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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살자' 깐깐해진 회계법인에...비적정 의견·비용 치솟아

[현실이 된 감사대란]

<상> '회계 쇼크'는 진행형

초강력 회계기준 신외감법 여파

한정의견 받았던 아시아나항공

당기순이익 1,000억 증발 등

코스닥 상장폐지 급증 우려 확산

회계법인은 처벌강화 등 새환경 직면

투자자 재산권 행사 제한될까 불안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을 앞둔 지난 3월 마지막 주, 아시아나항공이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고,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메가톤급의 ‘회계 쇼크’가 터졌다. 이후 새로 적정의견을 받고 주식거래도 재개됐지만, 아시아나항공 정도의 인지도와 수익구조를 가진 대기업이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의 충격은 상당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감사 의견이 바뀌는 과정에서 영업이익 수백억원, 당기순이익1,000억원이 사라졌고, 더 불투명했던 기업 재무구조가 드러나며 결국 그룹 총수인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신외감법으로 인해 상장사, 회계법인, 투자자 등 자본시장 현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별 준비도 없이 강력한 회계기준을 마련하다 보니 금융당국조차 예상 못한 문제점과 반발이 곳곳에서 지뢰밭처럼 터지고 있는 형국이다.

회계법인의 깐깐해진 감사에 따른 상장사의 비적정 감사의견 속출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37개 기업이 ‘한정’이나 ‘의견거절’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전년대비 48%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 코스닥 업체였지만, 동부제철이나 웅진에너지처럼 유명한 코스피 상장사들도 감사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회계법인들은 당국의 기준이 강화되자 상장사 자료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수십년간 ‘한 편’이라고 믿었던 회계법인의 돌변한 태도와 방대한 양의 사소한 자료까지 요구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다가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이 다 돼서야 감사의견 비적정 철퇴를 맞은 상장사들이 상당수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의 한 임원은 “회계법인의 도를 넘어선 자료 요구가 기업 경영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지나치게 엄격해진 감사 기준이 당혹스럽다”고 하소연했다.



회계기준 눈높이 상향과 더불어 급증한 감사 비용도 상장사에 큰 부담이다. 감사가 깐깐해진 만큼 시간도 더 필요하다는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에 따라 관련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상장사 이익 축소로 이어진다. 2019년 전체 상장사(2,148개사)의 평균 감사비용은 지난해보다 18.7% 증가한 평균 1억6,000만원이었으며, 일부 기업의 경우 2배에서 4배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주인행세를 하는 손님’이라며 상장사의 원성을 사고 있는 회계법인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마찬가지다. 신외감법 도입으로 회계법인 대표 해임과 회계사 처벌 규정 강화 등으로 감사를 소홀히 했다간 단순 직무정지 수준을 넘어 인생이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회계법인들은 어느 곳이 신외감법 덫의 첫 희생자가 될지 몸조심하는 모습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여전히 회계사들의 기억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묵인 방조 혐의로 지난해 3월 회계사가 징역형을 받은 충격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회계법인들은 신외감법이 요구하는 감사 수준을 맞추기 위해 인건비 대폭 인상 등 감사품질 제고에도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주주총회를 목전에 두고 갑작스레 공시된 감사 비적정 의견은 투자자에게도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부랴부랴 상장폐지 개선안을 내놓으며 무더기 상폐 사태는 1년 유예됐지만, 지난 3일 기존 경영진의 해임을 요구하는 주주총회 소집허가를 구하는 가처분 소송이 제기된 컨버즈를 비롯해 와이디온라인, 피앤텔, 화진 등 14곳이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두고 경영권분쟁과 민사소송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들 주주들은 주주총회 안건취소, 재무제표 열람, 주주명부 가처분 소송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소송에 나섰고, 아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곳 중에는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권리 구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비적정 의견을 받은 상장사의 재무 담당 부서와 감사 비적정 의견을 낸 회계법인도 투자자들의 계속된 항의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파트너 회계사는 “환자가 느닷없이 초강력 항생제를 맞으면 어쩔 수 없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자본시장은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신외감법 도입으로 이해관계자 모두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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