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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산티아고 순례길의 부활

1985년 스페인 문화유적으로 지정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에 있는 산티아고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대성당./위키피디아




32만7,378명. 지난 201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사람들의 합계다. 순례객(pilgrims)이 대부분이지만 종교에 관계없이 사색과 명상을 위해 찾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그만큼 유명하다. 유래도 깊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으로 44년께 순교한 대(大)야고보의 시신을 몰래 이 지역으로 옮긴 것이 순례길 형성의 시작이다. 세월이 흘러 주민들이 구릉 지역을 밝게 비추는 별 무리를 쫓아가 보니 야고보의 무덤이 있었고 순례자들이 생겼다. 순례길의 공식 명칭인 ‘빛나는 별 들판의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a)’라는 이름도 이때 붙었다.

마침 무덤을 발견한 시기가 이슬람교도의 침입기라 성 야고보는 수호성인으로 떠올랐다. 레콩키스타(실지 회복)를 염원하던 그리스도교인들은 갑옷을 입고 이슬람 군대와 싸우는 성 야고보를 그렸다. 반대로 이슬람계 주민들이 학살과 편견의 상징으로 여겼던 성 야보고의 존재는 갑작스레 잊혀졌다. 스페인 지역에서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낸 1492년부터 성지도 순례길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사라졌다. 신심 깊은 극소수의 순례자만 찾던 산티아고 순례길은 1982년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한 덕분이다.



스페인 정부는 세계청소년축제를 앞두고 1985년 6월25일 역사유산법을 개정하고 이곳을 ‘문화적 관심 유적’에 포함했다. 그해 순례객은 690명. 1992년 1만명 수준에 이른 순례객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며 더욱 늘어났다. 2006년과 2013·2017년에 각각 10만명·20만명·30만명 선을 넘었다. 갈수록 증가세가 가파르다. 한국인 순례자도 많다. 국가 기준 8위인 한국인 순례자는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몇 개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됐기 때문이다. 조용한 분위기의 순례길이나 숙소에서 마구 음식을 해먹고 술판까지 벌인 일부 순례객 때문에 한국인의 숙박을 거부하는 알베르게(숙박업소)도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사람이 많으니 돈도 쌓인다. 바가지 상술이 없지 않지만 스페인은 산티아고 순례객에게 저렴하고 경건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애쓴다. 스페인이 연간 860억유로의 관광수입을 올리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산티아고 순례길뿐 아니라 유럽화한 이슬람문화, 세계적인 축구클럽이 있는 스페인은 연간 8,1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다. 부럽다. 해마다 13조~14조원이 넘는 관광수지 적자가 나고 있는 처지에서 보자니 배까지 살살 아프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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