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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룡리 전원일기<20> 1차 설계도면이 나왔다

■두 번째 집짓기 프로젝트





두 번째 집짓기가 시작됐다.

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기고 토목설계인허가(토목인허가비용은 대략 300만원 안팎)도 신청했다. 토목설계인허가사무소에서 앞으로 내야 할 세금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물어봤다. 먼저 현재 답(田)인 상태인 땅을 대지로 변경하려면 농지전용부담금을 내야하는데 공시지가의 30%정도 된단다. 아마 몇 백 만원은 나올 것 같다. 그리고 면허세(3만 원대), 채권(2만~3만원) 등도 있다. 원상복구예치금이란 것도 있는데 보증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국토정보공사에서 실시하는 경계측량비로 50만 원 정도 예상. 이외에 설계비용(건축인허가 대행, 감리비 등 포함)과 집을 짓고 난 이후 내야 할 취등록세 등 다양한 세금이 기다리고 있다.

1층 도면이 나왔지만 이제 시작이다. 공간을 줄이고, 넓히고, 빼고, 더하는 지난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주방과 거실 부분은 조망을 고려해 사선 방향으로 틀었다.


건축사가 1층 설계가 나왔다며 미팅을 하자고 했다. 설레는 순간이었다. 땅 모양이 네모 반 듯 하지 않고 사다리꼴 형태여서 집을 앉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첫 도면은 말 그대로 앞으로 진행될 주택건축의 밑그림이다. 건축주가 원하는 구조나 디자인 등을 감안해 건축사가 레이아웃을 정하는 단계이다. 높이가 3m 정도 되는 필지여서 주차박스를 설계했다. 땅 아래 주차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비나 눈을 피할 수 있고 주차공간 윗부분을 마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 주차공간을 집 아래로 연결해 현관으로 바로 올라 갈수 있게 설계를 했다. 괜찮은 구성이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집짓기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비용 탓에 포기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1층에 우리 부부의 로망인 선룸(sun room:온실 개념)을 넣었다. 이 구조는 비가와도 실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1층 건축면적 제한(용적률 적용)으로 넓게 할 수는 없지만 주방과 거실에서 이동이 편하게 그 두 공간 사이에 선룸을 설계했다.

목조주택도 층간 소음은 피할 수 없다. 1층 안방 위에 2층 방이 놓여 있어 이 부분은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거실을 오픈(1층 일부 천장을 없애 개방감을 살리기 위한 방식)해 두 번째 집도 천장을 좀 높게 하고 싶었다. 이번엔 1층 천장을 없애지 않고 거실 바닥에 단차(계단 한 칸 정도의 높이)를 두어 복도 등 다른 1층 부분보다 낮게 해 천장이 높아지는 효과를 주었다. 이러한 공정도 1층 바닥 전체를 똑같이 하는 것보다 ‘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 상승 요인이 된다. 주택시공에 있어서 건축주들이 의아해하는 부분이다. 1층 설계에서 아쉬운 부분은 다용도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세탁실을 따로 두었는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2층은 방 2개, 화장실, 작은 거실, 다락으로 구성했다. 다락 공간도 두 번째 집에 반영하고 싶어 일단 추가했는데 아내는 절대 반대다. 나중에 묵은짐들만 쌓이게 된단다. 하지만 가장 큰 반대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건축비용은 집을 설계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이지만 아파트와 차별화된 설계를 하다보면 재미난 공간을 꿈꾸기 마련이다. 다락을 놓고 아내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던 건축사는 잠시 자리를 비워주려는 듯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했다. 설계를 하다보면 ‘최대의 적’은 ‘아내’라는 웃픈현실.

1층 아래에 주차박스와 연결된 또 다른 지하공간을 설계한 도면.




1차 설계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거실 바닥에 도면을 펼쳐 놓고 아내와 난상토론을 이어갔다.

아내 “거실이 좀 넓은 것 같애. 주방 뒷문 쪽에 나 있는 계단 필요할까?”

나 “음식물 쓰레기 버리려면 주방 뒷문으로 연결된 계단도 필요하지 왜!”

아내 “아냐, 계단 있으면 밤에 누가 올라올까봐 좀 무서워. 그리고 괜히 비용만 더 들어.” 또 그 ‘비용타령’이다.

나 “그럼 대신 다락 만들자.”

아내 “안 된다 했잖아. 그거 만면들 나중에 후회해. 청소하기도 힘든데.” 이럴 때면 아내는 틈이 보이지 않는 바위 같다.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필자와 튀지 않고 단정한 집을 원하는 아내.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내를 설득할 논리를 만들어 ‘나만의 공간’을 쟁취해야겠다. 그래도 희미하게 들려오는 그 말. “건축비는 생각 안 해?” /최남호기자 yotta7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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