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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준공영제 가이드라인 만든다면서 용역 발주도 안 한 국토부...결국 돈으로 막은 버스대란

광역버스 준공영제 전환...경기 버스료 200원 인상

결국 국민들만 피해...‘요금 인상’ ‘세금 투입’ 이중 부담

국비와 수도권 3개 시도만 추가 부담액 ‘4,500억+α’ 추산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경기 등 8개 도(道)에 대한 노선버스 준공영제 도입과 노선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올 상반기까지 내놓기로 공언했지만 아직 이를 위한 연구 용역조차 발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버스 대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지키지도 못할 약속만 늘어놓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6개월 넘게 손 놓고 있던 정부는 예고된 버스 파업 전날인 지난 14일이 돼서야 세금을 투입해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8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버스 운영체계 개편 가이드라인 기본방향’을 올 상반기 중으로 내놓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시작도 못했습니다. 당시 국토부는 경기 등 8개 도에 연구 용역 비용 20억원을 지원해 각 지자체가 수익이 나지 않는 불필요한 버스 노선을 구조 조정하고, 여건에 맞는 준공영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었죠. 지난해부터 버스업계가 근로기준법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주 68시간제’를 시행해야 하고, 올해 7월부터 재차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도 올 상반기로 맞췄습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해법을 찾기 위한 가장 첫 단추인 연구용역도 발주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시 발표대로 정부가 불필요한 버스 노선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각 지자체별로 준공영제 도입 방안을 마련했더라면 현재 버스 노조 총파업을 우려하는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동안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지자체에 버스 요금만 올리라고 하니 해법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몰랐다”, “경기도 탓”이라는 국토부=중앙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준공영제 확대와 불필요한 노선 다이어트를 추진하겠다며 버스 업계를 다독였던 국토부는 이제 와서 “몰랐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국토부의 고위 관계자는 “올 상반기로 기한이 있다는 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표 당시 담당 실·국장과 과장까지 모두 물갈이된 탓에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죠. 이 관계자는 또 “경기도가 문제를 빨리 풀었으면 이렇게 이슈화가 되지 않고 용역도 빨리 진행될 수 있었다”며 “용역 자체만 6개월~1년이 걸려 올 상반기 안에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이 같은 위기 모면용 대처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 분야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스스로 약속한 주 52시간 대책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버스 노조의 총파업을 임금 인상 투쟁으로 폄하하는 것은 팩트도 틀리고 정책적으로 무책임한 일”이라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7월1일 이후 더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명(〃 두번째)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여의도 국회에서 버스 파업과 관련한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국민들만 피해...‘요금 인상’ ‘세금 투입’ 이중 부담=다행히 15일 전국적인 버스 파업은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1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긴급회의를 열어 ‘국민교통복지 향상을 위한 버스 분야 발전방안’을 제시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들은 결국 ‘요금 인상’과 ‘세금 투입’이라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됐습니다. ‘버스 파업’을 막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미봉책에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죠.





합의안에 따르면 경기도는 시내버스 요금을 일반형 200원, 직행좌석형은 400원을 인상합니다. 충남·충북·세종·경남도도 연내 시내버스 요금을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버스 요금 인상에 대해 지자체장들이 난색을 보여왔던 입장을 선회해 국토부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국토부는 대신 광역급행버스(M버스)뿐만 아니라 일반광역버스까지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에는 지자체 면허였기 때문에 국고지원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중앙정부가 책임지기로 하면서 이 사업자들의 적자를 메워주겠다는 의미죠. 경기도의 경우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를 늘리고 싶어도 업체들의 적자 문제로 여의치 않았지만 국토부가 이를 해결해주면서 어려웠던 합의가 성사됐습니다. 경기도 시내버스 요금 인상에 따라 서울시로 이전되는 환승 수입금도 경기도로 반환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부작용이 생겼는데 그 부담을 결국 국민들이 지게 됐다”며 “국가가 똑같은 공공서비스를 더 많은 돈을 내고 쓰도록 바꿔놓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중앙정부의 요청대로 지자체가 일부 요금 인상을 단행하기로 결정했어도 광역버스를 국가사무로 바꿔 또다시 국비를 투입하게 한 것은 재정원칙을 무너뜨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자체는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재정부담을 우려해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구해왔는데 이를 사실상 받아들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추가 부담액 ‘4,500억+α’=‘버스대란’을 피한 대가로 국민이 추가로 져야 할 부담이 국비와 수도권 3개 시도만 기준으로 산출해도 어림잡아 4,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서울경제가 복수의 버스 업계 전문가를 통해 광역버스의 국가 사무화와 준공영제 도입으로 발생할 국비 부담을 산출한 결과 연간 1,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준공영제는 버스 1대를 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인 표준운송원가에서 요금 등 수익금을 뺀 비용을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제도입니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6개 특별·광역시(서울·인천·부산·대구·대전·광주)의 표준운송원가 평균은 대당 62만원이며 이 중 요금 등 수입금으로 75%가 보전됩니다. 재정충당금은 25%, 대당 15만5,000원입니다. 이를 국토부가 산출한 광역버스(총 2,500대) 규모로 1년분을 계산하면 총 1,414억원이 됩니다. 이는 시내버스를 기준으로 한 산출법으로 광역버스의 운행적자가 시내버스보다 높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토부는 “향후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재정소요는 이를 토대로 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도권 지역 지자체도 따져보겠습니다. 특히 ‘3년간 20% 인상’이라는 전국 최고 인상률을 내건 인천의 부담이 가장 큽니다. 인천은 올해 8.1%의 임금 인상으로 170억원의 재정보조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합니다. 지난해 재정보조금 1,079억원의 15.7% 수준입니다. 인천은 내년과 오는 2021년에도 임금을 각각 7.7%, 4.27% 인상할 계획이어서 재정보조금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도 재정부담금이 늘어납니다. 성중기 서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강남1)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표준운송원가 지급 현황’을 기본으로 산출한 결과 노사가 합의한 3.6%의 임금 인상분으로 운전직은 356억7,000만원, 정비직은 19억5,500만원이 추가로 투입됩니다.

여기에 경기도의 요금 200원 인상으로 인해 연간 2,500억원의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준공영제 확대 시행으로 인한 국비 지출과 임금 인상분 보전을 위한 재정보조금 등 수도권 3개 시도만 합쳐도 3,055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울산과 광주가 각각 7%와 6.4%의 임금 인상을 합의한데다 충남·북과 세종, 경남도에서도 버스요금을 연내 올리기로 했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광우·변재현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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