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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 현장 대신 캐비닛만 뒤져...추경사업 25%가 '재탕 삼탕'

[정책 창의성 사라졌다]

격주 한번꼴 경제대책회의에도 공허한 로드맵 나열

신산업 육성·기업투자 물꼬 틀 '결정적 한방' 안보여

"혁신마인드 실종 문제지만...소주성 고집 정부 탓도"





“과거에 했던 비슷비슷한 정책이 대책이라고 나오니 기업과 국민은 체감을 못하는 겁니다. 체감을 못하니 투자 활성화와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고요.”(전직 차관급 관료)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경제활력대책회의를 15차례 개최했다. 사실상 격주에 한 번꼴로 대책회의를 열며 숨 가쁘게 움직였다. 지난 1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시작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고도화 전략,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 수출 활력 제고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민간 투자에는 여전히 냉기가 가득하고 수출도 7개월째 역성장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작 정부가 해야 할 규제 혁신과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 역할은 방기한 채 기존 정책을 되풀이하며 변죽만 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쏟아지는 재탕 삼탕 대책=쏟아지는 정부 대책을 뜯어보면 과거 발표됐던 내용의 반복이거나 ‘언제까지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로드맵인 경우가 허다하다. 언제까지 일자리 몇 개를 만들고 부가가치 얼마를 창출하겠다는 식의 근거 없는 목표치도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목표는 화려한데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내놓은 수단은 빈약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다음달 3일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을 복합테마파크 건설 지원 사업 역시 과거에도 추진됐지만 이해관계자 간 대립과 문화재 출토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프로젝트다. 승용차 구입 시 개별소비세 감면, 유류세 인하 등의 조치도 과거 위기 상황에 썼던 대책의 반복이다. 정책 시행 때는 반짝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온기가 오래가지 못하는 임시방편 대책들이다.

정부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도 과거 추경 때 활용했던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추경 사업 284개 가운데 25%인 70개가 과거 두 차례 추경에 포함됐던 사업이다.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추경 편성이지만 사업 4개 중 1개꼴로 재탕·삼탕 사업인 셈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잘못된 정책을 계속 반복하니 경제가 살아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효과 떨어지는 정책이 반복 생산되는 것보다 심각한 것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대전환의 시기에 핵심을 찌르는 정책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경제부처의 한 전직 장관은 “정부 역량도 산업 전환의 시대에 실패자가 되느냐, 승자가 되느냐를 가르는 한 요소”라면서 “정부가 특정 산업을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식의 정책보다는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을 두고 시장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어떻게 규제를 풀고 갈등을 조정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경제 상황에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대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정작 신산업 육성과 투자에 물꼬를 터 줄 결정적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김도훈 전 산업연구원장도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 대책 등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신산업 탄생을 가능하게 할 제도적 변화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 전직 차관급 관료도 “현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행 의지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간과 멀어지면서 ‘책상머리 정책’ 양산=민간과의 소통이 예전만 못한 것은 ‘캐비닛 정책’이 양산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주력산업의 한 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담당 공무원 얼굴을 하루 세 번 볼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보기도 어렵다”면서 “얼굴을 보고 소통하는 빈도가 줄어들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내용을 설명할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으니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참신한 정책을 찾기 어려운 원인을 부처 공무원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 정권이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경제 이념의 틀 안에 매여 있다 보니 과감한 정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직 고위 관료는 “소득주도 성장을 포기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틀에 변화를 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관 출신의 관료는 “공무원들이 정책을 만들어서 청와대에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요즘은 거꾸로 청와대에서 정책을 내려보낸다”면서 “관료들의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전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무원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이 관료들을 움츠러들게 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세종=한재영·정순구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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