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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이어 또.... 느슨해진 '병역 잣대'

[대법 "비자 거부는 위법"... 유승준 입국 길 열려]

1·2심선 "軍 사기저하" 청구기각

예상깨고 "절차위반" 파기환송

법조계 "현정부 들어 너무 관대"

대법 진보성향 법관 채워진 이후

軍기강 해이 국민적 우려 등 외면

유승준씨. /연합뉴스




병역 의무를 피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가수 유승준(43·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에 제동을 건 데 이어 유씨의 한국 입국까지 길을 터주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현 정부 들어 병역기피에 너무 관대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로스앤젤레스(LA) 한국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한국에서 인기 솔로 가수로 활동하던 유씨는 방송 등에서 “군대에 가겠다”고 수차례 밝히다가 지난 2002년 1월 돌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시민권을 선택해 병역을 피했다. 유씨를 향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당시 법무부는 유씨의 한국 입국을 제한했다. “유씨가 재외동포 자격으로 연예활동을 할 경우 국군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들이 병역의무를 경시하게 되는 것은 물론 외국 국적 취득을 병역 면탈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이라는 병무청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유씨는 이후 2003년 6월 예비 장인의 문상을 위해 일시 귀국한 것을 제외하고는 17년간 단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중국 등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유씨는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서 재외동포 비자(F-4) 발급을 거부당하자 결국 소송을 냈다.

1·2심은 “유씨가 제소기간 내에 입국금지 결정에 불복하지 않았으므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은 적법하다”며 유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을 재외공관장이 따랐다고 해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의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은 영사관의 재량행위인데 이를 전혀 행사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또 공식적으로 거부처분서를 작성하지 않고 전화로 유씨 아버지에게 처분 결과를 통보한 것도 행정절차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법원 판단의 취지에 따라 유씨가 행정소송 승소를 확정하면 LA 한국총영사관은 유씨가 신청한 비자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유씨의 나이가 병역의무가 해제되는 38세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자 발급 재거부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는 게 법조계의 진단이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이미 1·2심에서 청구 기각 판정이 나온데다 유씨에 대한 국민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예상을 깨는 결론을 내놓자 현 정부 들어 병역기피 관련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이 너무 관대한 쪽으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6월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로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 역시 같은 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며 기존 전원합의체 입장을 14년3개월 만에 뒤집었다.

서울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최근 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항, 23사단 사병 투신사망 사건 등으로 군 기강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는 와중에 나온 판결이어서 더 놀랍다”며 “사회가 먼저 변하면 법원이 이를 보수적으로 반영하는 형태로 따라가야 하는데 대법관들이 진보 성향 인사로 채워진 뒤로는 거꾸로 사회 인식보다 앞서나가는 판례가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씨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지만 입국금지 결정의 적법 여부는 실정법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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