가 숙박업·음식점업·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에 치우쳐 있습니다. 수익과 생존율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

조 이사장은 이처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 개인의 준비된 창업이라고 역설했다. 창업한 청년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친 뒤에야 시장에서 더 나아가 소상공인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청년몰’은 빈 점포를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임대료까지 모두 지원하지는 못하죠. 그런데 왜 빈 점포가 생겨났을까 생각해보면, 기존 상인도 실패하고 떠난 자리였던 거죠. 이런 자리에 처음 장사에 나서는 청년이 오는 셈이니다. 청년 상인이 빨리 시장 내 ‘본통로’로 들어와야 해요. 그런 다음 성공하고 실패하면서 다음 청년 상인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시장에서 가업승계가 이뤄져야 시장 분위기가 바뀝니다.”

조 이사장은 이러한 변화가 서서히 이뤄질 수밖에 없으므로 숨겨진 ‘시장의 묘미’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공주산성시장을 방문했을 때였어요. 시장 중간쯤 어머니와 아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한곳 있었어요. 어머니도 씩씩하셨죠. 그런데 공주산성시장에서 이곳은 조금 다른 공간 같았어요. 고급 커피전문점처럼 화려한 곳은 아니었는데 청량감을 느꼈다고 할까요. 시장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이곳에만 오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노력, 그런 시도가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소진공도 그런 변화를 일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생각입니다.”
/정리=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61년 경북 안동 △1979년 경복고 △1984년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1986년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1987년 제30회 행시 △2004년 기획예산처 산업재정2과장 △2007년 예산처 재정감사기획관 △2007년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정책과장 △2009년 기재부 재정정책과장 △2013년 기재부 공공혁신기획관 △2014년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2016년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파견)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 △2019년 3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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