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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원전정비 단독수주 무산]한국 파이 최대 3조서 수천억으로 급감…해외수출 '비상등'

韓과 수주경쟁 벌이던 美 등 해외기업에 계약 나눠줄수도

두산重 계약내용과 차이 없어 팀코리아와 '집안싸움' 우려

UAE "韓정책 무관" 밝혔지만 文정부 향한 공격 거세질듯





23일(현지시간) 체결된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서비스계약(LTMSA)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컨소시엄(팀코리아)은 ‘나와의 주도 하에(Under the leadership of Nawah)’ 원전 4기에 대한 경상·계획예방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바라카 원전의 원자로(1차측)와 비원자로(2차측, 주변기기)에 대한 시험·진단·검사·정비 및 교체 서비스 등을 수행할 것이라고 나와 측은 설명했다. 같은 날 정비사업계약(MSA)을 별도로 체결한 두산중공업은 주로 원전의 주기기 등 전문 분야의 정비를 중점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마크 레드먼 나와 사장은 “이번 계약 성사는 세계 최고의 파트너 회사와 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의 단독·일괄 수주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계약의 형태와 내용, 기간 등을 따져봐도 애초 기대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게 원전 전문가들과 업계의 평가다.

◇원전 운영 주도권 강조한 UAE=이날 발표에서 새롭게 공개된 사실은 계약의 형태가 기존에 알려진 장기정비계약(LTMA)이 아니라 LTMSA로 바뀐 점이다. ‘S’가 추가된 것인데 서비스(Service)의 앞글자다. 글자 하나 차이지만 이로 인해 계약 내용이 팀코리아의 총괄 책임 성격에서 사실상 하도급 형태로 바뀌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나와 측은 계약 형태 변경과 관련해 “본 계약 구조로 보장되는 것은 나와로 하여금 운영 허가에 규정된 의무 사항에 따른 바라카 원전의 정비 작업 주도권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자격이 있는 정비 업체 풀(Pool)은 나와에 정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이러한 중요한 차이점이 계약의 명칭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나와는 이번 계약 협상을 진행하면서 팀코리아에 원전의 건설뿐만 아니라 운영·정비까지 모두 맡기게 되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를 견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나와가 제공한 A4용지 2쪽짜리 보도자료에는 ‘나와의 주도 하에’라는 표현을 4번이나 썼다. 이번 LTMSA 계약이 두산중공업이 맺은 MSA 계약과 거의 차이가 없어 앞으로 세부적인 정비 계약을 추진할 때 팀코리아와 두산중공업 간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경쟁 업체였던 영국 두산밥콕의 모회사이기도 해 영국 인력의 참여도 예상된다. 나와는 이와 관련해 “본 방식으로 계약들을 구성하는 것이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단독 수주’는 사실상 무산=원전 업계에 따르면 나와는 추후 별도로 일정을 잡고 미국 얼라이드파워와 정비 관련 컨설팅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한수원도 미국 등 다른 나라 업체와의 추가 계약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으며 나와도 계약서에 “단일 업체가 아닌 복수의 협력사가 정비용역을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팀코리아의 단독 수주는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와와 외국 기업과의 계약) 발표가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계약하더라도 금액은 굉장히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도 10~15년을 예상했지만 5년에 불과하다. 물론 연장은 가능하지만 한국이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경쟁력을 잃을 경우 계약 연장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주 계약 금액은 나와 측이 발행할 역무지시서(Task Order)에 따라 산정될 예정이라 현재는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수천억원대로 쪼그라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 사장은 이와 관련해 “(LTMA와 LTMSA는) 금액적인 면에서 차이가 없다. 목표 수익률의 플러스 마이너스 1%포인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에서 원전 정비계획 수립 등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본부장급 고위직을 나와에 파견하기로 한 점은 성과로 평가된다.

◇UAE는 “상관없다”지만 원전 정책 공격 거세질 듯=나와 측은 이번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비 파트너 선정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은 한국의 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사업 수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공격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원전 정비사업을 주도하려는 목적은 한국의 기술력을 빨리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앞으로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가속화되면 한국의 기술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체결된 정비 계약은 지난 2009년 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입찰에 성공하면서 당연히 우리 몫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나와가 계약 형태를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꾸고 미국·영국 등 경쟁업체가 참여하면서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후 나와가 여러 업체에 입찰물량을 나눠 하도급 형태의 계약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결국 사실로 확인됐다.
/세종=강광우·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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