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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현 교육시스템으론 창의인재 육성 한계...개방형 연구 확 늘려야"

<최양희 서울대 AI위원장>

AI 수요 느는데 대학정원은 수도권 규제에 묶여 증원 불가

획일적 학부제 대신 전공 칸막이 제거 등 교육혁신도 필요

신산업 발전 과정 생기는 규제·장애물은 정부가 덜어줘야

2022년까지 'AI밸리' 만들어 4차산업혁명 중추역할할 것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도 그 이면에는 AI 등 첨단 기술과 미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패권 다툼의 포석이 깔려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산업화가 늦었던 중국은 신산업에서는 앞서 가기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 AI 개발 등을 독려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AI 기술 분야에서 세계 정상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내부 인재 양성과 해외 인재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전면에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와 같은 기업들은 물론 칭화대·베이징대 등 중국 대표 대학들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서울대가 AI위원회를 세우고 기업·지역사회와 연계되는 AI 밸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글로벌 AI 경쟁 흐름과 맞물려 있다. 최양희 서울대 AI위원회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에서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AI 기술을 공유하고 이를 스타트업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서울대를 중심으로 첨단 지식과 유능한 인재를 공유하는 AI 밸리를 조성해 대학의 벽을 허물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역할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마치고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돌아온 최 위원장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컴퓨터신기술공동 연구소 회의실에서 만났다.

최양희 서울대 인공지능(AI)위원회 위원장은 “머지않은 미래에 AI는 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지금의 전기와 마찬가지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와 빅데이터 등 신산업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시대 변화 요구에 맞춰 대학도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권욱기자


-서울대 AI위원회가 최근 구성됐다. 어떤 계기로 구성된 것인가.

△국내 여러 대학과 기관에서는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AI 교육 수요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 프로그램은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데 그쳐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까지 대학은 교육과 연구·산학협력 등 세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울대 AI위원회는 뜻을 같이하는 동료 교수들과 함께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혁신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기존의 대학 틀로는 AI 교육과 산학협력, 더 나아가 지역사회 소통이 힘들다는 뜻인가.

△한국의 대학은 학문들 간의 칸막이가 엄격한데다 학사-석사-박사로 이어지는 획일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융합을 강조하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 시대 변화 요구에 따라 대학도 혁신해야 한다. 딥러닝 분야의 최고 석학인 앤드루 응은 코세라라는 온라인 공개수업 플랫폼을 통해 수십만명의 수강생에게 직접 강의를 하고 있다. 기존 교육 시스템을 고수한다면 AI·빅데이터 시대의 혁명적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최양희 서울대 인공지능(AI)위원회 위원장은 “머지않은 미래에 AI는 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지금의 전기와 마찬가지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와 빅데이터 등 신산업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시대 변화 요구에 맞춰 대학도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권욱기자


-서울대 AI위원회가 그리는 AI 발전 청사진은 어떤 것인가.

△AI위원회는 개방형 AI 교육 연구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있다. 1단계로 올해 안에 각 분야의 AI 연구자들로 구성된 AI연구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서울대에는 AI 관련 연구를 하는 교수들이 150~200여명에 달하고 직간접적으로 연관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 등 연구 인력도 1,500여명으로 파악된다. 2월 고(故)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께서 AI 연구를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500억원을 바탕으로 AI 연구원이 세워질 예정이다. 2단계로는 2022년까지 서울대 관악캠퍼스 후문 낙성대 일대에 AI 밸리를 세우려고 한다. 2022년 이후에는 3단계 사업으로 서울시와 협력해 AI 밸리를 확대해 10만평 규모의 부지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 대학 주변의 첨단산업 밸리를 연상케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나 버클리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AI 종합 육성 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서울대에는 없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AI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하는 공간이자 AI 기술을 주도하는 리딩 기관이 세워져야 한다. AI 등 첨단산업은 중심 리딩 기관이 이끌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서울대가 적극 나서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신산업 흐름에서 AI가 왜 중요한가.

