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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초미숙아 ‘횡격막 탈장증’ 이겨내고 집으로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

정맥관 통해 주사 영양제 투여

1.53㎏때 횡격막 구멍 막는 수술

47일째부터 호흡기 떼고 회복

체중 2.4㎏로...76일만에 퇴원

횡격막 탈장증을 갖고 태어난 초미숙아 호삼이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인공호흡기 치료와 수술 등 76일간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받고 지난 25일 어머니 정향선씨의 품에 안겨 퇴원했다. 오른쪽은 주치의 정의석 교수.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몸무게 900g으로 태어난 초미숙아(초극소 저체중 미숙아)가 중증 희귀질환인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극복하고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 질환은 가슴과 배를 나누는 근육막인 횡격막에 난 구멍 사이로 뱃속의 소화기 장기들이 올라가 심장·폐를 압박해 호흡곤란이 오고 심장기능이 떨어진다. 미숙아 집중치료에서도 가장 고난도 치료 중 하나로 손꼽힌다.

26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김애란·이병섭·정의석 교수)은 이 질환을 가지고 임신 27주 5일 만에 태어난 전호삼 아기가 76일간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최근 건강하게 퇴원했다.

호삼이 어머니는 임신 7개월 때 임신중독증으로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고 아기와 산모 모두 위험해질 수 있어 지난 4월 응급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호삼이는 심폐소생술을 받고서야 숨을 쉬고 심장도 뛸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 소생 직후 검사에서 왼쪽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까지 확인돼 곧바로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미국소아외과학회지 보고에 따르면 현재까지 왼쪽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갖고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중 가장 작은 아이의 체중이 960g인데 호삼이는 그보다 60g 작다.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은 신생아 2,000~3,000명당 1명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 신생아 32만명 중 100여명이 환자로 추정된다.

뱃속 장기들이 횡격막 구멍을 통해 가슴으로 밀고 올라가 폐 등을 압박하고 있는 초미숙아의 출생 당시 엑스선 사진(왼쪽 사진). 폐와 뱃속 장기가 횡격막 사이로 잘 분리된 수술 후의 모습(오른쪽 사진).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이 질환을 앓는 신생아는 숨을 쉬기가 어려워 인공호흡기와 체외막산소요법(ECMO) 치료, 횡격막 위로 올라간 소화기 장기를 뱃속으로 끌어내리고 횡격막 구멍을 막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초미숙아인 호삼이는 혈관이 너무 작고 얇아 주삿바늘(카테터)을 넣을 수 없어 ECMO 치료조차 불가능해 생존확률이 낮았다. 모유 수유조차 어려워 중심 정맥관을 통해 주사 영양제를 투여했는데 이를 해독하느라 간의 부담이 커지면서 담즙정체가 일어났고 장폐색이 발생하기도 했다. ECMO는 폐·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거나 수술을 위해 일시적으로 기능을 정지시킬 때 환자의 혈액을 몸 밖으로 빼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첨가해 다시 넣어주는 등 인공 폐·심장 기능을 하는 생명유지 장치다.

전 세계적으로도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가진 초미숙아의 치료 경험이 거의 없어 서울아산병원 신생아팀은 수시로 상태를 관찰하면서 전문적인 인공호흡기 치료로 적절한 산소 농도를 유지해줬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호삼이는 출생 40일째 체중이 1.53㎏으로 불어나 남궁정만 소아외과 교수에게 횡격막 구멍을 막는 수술을 받았다. 47일째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했고 입으로 모유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체중이 2.4㎏으로 증가해 25일 퇴원했다.

호삼이의 어머니 정향선(38)씨는 “셋째 호삼이가 생겨 가족 모두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렸는데 생사를 오가 너무 절망했다”며 “아이가 건강을 되찾아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갈 수 있어 행복하다. 의료진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주치의인 정의석 신생아과 교수는 “처음에는 생존확률이 희박한 상황이라 많이 당황했다”며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오랜 치료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의사·간호사들이 힘을 합쳐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일을 가능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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