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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강수진 "일 끝나면 머릿속 '스위치' 끄는 법, 이제야 터득했죠"

기숙사 몰래나와 달밤훈련 하던 연습벌레

통증 무시하다 영원히 무대 떠날뻔한 적도

예술행정가로 살며 '여유로운 삶' 배우는 중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 풀던 습관도 버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




강수진(52·사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의 젊은 시절 일화를 듣다 보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완성된다’는 토머스 앨바 에디슨의 명언이 새삼 떠오른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중학교 2학년 때 발레를 처음 시작한 강 감독은 그 이듬해 모나코 왕립발레학교에 진학했다.

당시 강 감독은 주변 친구들은 물론 학교 선생님들까지 두 손 두 발을 다 드는 ‘연습 벌레’로 유명했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에 툭하면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와 ‘달밤 훈련’을 하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도 허다했다.

그의 이런 독한 습성은 최고의 무용수로 우뚝 선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 5년 동안 계속된 통증을 무시하고 연습에 몰두하다가 하마터면 영원히 무대에 서지 못할 뻔한 적도 있다. 강 감독은 지난 1999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무용수상을 받은 뒤 첫 공연인 ‘지젤’을 준비하다 왼쪽 정강이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그는 “당장 훈련을 멈추지 않으면 다시는 발레를 못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결국 1년 반이나 무대를 떠나야 했다”면서도 “다른 무엇보다 발레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젊은 나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강 감독은 예술행정가로 ‘인생 2막’을 살면서 비로소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배워가고 있다. 그는 “어릴 때는 무조건 정신력으로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신’과 ‘육체’ 중 하나만 강하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더라”며 “열심히 움직여야 빨리 낫는 부상이 있고 다 내려놓고 푹 쉬어야 호전되는 부상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이제는 업무가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머릿속의 ‘스위치’를 끄는 방법을 조금은 터득했다”며 “상황에 따라 스위치를 ‘온·오프’ 하다 보니 삶이 한결 편안해진 느낌”이라고 웃어 보였다.

삶의 방식이 바뀌자 스트레스 해소법도 자연스레 달라졌다. 강 감독은 지독한 연습으로 늘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던 무용수 시절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는 했다. 그는 “음식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모습으로 레스토랑의 요리사와 웨이터들에게 큰 웃음을 준 기억이 난다”며 “요즘은 속상한 일이 있다고 해서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지는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대신 사람들과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며 “특히 평생의 반려자인 남편과의 대화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상의 가장 큰 보약”이라고 말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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