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최저임금 결정 임박…거세지는 '동결론'

"더 오르면 영세업자 고사"

소상공인 규모별 차등이어

오늘 중기단체도 공동성명

산·학계·정치권 이구동성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27일)이 열흘도 안 남은 가운데 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산업계를 넘어 여당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2년간 30%에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 것은 물론 고용참사까지 빚어지면서 더 이상 이를 밀어붙일 수 없다는 절박감에 따른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내년 총선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추가 인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7일 서울경제와 만나 “최저임금이 추가로 오르면 중소기업들은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며 “동결을 넘어 ‘깎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인하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고 현장의 절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촉구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으로 직접적 충격을 받은 영세사업장부터 인건비 부담을 해소해나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규모가 큰 업체는 살아남고 영세한 업체는 문을 닫는 비극적인 상황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계에서는 최저임금 동결론이 우세하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서경펠로)는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높아 경제와 고용에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2020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도 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했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동결에 가까운 수준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동결 필요성을 지적하며 당내 의견을 이해찬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은 6월27일이며 고시는 8월5일이다. 물리적인 시간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결정은 7월15일까지 나와야 하지만 최임위 내부에서는 여전히 견해차가 큰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최임위 공익위원은 “다음달 15일 전까지 무조건 안이 나와야 하는데 노사 간 의견 차이가 너무 커 대안 도출이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기중앙회 등 14개 중기 관련 단체로 이뤄진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최저임금은 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후 한 번도 동결되거나 내려간 적이 없다.
/맹준호·심우일기자 next@sedaily.com

당정 “더 올리면 총선 도움 안돼” …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동결은 당연, 깎아야”

총선 불안감 커지자 “정책전환 신호 전달해야” 목소리

노·사 이견 여전…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 넘길 가능성





최저임금위원회의 전원회의 심의 의결일(27일)이 바짝 다가오면서 정부 여당 내부에서는 최저임금 동결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가뜩이나 내년 총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여당 내부에서는 “정책전환 신호를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산업계와 학계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넘어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최저임금 동결’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으로 고통을 호소해온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업계는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임박하면서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7일 서울경제와 만나 “기업 현장을 직접 보면 최저임금 추가 인상 주장이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면서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중소기업인 사이에서는 ‘동결은 당연하고 지나친 인상분만큼 깎아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올렸더니 질 높은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식당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고용 줄이기’로 대응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미국이 주별로 최저임금이 다른 것처럼 한국도 실정에 맞게 최저임금이 정해져야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환경노동인력 분과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올해 최저임금이 이미 소상공인의 임계점을 넘은 만큼 2020년 최저임금 수준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일자리안정자금 실효성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을 맡고 있는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도 “(최저임금 고율 인상은) 엎질러진 물”이라며 “영세사업장 생존을 위해서는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계의 최저임금 동결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여당 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히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먼저 소신 발언으로 분위기를 다잡고 나섰다. 최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지역을 돌아다니는 의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최저임금을 동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된 데 따른 부작용이 존재하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최 의원은 “이해찬 대표에게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식의 건의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구 의원들의 반응과 기존 소신을 말한 것으로 당내 다양한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근재(왼쪽 네번째) 소상공인연합회 노동인력환경분과 공동위원장이 17일 오전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최저임금의 규모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오승현기자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언급한 후 여권 내부에서 최저임금을 동결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홍영표 전 원내대표의 경우 “보수 정권이 워낙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게 유지했기 때문에 이를 되돌리는 과정이 지난 2년간 필요했다”며 “(어느 정도 올라왔기 때문에) 내년에는 동결 내지 경제성장률 수준으로만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의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경기 하강 국면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실직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동결을 주장한 바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동결에 가까운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위원회에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적극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년간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을 올렸고 부작용이 나타났으니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심각성을 인정하고 멈추는 것 자체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이날 국회를 방문해 “가장 급한 것은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에 관한 사항”이라며 “현재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확정을 지어줘야 한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으나 최저임금 동결보다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기류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된 대담에서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적정선을 찾아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분명한 것은 (대선 당시) 공약이 ‘2020년까지 1만원’이었다고 해서 그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 결정은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대안을 정리하지 못하다 보니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인 이달 27일까지 답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음달 15일 전에는 무조건 안이 나와야 하는데 노사 간 격차가 너무 커서 대안 도출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그동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컸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만큼 합리적인 선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송종호·윤홍우·심우일기자 joist1894@sedaily.com



