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우리 가곡 ‘기다리는 마음’이 울려 퍼졌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이반 피셔(68)의 지휘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 단원 63명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소리였다.
피셔는 내한 전 “이번 한국 투어의 모든 공연은 다뉴브 강 사고로 돌아가신 희생자분들과 유족분들을 위한 애도곡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으나 어떤 곡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단원들이 직접 고른 곡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내용이 담긴 가곡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한국어 발음은 정확하지 않았지만 정중한 몸짓과 슬픔에 젖은 목소리는 진심을 전하기 충분했다. 곡이 끝난 후에는 한동안 정적이 이어져 애도의 의미가 더해졌다.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지난달 29일 발생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로 당시 한국인 7명이 구조됐고 현재까지 23명이 숨졌다. 실종자는 3명이며, 지난 22일 수습된 시신이 실종자로 확인되면 남은 실종자는 2명이 된다.
피셔는 공연에 앞서 “우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왔습니다. 최근 참담한 사고가 있었던 곳입니다. 이 사고로 많은 한국인이 희생됐습니다”며 첫인사를 건넸다. 이어 그는 “헝가리 국민과 부다페스트 시민들, 단원들과 저는 마음을 다해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고 작은 위로라도 전하고 싶습니다”며 “공연에 앞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애도곡을 부르겠습니다”고 말했다.
야노시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도 공연 프로그램북에 ‘추모의 글’을 실었다. 그는 “우리는 이 참사를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이반 피셔와 BFO가 서울 공연을 희생자분들에게 헌정함으로써 헝가리를 대신해 깊은 조의를 전할 것입니다”라며 “오늘 밤, 음악이 저희 심정을 대변합니다. 음악을 통해 위로를 전합니다”라고 말했다. 특별한 의미가 담겼기에 더욱 뜻깊었던 공연이 열린 이날 롯데콘서트홀은 2,000여 석이 꽉 들어찼고, 프로그램 북 600권은 순식간에 동났다.
피셔와 BFO는 1부에서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으로 시작해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했다. 조성진은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에 응답하듯 앙코르로 쇼팽의 프렐류드 4번, 브람스의 6개의 피아노 소품을 선사했다. BFO는 2부에서 베토벤 피아노 교향곡 7번을 펼쳤다. 관객들은 열정적인 박수로 피셔를 무대로 불러냈고, 피셔와 BFO는 드라마틱한 브람스 헝가리안 댄스 1번으로 화답했다. 오후 9시 50분께 끝날 예정이던 공연은 오후 10시 20분이 돼서야 끝났다.
BFO와 협연자 조성진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26일 부산문화회관, 2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28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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