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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검경은 누구 편에 설것인가

성행경 사회부 차장





문무일 검찰총장이 머리를 숙였다. 과거 검찰의 부실수사와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검찰권 행사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또 과거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이 우리 사회의 부패·비리 척결에 기여한 공로가 크지만 국가 권력의 눈치를 보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책무를 소홀히 한 과오가 결코 작지 않다. 임기가 한 달 남은 총장의 사과와 반성이라고 폄훼해서는 안된다. 문 총장은 취임 후부터 꾸준히 과거사 문제에 관심을 보이며 유감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문 총장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다음은 경찰 차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만들어진 경찰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을 끝으로 여덟 가지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말 활동을 종료한다. 조사위는 이들 사건에서 발생한 경찰의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 등 후속조치를 권고했다. 조사위는 거의 모든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를 지적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조사위 활동이 오는 7월 말에 끝난다. 내용을 검토해서 종합적인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현 경찰 수뇌부가 인권을 강조해온 만큼 검찰과 마찬가지로 사과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위원회의 활동과 조사결과는 검경의 인권침해 사례를 밝혀내고 일부 개선조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검찰의 부실수사와 경찰의 과잉진압만 강조하고 공권력을 무시하고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과거 보수정권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들춰내 권력기관을 개혁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위원회였으니 예정된 결론이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위원회가 조사한 사건들에서 국가에 의한 폭력 못지않게 ‘민의’를 빙자한 불법행위가 난무했다. 이 때문에 조사결과와 권고사항이 향후 검경의 수사나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우가 되지 않으려면 권고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보다 세밀하게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과거에 발생한 인권침해와 권한남용에 대해 사과하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검경이 정치적 중립성을 포기한 채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권력의 시녀 역할을 했다고 자인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국민들로서도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정부 권력기관의 잘못을 따지는 위원회를 만드는 희비극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검경 수뇌부의 반성과 사과는 권력의 품에서 벗어나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선언이어야 한다. 두 위원회의 권고가 조직을 경직시키는 독(毒)이 아니라 새 살을 돋게 하는 약(藥)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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