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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소양·상상력 무장한 봉준호…칸 대상은 예견된 축복"

[선배 영화인들이 본 봉준호 감독은]

'취화선' 임권택 감독 "'살인의 추억' 보고 대성할 감독이라고 확신"

'살인의추억' 제작 차승재 "사회 부조리 블랙유머로 푸는 천부적 재능"

영진위長 오석근 "'착하면 좋은영화 못 만든다'는 충무로 속설 깬 사람"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왼쪽)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영종도=오승현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한국영화계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봉 감독을 오랜 시간 가까이서 지켜본 선배 영화인들은 이번 수상이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벅찬 감격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인성도 훌륭하고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으로 무장한 봉 감독이 언젠가는 큰일을 한 번 낼 줄 알았다”며 “칸영화제 대상 수상은 이미 예견된 축복이자 경사”라고 입을 모은다.

임권택 감독.


2002년 영화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임권택 감독은 27일 “16년 전 ‘살인의 추억’을 보고 정말 좋은 감독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이미 봉준호가 크게 대성할 감독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한창 영화를 찍을 당시 주변에서 ‘도대체 칸에는 언제 진출하느냐’는 말을 많이 해서 늘 짐을 안고 사는 기분이었다”며 “칸영화제 감독상을 타고서야 비로소 멍에를 벗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수상은 한국영화계의 또 다른 숙원을 해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소속의 교육 기관인) 영화아카데미 시절 봉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 ‘지리멸렬’에서 사회 부조리를 블랙 유머로 표현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했다”고 돌이켰다. 차 교수는 2000년대 초중반 굴지의 영화사였던 싸이더스를 운영하며 봉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와 두 번째 영화 ‘살인의 추억’을 제작했다. 그는 “데뷔작이 흥행에서 실패한 뒤 소소한 드라마가 아닌 굵직한 이야기를 연출하면 독특한 만화적 상상력이 대중과 만나는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조언했다”며 “봉 감독은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을 영화로 풀어낼 줄 아는 감독”이라고 칭찬했다.

이장호 감독.


‘별들의 고향’으로 유명한 이장호 감독은 “2000년대 초반 해외 영화제에 함께 초청돼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며 “30대 젊은 연출자가 한국의 선배 감독들 영화를 다 꿰고 있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인문학적 깊이와 소양도 대단해서 한참 후배지만 오히려 중후한 느낌이 있는 선배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며 “서울 방배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던 시절 마침 봉 감독의 집도 그 근처라 자주 어울리며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는 했다”고 전했다.

오석근 한국영화진흥위원장.




영화아카데미 선배인 오석근 한국영화진흥위원장은 “충무로에는 ‘감독이 너무 착하면 좋은 영화를 못 만든다’는 속설이 있다”며 “봉 감독은 이 속설을 깨부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배우부터 막내 스태프까지 일일이 챙기며 얼굴 한번 붉히는 일 없이 영화를 찍는 봉 감독에게 이런 경사가 생겨서 내 일처럼 기쁘다”고 웃었다.

최용배 한예종 영상원 교수.


‘괴물’ 제작자인 최용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수상 직후 축하 문자를 주고받았다”며 “봉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준비하던 시기에 찾아와서 ‘괴물’ 아이템을 처음 꺼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비록 흥행 성적은 안 좋았지만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재능에 대한 확신을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살인의 추억’이 끝나면 바로 작품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고 회고했다.

이두용 감독.


지난 1984년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로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에 진출한 이두용 감독은 “충무로가 황무지나 다름없던 시절에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를 다녀온 선배로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봉 감독의 훌륭한 작품을 꾸준히 봐왔기 때문에 오늘의 결과가 하나도 놀랍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데뷔 시절부터 장래가 대단히 촉망되는 감독이었다. 황금종려상 수상은 예견된 경사”라고 추켜세웠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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