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cience&Market] 99.9% vs 99.999%

韓, 99.9% 도달할 역량있지만

최고만 살아남는 시대엔 역부족

99.999% 위해 '도사' 육성하고

기초과학·테스트베드 투자 절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강 대 강 대치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규제 대상 소재가 우리 반도체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하지만 많은 부분을 전적으로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며 소재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물론 단기간 내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소재 개발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소재는 세계 최고의 제품만 살아남고 2등 제품은 그 이름이 잊혀진다. 반면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거의 독과점적인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분야다. 정부는 지난 1990년대부터 부품·소재개발사업, 프론티어사업, WPM(고유 브랜드화가 가능한 10대 핵심 소재)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등 대형 사업을 통해 많은 투자를 해왔다.

특히 소재 산업에서의 대일 무역수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2010년부터 최근까지 WPM사업에만 5,000억원 이상의 순수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소재개발사업은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폴리이미드 필름이다.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분야도 성장동력기술개발사업이나 산업원천사업 등을 통해 상당한 연구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또 좋은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바로 연구결과물의 질(質)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술력은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99.9%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하지만 초정밀·초고순도·초미세 수준의 소재 성능을 필요로 하고, 심지어 사람들의 감성적인 차이까지 고려해야 하는 요즘 기준에 도달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99.9%가 아닌 99.999%의 기술이다. 99.999%의 기술만이 세계 최고에 이르는 길이다.

99.999%의 기술을 갖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해야 한다. 연구자는 열정을 갖고 한 우물을 파고, 정책 입안자들은 연구자들을 꾸준하고 충분히 지원해 각 분야에서 이른바 ‘도사’들이 나올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갖추고 달려들어도 도달할 확률이 높지 않은 것이 바로 99.999%의 기술이다.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지금의 방식을 버리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개발의 패러다임(방식)을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차세대 소재 산업에 대한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일련의 사태에서 보듯이 기초 분야에서의 최고 기술 없이 설비나 공정기술만을 앞세운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개발된 소재가 최고의 기술 수준까지 도달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국가적인 기술개발 시스템을 갖고 있는지 여부다. 개발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과 구매조건부기술개발사업 등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등에 각각 투자했지만 작은 규모의 연구개발비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인 소재 개발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의 투자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

소재·부품의 소비자인 대기업은 당장 품질이 좋은 외산 소재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소재가 99.999%의 기술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테스트베드 구축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기술이 99.999%가 될 수 있게 하는 연구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