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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 "日 적대시 정책은 아베 정권에 되레 힘 실어주는 격"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 인터뷰

우경화 반대하는 日국민 많아…연대 모색해야

對日 정계접촉·소통 능력 뛰어난 전문가 필요

지소미아 폐기로 대응땐 日 개헌 명분만 줄것

오는 10월 일왕 즉위식에 총리 파견 검토 필요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한일갈등의 원인 및 해법을 주제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오승현기자




한국이 또 한번 역사적 격변기에 놓였다. 돌아보면 한국 외교환경이 어렵지 않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현재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와의 전통적 관계가 동시다발로 흔들리는 다층 위기 상황이다. 특히 이웃국 일본과의 갈등 상황이 심각하다. 역사 갈등이 경제를 넘어 급기야 안보 분야로까지 확대되려 하고 있다. 이에 서울경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 중 한 명으로서 3년 간 주일대사까지 역임한 라종일(79) 가천대 석좌교수를 만나 한일 갈등 배경과 해법 등에 대해 자문했다.

라 교수는 20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진행된 본지 인터뷰에서 먼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해 현재 일본 정권의 역사 인식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라 교수는 “일본은 태평양 전쟁의 주범이고, 한국과 중국은 물론 동남아까지 침략했다”며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 우파는 어리석은 전쟁과 이웃을 침략했던 데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된 행위라 생각하지 않고 근대 국가의 일반적 행태라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라 교수는 “특히 최근 일본이 한국을 대하는 방식에 특이점이 있다”며 “한국이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라는 식으로 관계를 설정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일본의 대한(對韓) 접근 방식이 과거와 달라진 배경으로는 중국의 부상 등 동북아 정세 변화, 한일 양국 간 국력 차이 감소,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을 지목했다.

하지만 라 교수는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 대해서는 반대하더라도 일본 국민 전체를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라 교수는 “일본에도 양심적인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아베 정권의 평화 헌법 수정 시도에 반대하고 있다”며 “이들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고 연대를 통해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한일갈등의 원인 및 해법을 주제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오승현기자


이에 더해 라 교수는 “과거 군국주의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곳은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만이 아니다”며 “일본 국민들도 많이 희생됐다는 점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일반 국민들 역시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자라는 점을 일본 국민들에게 강조해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함께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경제 공격에 대한 대응 카드로 만지고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라 교수는 “지소미아 폐기는 아베 정권에 개헌 명분만 줄 것”이라며 “한국이 먼저 폐기했다는 이유로 아베 정권이 한국을 적대시하면서 자체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라 교수는 “현실적으로 보면 일본보다는 우리가 더 많은 안보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북한 관련 정보는 사실 일본이 더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라 교수는 “아베 정권의 목표는 한국과의 관계 재설정이 아니라 개헌을 통해 군사력을 갖춘 후 결국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이대로 두면 미국도 결국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부합의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초기 접근법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라 교수는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우리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충분한 대화와 의견 교환을 통해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지적했다. 라 교수는 “우리는 절대 선, 상대는 절대 악이라고만 주장하면 상대방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라 교수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 정계와 접촉도 가능하고 일본 언론 등과 소통 능력도 뛰어난 사람이 나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려운 국면일수록 학자나 관리자보다는 설득력 있고 힘 있는 전문가가 주일대사를 맡는 게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불거진 양국 갈등이 이미 너무 멀리 온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부가 해결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방법은 여러 가지”라며 “그래서 정치와 외교라는 게 존재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라 교수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일왕 즉위식이 한일 관계에 있어 의미 있는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현재 극한의 갈등 상황이기는 하나 지리적으로 결국 가장 가까운 이웃국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라 교수는 “사실 일왕이야말로 일본 내에서 가장 친한(親韓)적이고 유연한 존재”라며 “적어도 현직 총리가 축하 사절로 참석한다면 한일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현·박우인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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