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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말'의 무게, '말'의 절제

김민정 국제부기자





“그는 키 작은 완벽한 루저(패배자)다.”

지난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일정은 사디크 칸 런던시장을 겨냥한 독기 가득한 트윗으로 시작됐다. 무슬림계 최초의 런던시장인 칸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인물이다. 그가 앞서 자신을 ‘20세기의 파시스트’라고 칭한 데 단단히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가 런던 인근 공항에 도착하기도 전에 막말 트윗을 날리며 설전에 응수했다. 출발 전부터 영국 왕손빈을 ‘형편없는 사람’으로 표현하면서 일으킨 외교 결례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전 세계를 막론하고 정치판에서 ‘막말 공해’가 판을 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각종 설화를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지구촌 곳곳에서 ‘리틀 트럼프’를 자처하며 ‘말 폭탄’을 터뜨리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유엔 인권조사단을 향해 “필리핀에 오면 식인 악어에게 던져버리겠다”는 섬뜩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 발언과 차별적 언사로 자신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해나간다. 혹자는 뻥 뚫리는 ‘사이다’ 발언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에게 비수를 꽂는 막말의 끝은 갈등에 기름을 붓고 분열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는 논리적 설득과 대화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 및 고별 연설 등 시간이 흘러도 회자되는 명연설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적을 모욕하는 분노와 혐오의 언어 대신 적의 마음마저 움직이는 진솔하고 감동적인 언어로 자신의 정치철학을 전한 것이다. 이러한 연설은 때로 불가능해 보였던 타협을 이뤄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곱씹을 만한 울림 있는 수사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말은 ‘일방의 언어’가 아닌 ‘소통의 언어’이다. 설령 그것이 바른 지적일지라도 오롯이 자기의 감정에만 충실해 내뱉는 말은 어떠한 변화도 끌어내지 못한다. 당장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면 우선은 듣기 거북한 이들이 막말을 일삼는 이들을 ‘품격 있게’ 꾸짖어야 한다. 방법은 있다. 차가운 ‘외면’이다. 사이다 발언이라고 막말에 지지를 보내는 순간 우리는 빈약한 논리와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한 언어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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