[거세지는 최저임금 동결론] 최저임금 처벌 유예 곧 종료…중기인들 범법자 내몰릴 판“

‘절박한 심정’ 쏟아내는 현장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이 문제가 아닙니다. 중소기업들은 30% 가까운 인상률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는 얘기뿐입니다. 내년에는 삭감을 고려해야 합니다. ”

김문식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저임금 동결과 지역 및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하지만 두 달여 지난 현재 그는 동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인상분에 대한 삭감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주유소를 비롯해 여러 업종이 고용을 유지하지 못하고 휴업이나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며 “현장에서 최저임금에 대해 얘기해보면 ‘그 정도로 기업들이 무너졌으면 이제는 삭감을 논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촉발한 경영난이 급기야 최저임금 인하를 요구하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력 산업 침체에다 불경기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내년도 근로시간 단축까지 맞닥뜨린 중소기업계는 절벽 위로 내몰린 처지가 됐다. 여기에다 이달 말로 최저임금 미달 기업에 대한 정부 처벌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서 기업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절박한 비명을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경우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승강기 제조업을 하는 A사의 함성철(가명) 대표는 최근 미얀마 출신 외국인 근로자 두 명을 해고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인력난에 빠진 중소기업에 ‘단비’다. 하지만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면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불하는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을 고용할 때마다 숙박비와 식비를 합해 총 4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 A사는 결국 해고를 선택했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가 한국인 근로자보다 잔업을 많이 하지 않았냐”며 내국인 근로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내외국인 근로자 사이의 갈등까지 목격했다. 함 대표는 “현행 최저임금이 고용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나 동결안 등이 여러 측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올해에는 정부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고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동공단에서 금형 제조업을 하는 B사도 직원 감축을 저울질하고 있다. 기본 인건비가 올랐을 뿐 아니라 휴일에 지급하는 주휴수당까지 덩달아 인상됐기 때문이다. 금형산업은 기본적으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주말 인건비 인상에 더 타격을 받는다. 그렇지만 직원을 해고할 경우 납기에 대응하기 어려워져 B사 입장에서는 직원을 줄일 수도,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감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영상(가명) 이사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10%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게 연이어 10% 이상 오른 거라 현장에서 파장이 크다”며 “일본은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다른데 한국에서는 지역·업종·규모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불합리한 측면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서울 종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유인수(가명) 대표는 최근 가게를 내놨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손님이 줄어든데다 인건비 부담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니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지난 20년을 식당이든, 호프집이든 운영하면서 ‘사장님’으로 살았지만 먹고살기 위해 다른 가게 점원으로 취직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탄식을 쏟아냈다.

여기에다 이달 말 최저임금 처벌 유예기간까지 종료되면 산업계 곳곳에 ‘처벌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월공단에서 가전제품 부품제조를 하는 C사의 이현우(가명)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올해까지 30%에 달하는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면서 “더구나 최저임금 처벌 유예기간까지 종료되면 우리 같은 영세 중소기업인들은 모두 ‘범법자’로 내몰리는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중기중앙회가 지난 4월 6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에 동결하자’는 답변이 69%에 달했다. 5인 미만 비제조업(200곳)과 10인 미만 제조업(100곳)은 이 비율이 각각 81.5%, 65%를 기록했다. 기업 규모가 영세할수록 최저임금에 따른 악영향을 더 받고 있다는 뜻이다. 주목할 점은 문항에는 동결과 인상폭만 제시됐다는 것이다. 만일 삭감이 문항에 포함됐다면 상당수 삭감으로도 표가 몰릴 수 있었다고 해석된다.

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정책이 이제 근로자의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발표한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근로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중 61.2%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 중 34.5%가 ‘사업장의 경기 악화 및 폐업 고려’를 최저임금 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로 꼽았으며 ‘근로시간 단축(31%)’ ‘해고 및 이직의 압박(20.6%)’이 그 뒤를 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이미 2년에 걸쳐 상당히 급격하게 올라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아예 동결하는 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체적 동결이 어렵다 해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는 현행법상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업종만 최저임금을 올리는 안을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는 업종·지역·규모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화가 가능하게끔 최저임금 결정체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종곤·심우일기자 ggm1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