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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과서 몰래 수정' 이게 적폐 아닌가

교육부 간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교과서를 고치는 과정에서 집필 책임자도 모르게 내용을 바꾸고 심지어 집필 책임자의 도장을 몰래 찍은 것으로 25일 드러났다. 검찰은 이달 초 교육부 과장 A씨와 장학사 B씨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사문서위조교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교과서 정책을 담당한 A 과장은 2017학년도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으로 돼 있는 부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여권 인사들이 건국 시점에 대해 1948년이 아니라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라고 강조해온 것이 수정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A 과장은 교육부가 주도해 수정할 경우 비판론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편찬기관과 교과서 발행사가 자체적으로 고치는 형식을 취하려 했다. 그러나 해당 교과서 집필 책임자로 기재된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를 고칠 수는 없다”며 수정을 거부했다. 이에 A 과장은 ‘비공식위원회’를 구성해 교과서 내용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A 과장과 출판사 직원 등은 교과서수정협의회에 박 교수가 참석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협의록에 박 교수의 도장을 임의로 찍게 했다. 이에 대해 ‘도둑 날인’이라는 따가운 지적도 있다.

이 사건은 박 교수가 지난해 “나도 모르게 교과서가 수정됐다”고 ‘집필자 패싱’ 의혹을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1학기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배운 사회 교과서는 종전 교과서와 비교하면 총 213곳이 바뀌었다.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문장도 삭제됐다. 교육계에서는 “집필자도 모르게 교과서를 수정하는 비윤리적 행태야말로 적폐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상곤 당시 교육부총리가 이끌었던 교육부가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적폐’로 규정하고 17명을 수사 의뢰했던 것과 비교하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이 김상곤 전 부총리 등 윗선의 지시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혀내야 정권교체 때마다 유사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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