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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분이상의 경영권 보장은 '경제적 월권'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 도입 - 반대

안택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 특정소수집단 이익 집중은 경제 효율성도 저해

● 상속세 회피·회계 부정 등 악용 우려돼 시기상조

● 벤처 도덕적 해이·향후 대기업 도입 빌미될수도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제2벤처 붐 확산을 위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법안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것으로 벤처기업에 한해서만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차등의결권은 주주 동의를 얻어 1주에 2개 이상~10개 이하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시 기업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쓰인다. 벤처 업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국 정도가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만큼 우리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비상장 벤처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벤처투자 업계와 향후 대기업 도입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는 반대하고 있다. 도입 찬성 측은 적은 주식 수로도 경영권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고 창업을 장려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차등의결권을 악용한 벤처 경영자가 상속세를 회피하고 또 다른 회계부정 등을 저지를 빌미를 줄 수 있는 만큼 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현행 상법에 대한 견해차가 여러 곳에서 노정되고 있다. 우선 기업질서의 변화와 개혁을 요청하는 움직임이 있다. 반면 변화와 개혁이 기업에 부담을 주고 이는 한국 경제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다른 움직임도 존재한다. 사실 상법의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차가 발생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전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이전 정부 시기인 지난 2013년 법무부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요청을 받아들여 상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는 발전하는 경제와 변화하는 이익집단의 요청을 적절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요청에 따른 여러 사항들이다. 대략 22년 전 경제위기를 맞아 격변하는 경제 현실에 부응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도입된 사외이사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져나온 바 있다. 요컨대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못하고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그 실효성을 모색해보고자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 노동이사(근로자 추천 사외이사)제도 등 다종다양한 개혁안들이 나타났다. 후자의 입장에서는 상법 개정안들에 헤지펀드를 비롯한 약탈적 기업사냥꾼들로부터 내국 자본의 경영권 방어 등을 어렵게 하는 위험이 내재해 있다거나 경기침체 심화로 사정이 어려운 기업경영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 등을 개진한다.

양자의 대립에서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요청은 전자의 입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후자도 세계 모든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데 한국만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지적하며 차등의결권 도입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주식 평등의 원칙을 수정하자는 변화의 요청은 다른 나라 사정과 전혀 다르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기각됐다. 즉 재벌이라는 존재와 몇몇 가족이 이 나라의 경제를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그마저 인정한다면 기업 집중과 시장 경색, 폐쇄 또는 봉쇄로 한국 경제는 독과점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와 직결된 새로운 이슈가 있다.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부여하자는, 나름 상큼한 제안이다. 벤처기업 육성과 관련해서는 사실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나 특정한 이념적 입장과 무관하게 일관되고 공통된 지지를 받아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효한 경쟁이 살아 숨 쉬는 시장을 조성하는 것은 건전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적 시장질서를 보장하는 기초 요소이다. 벤처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하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그로 말미암아 태어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청년기업들이 경제의 활력을 일신우일신하면서 발전해나가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 재벌기업들이 후계구도 정착용으로 급조한 신생 벤처기업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좌초했던 기억도 적지 않다. 지금 벌어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나 십수년 전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비스 사건도 그러한 기억의 연장선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벤처라는 명목으로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면 굳이 조금 얻게 될 자본 축적의 순기능보다 상속세를 회피하고 손쉽게 경영권을 이전하기 위한 또 다른 회계부실이나 기업 부실평가 등의 사태가 연발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을 기우라고 할 수는 없다.

기업 경영권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고 정당한 대가를 보호하면서 저절로 강화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투기적 자본 운운하는 것은 국민 감정을 이용한 자기 이익 보호에 효과적인 슬로건일 뿐이다. 오너로 지칭되거나 통칭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집단 대주주들은 보유한 주식만큼만 해당 기업의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진 주식지분 이상의 강력한 경영권을 보장받으려는 것은 경제적·시장적 월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하고 국민들의 시각을 중립화해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 주요 상법 개정안 내용은 대부분 시장주의적·자본주의 발전에 긴요한 사항이다. 시대적 변화의 요청을 시급히 수용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경제는 침체되고 이익은 특정 소수집단에 집중돼 경제의 효율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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