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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일관성·가치 없는 트럼프 中 정책

E.J. 디온 주니어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트럼프 對中정책에 지구촌 혼란

인권·민주주의 가치 훼손시켜

미국민 분열되고 국격까지 상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는 미국 대외정책에 따라붙는 ‘추가물(add-on)’로 여겨졌다. 일상적 현실정치를 가려주는 매력적인 장식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오롯이 무역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리가 표방해온 전통적 가치와 결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 정책은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 중국의 독재에 항거하는 홍콩인들과 함께하기를 거부함으로써 트럼프는 미국인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국격까지 약화시켰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트럼프의 정책이 초래한 몰지각한 혼란이 언제쯤 그와 미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지 궁금했다. 개인적 충동으로 정책을 대신하고 뇌가 아닌 트윗으로 사고하는 행정부가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위기를 피해갈 수 있을까. 지리멸렬한 트럼프의 중국정책과 이로 인한 지구촌 전체의 경제적 혼란은 바로 지금이 위기의 순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아마도 트럼프는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것과 동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야만스러운 강권 정치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2018년 마러라고 별장에서 열린 공화당 기금모금 만찬에서 트럼프는 참석자들에게 “이제 시진핑은 종신 대통령이다. 종신 대통령이라니, 근사하다”고 감탄하면서 “그는 이제 위대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우리도 언젠가 (종신 대통령제를)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시 주석이 홍콩의 민주주의 지지세력을 억누르려는 와중에 트럼프가 중국 공산당 관리들의 상투적인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8월1일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기나긴 시기 동안 홍콩은 숱한 폭동을 겪었다”며 “이번 폭동 참여자들 중에는 어느 시점에 폭동을 중단하기 원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어 “그것은 홍콩과 중국 사이의 문제다. 홍콩은 중국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의 말을 해석하면 “중국 정부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라”가 된다.

트럼프는 지난 화요일 트위터에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무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홍콩 접경지에 중국군 병력이 집결 중이라는 소식이 나오자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두의 평온과 안전을 원한다”는 지극히 형식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 그쳤다. ‘위 더 피플(We the People)’로 시작되는 헌법 서문을 지닌 국가의 지도자가 보인 반응으로는 구설수에 오를 만하다.

무역협상에 관해 트럼프는 최근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이 때문에 주식가격이 급락하자 “이 같은 조치가 미국인에게 끼칠 영향을 감안해” 잠정적인 유예조치를 취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행동에 앞서 ‘만약의 경우’ 혹은 ‘경우의 수’부터 꼼꼼히 따졌다. 그러나 트럼프는 생각도 전략도 없다. 말부터 내뱉은 뒤 눈치를 봐가며 다른 말을 한다. 그는 관세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에 미칠 영향에 관해 애교 섞인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이 관세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의 잘못된 주장과 완전히 모순된다.

트럼프의 즉흥적인 교정작업은 (시 주석과) 그가 세계 경제에 미친 해악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이다. 지난 수요일의 국내 증시 폭락은 투자자들이 경기침체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당연히 그 뒤에 나온 트럼프의 안면 바꾸기는 경제적 참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재선이라는 순전히 개인적 염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상공회의소 최고경영자(CEO)인 톰 도너휴가 CNBC 방송에서 잘라 말했듯이 “경기침체의 한복판에서 대통령선거 출마를 원하는 정치인은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단 한 명도 없다.”

실용적인 차원에서 트럼프의 접근법에 화가 치미는 이유는 미국의 전통적인 민주 우방국들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가 중국을 마음에 들지 않는, 국제 무역규정을 멋대로 파기하고 상습적으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악당으로 바라보고 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중국의 불법적 행동에 대항할 지원세력을 구축하는 대신 변덕스러운 접근법에 의존해 오히려 중국이 미국을 악당으로 보이게끔 만들 반전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제일주의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게다가 독재정치에 대한 트럼프의 동경은 우리가 지닌 온갖 불완전성과 자체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 동안 꾸준히 유지해온 도덕적 우위를 내려놓은 것과 다름없다.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것은 단지 올바른 일을 하는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전략적 자신이다. 또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민주주의가 도전을 받고, 한때 민주적 제도를 구축한 듯 보였던 국가들이 민족주의자들의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의 국익에 합당한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인종주의와 토착주의(nativism)를 유발하고 그에게 대항하는 사람들을 적법한 지위에서 내치는 방식으로 미국인을 분열시킴으로써 이미 국가 전반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이제 그의 허무주의(nihilism)는 미국과 세계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미국은 성급하고 무가치한 통치방식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는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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