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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서울 면적 절반크기 공원용지 보상 놓고 정부 - 지자체 힘겨루기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도시공원일몰제>

원소유주에 보상 안해주면 난개발 소용돌이 휘말릴 가능성

정부 "공원 조성은 지자체 책임...지방채 이자 70%만 지원"

지자체 "보상에 최소 수십조 들어...정부가 절반 부담해야"





내년 7월 본격 시행 예정인 도시공원일몰제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가 보상 비용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내년 7월까지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일몰제 대상지는 난개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도시공원일몰제 적용 대상인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꿈나무소공원. /홍병문 논설위원


내년 7월1일 도시공원일몰제(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제) 적용을 10개월여 앞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책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일몰제가 본격 적용되면 전국에서 서울시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340㎢가 공원 부지에서 해제된다. 이에 따라 공원 폐쇄에 따른 혼란이나 난개발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내년 7월 본격 시행 예정인 도시공원일몰제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가 보상 비용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내년 7월까지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일몰제 대상지는 난개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도시공원일몰제 적용 대상인 서울시 용산구 이촌파출소. /홍병문 논설위원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0배가 넘는 공원 부지가 한순간에 사라질 처지에 놓인 배경은 이렇다. 지난 1970~1980년대 공원·도로 등 도시계획시설 지정 이후 장기간 보상과 사업시행이 이뤄지지 않아 사유지에 대한 재산권 침해 문제가 커지자 헌법재판소는 1999년 도시계획시설 내 사유지에 대한 보상규정이 없는 도시계획시설 지정과 관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년 안에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도시계획시설상 공원 지정을 풀고 원소유주에게 땅과 건물을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정 여력이 없는 지자체와 정부가 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벌써 그 시점이 내년 7월로 다가온 것이다. 지자체와 정부가 이들 340㎢ 규모의 거대한 땅에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다른 방도를 내지 않는다면 현재는 물론 미래 세대가 향유할 수 있는 공원 자산이 사라지게 된다.

도시공원일몰제의 본격 시행이 몰고 올 파장은 작지 않다. 2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을 남과 북으로 가로지르는 이촌로와 맞닿아 있는 꿈나무소공원. 비교적 한가로운 오전 시간에도 1,400㎡가 넘는 꿈나무소공원에는 어린이들이 그네를 타거나 노인들이 맨손체조를 즐기느라 분주했다. 주민들은 물론 주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행인들과 어린이들이 그네를 타며 땀을 식힐 수 있는 이 공원 부지는 용산구나 서울시가 아닌 기업 소유다. 과거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섰던 고승덕 변호사의 부인이 이사로 있는 마켓데이 유한회사가 2007년 이 땅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약 42억원에 매입했다. 마켓데이는 올 4월에는 이 공원 부지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이촌파출소 건물까지 사들였다.

꿈나무소공원 부지와 이촌파출소가 위치한 이 땅은 원래 정부 소유였지만 1983년 관련법 개정으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소유권이 바뀌었다. 그런 공원 부지를 마켓데이가 2007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사들였고 올해는 이 공원 부지에 자리 잡은 이촌파출소 건물까지도 매입한 것이다. 현재 마켓데이는 용산구와 정부를 상대를 파출소철거와 공원사용료 등을 놓고 법정 소송 중이다. 이렇게 법정 다툼이 오가는 동안 마켓데이가 12년 전 사들인 공원 부지는 200억원의 가치를 훌쩍 넘는 금싸라기 땅으로 변했다. 용산구는 공원 부지를 포기할 수 없다며 꿈나무소공원 부지와 파출소 건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 사정이 여의치 못한 구청으로서는 보상비용 부담이 작지 않다.

전국에는 꿈나무소공원과 같은 공원이 수두룩하다. 만약 내년 7월까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소유자와 조율이 되지 않으면 일몰제 대상지에서 난개발의 삽질이 시작될 수 있다. 물론 정부와 해당 지자체들은 이들 일몰 대상 도시공원 부지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당장 재정 문제와 환경단체의 주장, 원소유주의 재산권, 정치적인 이해 등이 난마처럼 얽혀 있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 5월 당정 협의를 거쳐 관계부처 합동으로 도시공원일몰제 대상인 장기 미집행공원 해소 신규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4월 관련 방안 발표 이후 1년여 만이다. 최근 2년여 동안 관계부처가 모두 나서 두 차례나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 문제가 쉽게 해결하기 힘든 골치 아픈 해묵은 숙제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자체가 원소유자에게 보상비를 주고 공원용지를 사들일 때 그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지방채의 이자를 최대 70%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이자 50%만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신규 대책에서는 이자 지원 규모를 20%포인트 늘렸다. 또 전체 일몰제 대상지 가운데 국공유지의 경우 10년 동안 일몰제 발효를 늦추는 실효 유예 카드도 동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실효 유예를 할 수 있는 대상은 전체 도시공원일몰제 대상지의 25%에 달하는 90㎢다. 헌재가 원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일몰제 적용을 결정했지만 국가 등이 소유한 이들 국공유지는 관련 법과 규정을 조금 수정하면 일몰제 실효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방치됐던 이들 일몰 대상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속도를 높이려 도시공원 심의·평가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일몰제 대상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일부 일몰제 대상지를 공공성이 높고 추진 기간이 1년 반 정도로 짧은 ‘LH 공급촉진지구’로 끌어들여 공원 조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들 일몰제 대상지 일부를 무주택자나 청년·신혼부부에 시세의 85%로 공급할 수 있는 LH공급촉진지구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의연 국토교통부 사무관은 “장기 미집행 공원 340㎢ 가운데 130㎢를 먼저 공원지역으로 보존하도록 우선관리지역으로 정하고 국공유지 90㎢를 실효 유예하면 최대 220㎢까지 공원용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 지자체와 환경단체들은 도시의 허파를 지켜내기에는 역부족인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일몰 대상 공원용지를 매입하기 위해 올해 지방채 8,600억원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정부 지원은 이자 비용 200억원의 25%가량인 5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일몰 대상지 모두를 공원으로 보존해 지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서울시는 이자 비용만 일부 지원하겠다는 정부 대책에 대해 불만이다. 서울시의 경우 전체 일몰 대상지 보상비용으로 수조원이 들어가는데 이 문제의 근원적 책임자인 정부가 전체 보상비 가운데 이자 일부만 지원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방채 발행 이자비용 중 일부가 아닌 보상비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최소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의 일몰제 대상 토지 보상비를 놓고 지자체와 정부 당국의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30여년 전 국가 사무에서 지방 사무로 도시계획시설 관련 업무가 바뀐 점을 이유로 지자체가 공원 조성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국비로 공원 조성비를 모두 지원하면 지자체가 더 이상 공원 조성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거론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공원 대상지의 경우 도로나 댐과 같은 국가 기반 시설 못지않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고 온난화와 미세먼지 문제 등 국가적 난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 단체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 떠넘기기 싸움을 벌이는 동안 난개발 우려만 커지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매우 열악해 정부 도움이 없다면 내년 7월로 다가온 일몰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공공재 성격을 띤 도시공원 확보 문제를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 결국 시효가 풀린 일몰제 대상 공원 계획지역은 건설사와 투기꾼 등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사진=홍병문 논설위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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