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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끝에서 만나는 '나'를 끌어안으라"

<퇴근길인문학수업-관계(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
브랜드와 욕망 연구하는 인문학자 겸 작가 김동훈 씨
취향을 찾아내고 각자 감춰진 욕망의 본질에 눈 뜨면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너 자신을 돌보라'고 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가르침 이해하게 돼

  • 장선화 기자
  • 2019-08-13 09:28:30
  • 피플

김동훈, 퇴근길인문학수업-관계, 포스트모더니즘, 취향의발견, 브랜드인문학, 소크라테스, 욕망

'욕망의 끝에서 만나는 '나'를 끌어안으라'

“서양에서는 1960년대 이후 인문학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평가했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등 잇따르는 전쟁을 치르면서 인간이 이성적인 주체가 아니라 감각과 욕망을 벗어나지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죠. 욕망의 본질을 파헤쳐나가는 것이 곧 자신을 알아가는 지름길이기에 스스로 진정한 ‘나’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취향부터 찾아내야 합니다.”

지난 5월 출간된 <퇴근길인문학수업-관계>에서 ‘취향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원고를 쓴 인문학자 겸 작가인 김동훈(사진) 씨는 지난 6월 베니스 국제대학교에서 열린 환경인문학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브랜드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면서 서양 인문학계에서는 ‘물질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과거 인문학의 연구 대상이 주체였다면 오늘날 주체는 사라지고 물질의 성격만 남는 세상이 되었다. 그것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기계든 상관없이 각자 존재하는 의미를 탐구해 보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이용자는 게임 진행과 상관없이 언제든 리셋 버튼으로 다시 게임을 시작하고, 영화도 서사구조 보다는 캐릭터라는 속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이를테면 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저스’와 같은 현대판 영웅물이 대표적”이라며 “사람들은 이제 이야기에 몰입하기 보다 등장하는 캐릭터에 더 열광하고 있다”며 게임과 영화를 예로 들어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의 사상을 연구하고 있는 그는 디자인 인문학, 브랜드 인문학 등을 주제로 기업 강연에도 자주 초청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화폐, 자본 등은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의 속성일 뿐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는 “돈은 즐길 수 있는 수단이며 ‘나’를 확장시켜나가는 물질일 뿐 좋고 나쁘고를 판단할 수가 없다”면서 “결국 명품 브랜드는 신문물주의 사회에 인테리어 소품 역할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리좀(Rhyzome)’ 이론으로 설명했다. 리좀은 감자·고구마 같은 땅속 줄기 식물을 가리키는 식물학에서 온 개념으로 서열적이고 초월적인 구조가 아닌 배척하지 않는 관계와 상호 연계성의 모델을 의미한다. 그는 “정체성과 주체성 그리고 매체성은 이제 관계를 맺으면서 연대하고 있다”면서 “인간이 자신을 깨달아 갈 때 정체성을 느끼고 주체성을 파악한 후 이를 매체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현대적 인문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이라고 말했다.

정체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물질적 욕망을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욕망이 결핍되면 자기의 정체성도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체성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것. 그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성이 주체가 아니라 감각과 욕망이 원동력”이라면서 “물질적인 욕망을 거부하기 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욕망의 본질을 꿰뚫어야만 정체성 그리고 주체성을 찾아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자칫 물질적 욕망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즉흥적이며 찰나적인 욕망을 끊임없이 추구해 나가다 보면 자신의 내면에 본질적인 결핍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되는 자기인식의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라면서 “오늘날 인문학 공부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것은 나의 욕망의 본질을 계속 알아내라는 의미이며,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너 자신을 돌보라’는 말에는 자기 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감싸 안으라는 배려의 뜻이 숨어있다”고 강조했다. 현대 인문학을 통해 자기 배려의 단계를 넘어서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학을 벗어나 대중 속에서 만개한 우리사회의 인문학 열풍에 대해 그는 교양과 지식습득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고 진단했다. 김 작가는 “인문학의 본질이자 도달해야 할 지점에는 인간애가 있다”면서 “감각과 욕망을 통해 자신의 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이웃은 물론 동물, 식물, 기계 등 모든 대상의 중요성과 생명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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