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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공단 인근 20%가 빈 공장"...대구산단은 임대료 반토막

[불황의 그늘 상업용부동산 매물 홍수]

잘 버텨오던 중견·강소기업까지

실적부진·임금부담에 부지 내놔

자금여력 있는데 문닫는 업체도

"시간 갈수록 매물 늘어날텐데

구경 오는 사람조차 없어 심각"

인천 남동공단 내 한 공장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경제DB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승강기 제조업체 A사 옆에는 빈 공장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략 1,000평은 돼 보이는 곳이다. A사의 김덕진(가명) 대표는 “이 공장은 임대용 공장인데 아예 고객이 오지를 않는다”면서 “주변 동료 사장들의 말로는 현재 입주해 있는 인근 지역의 20% 이상이 빈 공장이라고 한다”며 장탄식을 쏟아냈다.

A사는 이달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신규 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로 생산 라인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사 오는 과정에서 공단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터전을 잡은 공장은 6개월 동안 비어 있었다. 그가 이때까지 입주해 있던 공장도 내놓은 지 2개월이 지나서야 새 주인을 찾았다. 김 대표는 “공장을 이전하면서 이번처럼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처음”이라며 “그만큼 공장을 사려는 사업주가 많지 않다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30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산업단지 내 부동산이 깊은 침체기를 겪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한일 통상분쟁 등으로 통상환경이 좋지 않은데다 2년간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비용 이슈가 겹치면서 대내외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대기업들이 연달아 좋지 않은 실적을 거두면서 중소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는 지방 산단도 우울한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러다 보니 공장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잔뜩 위축되면서 전형적인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이미 지방 산단에서는 대규모 부지를 보유한 공장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대구가 대표적이다. 대구에는 섬유·디스플레이 등의 업종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러나 최근 이들 산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이때까지 견실하게 회사를 운영해온 중견·강소기업들도 공장 부지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소재의 한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업체는 약 3만평의 공장 부지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청인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53% 늘어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형적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인 섬유업이 모여 있는 성서공단은 상황이 보다 심각하다.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르면서 주요 섬유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대구에 위치한 섬유 생산설비 제조업체 B사의 조영훈(가명) 대표는 “성서공단의 10곳 중 1~2곳은 문을 닫았다고 봐야 한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업체들마저 자체적으로 폐업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공장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수요가 부족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임대료다. 공장에 입주하려는 업체들이 많아야 임대료도 올라가는데 지난 3년 사이 임대료가 최대 절반까지 떨어졌다는 게 대구 지역 기업인들의 전언이다. 조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아파트형 공장 임대료가 600만원에 달했는데 요즘은 250만~300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시화·반월공단에서는 수요가 침체된 가운데 잠재적인 공장 공급만 많고 실제 공장 공급은 없는 ‘매물 잠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서 20년 넘게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이형수(가명)씨는 “보통 경기가 좋을 때는 매물도 많고 수요도 많은 게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현재는 매물도 없고 수요도 없는 상황이다. 원래 같으면 공장 경매 매물이 6~7개는 나와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1~2개 정도”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매물 고갈이 ‘폭풍전야’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든 경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계치에 부딪히면 공장 물량이 폭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서 부동산 중개업체를 운영하는 박영수(가명)씨는 “이미 최저임금 인상이 본격화했을 때부터 공단 사장님 가운데 ‘사업을 접겠다’는 분들이 많았다”며 “지금 당장은 사장님들이 버티는 모습이지만 경기가 계속 악화하면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시화공단에 위치한 중장비 업체 C사의 윤덕재(가명) 대표도 “우리 회사 앞에도 공장 하나가 매물로 나왔다”며 “우리도 공장을 팔아 지방으로 이동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지방으로 가면 인력을 구하기가 힘드니 차라리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토로했다.

반월·시화공단을 비롯한 수도권 공단의 경우 평균 평당 임대료가 5년 전에 비해 대략 4,000원 줄어들었다는 추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임대료 하락은 대형 공장 위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규모를 축소해 작은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대형 공장 지대는 줄었지만 소형 공장 수요는 그대로라는 의미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500평 미만 공장의 경우 오히려 빈 공장이 많이 없는 편”이라며 “이 가운데 매출은 더 줄어드니 영세업체 입장에서 임대료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한국산업단지공단이 6월 발표한 ‘2019년 1·4분기 전국산업단지 현황 통계’에 따르면 입주업체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지만 생산액은 7.4% 줄었다. 산단공은 이를 두고 “비제조업이 증가하고 기업이 영세화하면서 입주업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심우일·양종곤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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