△AI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이자 현대 일상생활과 산업의 필수 요인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드론은 물론 빅데이터 등 신경제의 주요 분야에서 AI 기술은 빠질 수 없는 핵심 기술이 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AI는 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지금의 전기와 마찬가지의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전기가 없다면 아무것도 못하지 않는가. 공장은 물론 도시도 돌아갈 수 없다. AI가 미래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말은 AI가 미래 사회와 경제, 국가의 기반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AI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너무 과장 된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AI는 그 자체 연구 영역뿐만 아니라 연관 분야와 활용 산업이 무궁무진하다. 공학은 물론 예술, 그리고 언론에도 필요하고 농업에서도 활용도가 크다. AI를 기반으로 한 종자 개발을 통해 기존 종자보다 생산성이 10~15% 높은 성과를 내는 회사도 등장했다. 한국인이 AI를 기반으로 한 축구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을 만들어 독일과 유럽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민족을 개발한 우아한형제들과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 개발사인 비바리퍼블리카와 같은 스타트업들도 모두 AI와 밀접한 기술적 연관을 맺고 있다. 그 중요성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스타트업과 신경제 현장에서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한국의 AI 경쟁력을 미국·일본과 비교하면.

△중국은 안면인식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3초 안에 14억명의 히스토리를 읽어낼 수 있고 개인의 신용평가 점수까지 곧바로 나온다. 이런 놀라운 안면인식 기술을 공산당 정권 유지에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의 경우 스탠퍼드대와 MIT 등 대학가 창업 밸리가 AI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대학가 중관춘을 중심으로 첨단 지식을 공유하고 이를 스타트업으로 활발하게 연결하고 있다. 과거 한국은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인 지원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잘하는 것은 계속 잘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잘하는 분야는 그냥 내버려두는 경향이 있다. 잘한다고 내버려두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와 조선 분야가 그렇다. 우리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멈춰버린다면 도전과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AI와 같은 신경제 분야에서 정부 규제가 여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큰데.

△어느 나라나 정부의 사회 경제 정책이 미래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의미가 더 크다. 잘하고 있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거나 부작용을 우려해 규제를 하면 그 결과는 너무 명백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우리의 의료·바이오 산업만 해도 제약 요인이 많은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신산업 분야 중 하나로 바이오·의료 서비스가 꼽히지만 오히려 규제가 제일 많은 곳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육성하고 키워줘야 할 곳에서 오히려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IT 강국이라 자만하지 말고 AI와 바이오 분야 등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키워주고 육성해주는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는 발전 과정에서 장애물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절대적으로 그 규제와 장애물을 덜어줘야 한다.

-당장 교육 제도도 AI 등 신산업 경쟁력 강화에 되레 족쇄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7년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위원회에서 회의를 할 때 서울대의 정원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한 연구원의 원장이 10년 넘게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이 55명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AI 기초 학문인 컴퓨터공학을 배우려는 수요는 넘치는데 단 한 명도 정원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 사이언스 학부생은 739명이었다. 우리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규제 때문에 학과 정원 문제는 지금도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신산업 교육이 될 수 있겠나. 부전공과 복수전공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풀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 실험실과 연구실 등 자원과 공간이 입학 정원에 비례해 만들어져 있어 이런 늘어난 수요와 연구 욕구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지금의 대학 교육 시스템이 AI 등 첨단 분야의 변화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인가.

△AI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교육이 형식과 질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입학 정원 시스템과 교육 과정은 난센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학과 정원은 오래된 문제라서 손대기 너무 힘든 상황이고 교양·전공과목 등으로 나눠 특정 과목과 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하는 기존 교육 시스템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일궈주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해외 대학에서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창의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무학과 입학으로 대학에 들어와서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졸업할 때 전공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정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이미 교육부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아직은 부족하다.

-서울대 AI위원회도 이런 현실적 한계와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대학이 혁신하려면 개방형 연구체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서울대 AI위원회가 출범시 AI연구원 설립을 계획으로 내세운 데는 기존 학과 시스템으로 해결하기 힘든 것을 연구원을 통해 풀어보겠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AI 등 첨단산업은 중심 리딩 기관이 이끌고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AI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확실한 리딩 기관을 중심에 세우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AI위원회와 AI연구원이 그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먼저 롤모델을 만들어 AI 연구와 스타트업의 요람 역할을 해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 것이다.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병문 논설위원 hbm@sedaily.com

He is…

195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KAIST에서 전산학 석사를 마치고 프랑스 국립정보통신대(ENST)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한국전기통신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81년 프랑스 국립전기통신연구소 연구원, 198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정보통신표준연구센터장에 올랐다. 1991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긴 후 2009년부터 3년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맡았다. 2013년 초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을 거쳐 2014년부터 3년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재임했다. 2017년 다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돌아와 지난달 초부터 서울대 AI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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