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현장 톺아보기]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화'에 올인한 소상공인聯, 배경은

"2020년 최저임금 수준 상관없어

규모별 차등적용 무조건 관철돼야"

타 사업장 대비 노동생산성 낮은 가운데

최저임금 고율 인상으로 소상공인 '부담'

다만 현행법에선 '업종별' 차등만 가능

"규모별 차등화 가능토록 법 개정해야"

이근재(왼쪽 다섯번째부터)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등이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최저임금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서울경제DB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선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차등적용에 계속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동결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 고율 인상은)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소상공인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불어놓기 위해선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에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합니다.”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중소기업연구원 2층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연합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 회견에 앞서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은 “영세사업장 생존을 위한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권고안이 우리 요구사항의 핵심”이라며 “저희가 요구하는 안이 중소·중견·대기업에서 요구하는 ‘업종별 차등화’가 아니라는 걸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소상공인연합회에서 ‘규모별’ 차등적용을 핵심 사안으로 거듭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 등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재계에서 ’업종·규모별 차등적용’과 ‘최저임금 동결’을 동시에 주장하는 것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를 제쳐놓더라도 ‘규모별 차등적용’만은 꼭 요구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규모별 차등적용과 일자리안정자금 실효성 확보, 그리고 최저임금 월 환산액 표기 문제와 관련해 정부에서 조치를 취한다면 2020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학계에서도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생산성 격차’가 나타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론 ‘업종’에 따라서만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가능합니다. 규모별 차등적용이 현실화하는 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입니다.

◇“소상공인에 맞춘 최저임금 수준을”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을 두고 ‘이슈 파이팅’에 나선 데엔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의 최대 피해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소상공인을 위한 최저임금 수준’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한 내용에서도 나타납니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 결과보고서는 그동안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장해온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관해 유력한 근거를 제시했다. 최저임금 관련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상공인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당시 최 회장이 언급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 결과보고서’는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가 고용부의 용역을 받고 작성한 것으로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용부가 개최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서 공개됐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자동차 부품 제조업 등에서 나타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조사하고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죠.

보고서의 요지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영세 자영업자의 고용 악화를 야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2017년과 2018년에 최저임금을 각각 16.4%, 10.9%씩 올리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영세 사업자가 고용을 줄이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내용입니다. 인건비 인상에 대응해 사업자 본인이 직접 일하거나 가족 고용을 늘리는 경우도 많았다는 설명입니다. 이를 토대로 노 교수는 “원청 업체와 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소상공인연합회가 공개한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4월30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소상공인 703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관련 실태를 조사하고 이와 같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 중 58.9%가 지난해 7월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이후 종업원 수를 줄였다고 응답했습니다. 종업원 수를 늘린 곳은 5.9%에 그쳤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87.6%가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서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서울경제DB


◇소상공인과 일반 기업 사이의 ‘노동생산성 격차’

‘규모별 차등적용’ 주장이 타당한지 보려면 기업체 규모별 노동생산성을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생산성은 말 그대로 ‘일정 시간 노동량을 투입해 얼마만큼의 생산량을 산출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일한 만큼 임금을 주는’ 게 당연한 걸로 여겨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생산성이 적정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사업장 규모별 노동생산성 격차가 크다는 게 중론입니다. 특히 종업원 5인 미만 서비스업 사업장과 종업원 1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 즉 소상공인의 노동생산성이 현저히 낮은 걸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발표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및 성과공유제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종업원 5인 미만 서비스업 사업장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3,890만원으로 같은 업종의 종업원 500인 이상 사업장(2억2,450만원)의 17.3%에 그쳤습니다. 이는 5인 이상 9인 이하 사업장(8,34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제조업에선 이와 같은 격차가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5인 미만 제조업체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3,900만원으로 종업원 500인 이상 기업의 11.1%에 불과합니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생산성은 500인 이상 사업장의 13.9% 수준입니다. 일본과 비교하면 이와 같은 ‘규모별 생산성 격차’는 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우리나라 10인 이상 499인 이하 사업체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일본(2016년 기준) 대비 100.5~110.3% 수준으로 비슷합니다. 그러나 1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같은 규모의 일본 업체에 비해 생산성이 24.4%나 낮았습니다.

이 가운데 업계에선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생산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우리나라 정부와의 연례협의 결과를 담아 발표한 ‘2019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입니다.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상당히 높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동생산성 증가율 아래로 조절해야 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였지만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3.6%였습니다. ‘생산성이 현저히 낮은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이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소상공인들의 생산성을 고려하면 현재 최저임금 수준은 너무 높다”며 “규모별 차등적용과 소상공인 생산성 향상 방안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 가능할까

하지만 현행법상으로 규모별 차등적용은 어렵습니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업종별 차등적용’입니다. 규모별 차등적용이 이뤄지려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연합회에서도 이번 최저임금위에서 ‘규모별 차등적용’을 공론화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는 모습입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최저임금위에서 선언적인 의미로라도 규모별 차등적용에 대한 입장이 나와야 한다”며 “올해에 안 되면 내년에라도 규모별 차등적용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 사이에선 ‘규모별’ 차등적용이 가능할 수 있게끔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 문제가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지역·규모별 차등화를 통해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다만 ‘업종별’ 차등적용이 사실상 ‘규모별’ 차등적용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교수(서경펠로)는 “소상공인 업종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게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이라며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도 소상공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