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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성세대 '2030'에 응답하라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20대 曺후보자 임명 반대 높아

본질은 계층과 불평등의 문제

공정성·열려진 기회의 관점서

교육모델 새롭게 디자인해야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나도 가능한 겁니까.” 2014년 드라마 ‘미생’에서 청년 장그래가 던진 이 한마디에 국민들은 함께 아파했다. 고졸이자 비정규직이라는 한계를 딛고 꿋꿋이 일어서는 이 청년을 마음으로 응원했다. 그의 한결같은 웃음에서 희망도 봤다. 5년 뒤에는 어땠을까. 2019년 ‘스카이캐슬’이 열풍을 일으켰지만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비뚤어진 부모의 욕망과 짓밟힌 아이들의 꿈을 재현한 ‘가학적 드라마’에 열광하는 우리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당시 들었던 의문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희망을 찾고 있을까.”

또 한 편의 드라마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이번에는 브라운관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아서였을까. 시청률은 단연 1위이다. 왜일까. 아마도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였을 게다. ‘특목고-제1저자-수상의혹-학종입학-면학장학금’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플롯들이 너무나 생생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의 탄탄한 경제력과 교육자본이 교수·의사 같은 풍부한 사회적 자본을 작동시켰고, 후보자의 딸은 ‘열린 기회’를 한껏 누리며 명문대를 거쳐 의대까지 내달렸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보여줬던 부와 교육의 대물림이 현실로 생생히 살아왔다.

2030 청년층이 빠르게 반응했다. 조용히 냉소하는 듯하더니 조 후보자 임명반대 여론에 불을 질렀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20대의 반대 의사가 68.6%였다. 전체 평균보다 6%포인트 이상 높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에 작은 균열을 보여줬다. 20대의 52.7%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고려대·서울대·부산대에서는 촛불을 들었다. 참여 숫자는 미약해 보일지 모르나 ‘정치색 아웃’을 선언하며 좌고우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줬다.

‘90년생이 온다’의 주인공인 20대, 여기에 한때 ‘88만원 세대’로 그려졌던 30대 모두 ‘스펙전쟁’의 투사들이다.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 이른바 ‘5대 스펙’ 쟁탈전에 참가했다. 그러다 봉사·인턴·수상이 더해진 ‘8대 스펙전’, 그리고 이에 성형수술과 인성이 추가된 ‘10대 스펙전’을 치렀다. 직무에 도움도 안 되는 ‘잉여스펙전’까지 꼽노라면 가히 영혼도 털릴 만하다. 어쩌면 무모하게도 여겨지는 이 숱한 전쟁을 치르면서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것이 있다. ‘출발선은 다르지만 최선을 다하면 나에게도 기회는 남아 있다고.’ 그래서 2030 세대는 요구하고 있다.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라고.



기성세대의 마음도 흔들렸다. 출발선이 다른 것은 너희 책임이 아니라 우리 책임이라는 자조와 한탄 때문이다. 본질은 계층과 불평등의 문제라는 비교적 정확한 진단이 빠르게 공유됐다. 자식의 처지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586의 마음이 동요하면서 이념과 정치색을 내려놓는 어른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계층이동의 유일한 통로인 교육기회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이다. 이 모두 원칙과 상식에 대한 도전을 멈추라는 요구였다.

2030 세대가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보여줬을 때 기성세대는 확실히 응답해야 한다. 출발점은 마음을 열고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돼야 한다. 정당과 이익집단에 청년 지도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20대 총선 당선인들의 평균 연령은 55.4세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30 세대는 단 3명에 그쳤다. 37세에 당선된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청년의 감성을 정치과정에 접목해 새로운 정치혁신을 불러왔다.

공교육 개혁을 다시 어젠다에 올리자. ‘학종’ 폐지를 선언하라는 것이 아니다. 공정성과 열린 기회의 관점에서 교육 모델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새롭게 디자인하자는 것이다.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청년의 자조가 신념이 되는 순간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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