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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그리핀상 호명에도…현실 아닐거란 생각만 들었죠"

세월호 참사 애도 '죽음의 자서전'으로

그리핀 시문학상 수상…기자간담회 열어

노벨상 얘기 꺼내자 "그런말 말라" 손사래

‘2019 그리핀시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이 25일 서울 중구 달개비 컨퍼런스하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19 그리핀시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이 25일 서울 중구 달개비 컨퍼런스하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상식에서 제 이름이 불렸을 때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요. 그냥 너무 놀라서 ‘이건 아마도 현실이 아닐 거야’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수상 소감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아시아 여성이나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2019 그리핀 시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은 25일 중구에 위치한 한 한정식당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수상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시상식이 열린 캐나다 토론토는 백인과 아시아인이 뒤섞여 사는 도시지만 시 낭독회 장소에서는 백인만 있었다”며 “그만큼 아시아인이자 여성인 제가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덧붙였다.

‘그리핀 시문학상’은 캐나다의 그리핀 트러스트가 주최하는 국제적인 시문학상이다. 2000년 캐나다 사업가 스콧 그리핀이 제정했고 시 부문 단일 문학상으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매년 캐나다와 인터내셔널 부문 시인 1명씩을 선정해 각 6만5,000 캐나다 달러(한화 약 5,750만원)을 준다. 김 시인은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죽음의 자서전(Autobiography of Death)’으로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 수상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 문학의 저력을 세계에 알렸다.



김 시인은 시집을 번역한 재미교포 최돈미 씨와 6 대 4의 비율로 상금을 나눠 가졌다. 김 시인은 “번역자에게 상금이 많이 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문학상 최종에 오르면 무조건 1만 달러를 준다고 해서 최 번역가와 함께 갔다”며 “수상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1만 달러를 받고 축제를 즐기자는 생각만 했다”며 웃었다.

그는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으며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는 영어로 번역한 작품이 국제상을 수상했으니 이참에 노벨상을 염두에 두고 영문 시집에 주력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말은 하지도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그건 소설가에게 소설을 쓰지 말라, 시인에게 시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면서도 “최돈미 씨와 시집 ‘날개 환상통’의 영문 번역을 시작했고, 곧 책이 나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수상작은 세월호 참사가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 ‘출근’ 등 49편이 수록됐다. 김 시인은 “49편은 49재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죽은 자가 완전히 죽기 전까지의 ‘공간’이 ‘49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인의 감수성은 소멸과 죽음에 대한 선험적인 생각”이라며 “죽은 자의 죽음, 죽은 자의 자서전이 아닌 산 자로서의 죽음을 쓴 시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마음이 아픈 시로는 ‘저녁 메뉴’를 꼽았다. ‘엄마’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서라고 한다. 최근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생각났는지 그의 목이 잠시 메었다.

김 시인은 7월 10일쯤 신작 산문집 ‘여자짐승아시아하기’ 출간할 예정이다. 전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여자, 시하기’의 연장선에서 읽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모르는 게 우리가 아시아 사람이라는 것, 짐승이라는 것, 그리고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티베트 여행에 대한 산문집인데 그곳에서 본 눈의 여인인 ‘설인’이라는 벽화를 보고 영감을 받았어요. 티베트라는 나라에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 찾으려고 해도 찾아지지 않는 것, 국민적 욕망의 잠재의식과 같은 것을 읽어 보려 노력했던 흔적을 담았어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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