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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기강 확립'…공무원을 '감시 대상' 취급하나

[불안- 공무원사회가 심상찮다]

출퇴근 체크·출장 경위 캐기 등

인센티브 방식 없이 옥죄기만

지난 2017년 5~6월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이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각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가 이뤄졌다. 그런데 당시 업무보고의 일부 내용이 언론에 먼저 보도됐다. 당시 발칵 뒤집힌 자문위는 해당 부처 공무원의 e메일과 휴대폰을 뒤졌다.

문제만 생기면 공무원부터 뒤지는 정부의 행태는 이번 정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최근 공직사회가 흔들리는 배경에는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공무원들을 협력의 대상이 아닌 감시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도 자리하고 있다. 일 잘하는 공무원에게 포상을 주는 ‘인센티브’ 방식이 아닌 출퇴근 시간이나 출장까지 일일이 보고하도록 하는 등 감시망을 좁혀오다 보니 적극적으로 일하기보다는 ‘문제 될 만한 일은 손도 대지 말자’는 식의 소극적인 일 처리에만 그친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에서 차관을 지낸 한 인사는 “공무원들이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밤 10시를 넘기는 건 예사”라며 “그렇게까지 일하는 사람들한테 딴짓 안 하는지 출석체크를 하겠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근 휴대폰 포렌식 등 ‘강제수사’에 이어 서울 출장이 잦은 세종청사 고위급 공무원들의 출장 경위까지 캐묻는 행태를 비꼰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결성된 공직기강협의체는 최근 세종 소재 부처의 실국장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서울 출장 횟수와 출장 경위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의 일탈행위를 줄이는 한편 불필요한 출장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출장이 까다로워지니 업무를 위한 외부인과의 만남조차 사실상 봉쇄당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국장급 인사는 “업계의 애로사항을 열린 마음으로 듣겠다고 해놓고 세종으로 사람들을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내 몸 편하자고 출장 가는 게 아닌데 ‘왜 가느냐는 식’으로 나오면 일할 맛이 나겠나”라고 반문했다.

현 정부에 불리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유출자를 색출한다며 e메일이나 휴대폰 통화기록을 검사하는 것도 공무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외교부에서는 청와대의 ‘보안 조사’가 수십여차례 넘게 이뤄지면서 외교관들이 잔뜩 몸을 웅크린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부처의 한 과장은 “무슨 일이 터지면 원인을 깊이 있게 따지기보다는 일단 틀어막으려고 하다 보니 ‘근태 관리’ 같은 하급 대책이 나오는 것”이라며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면 공무원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나 대책을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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